[이 집에 가면] 중앙동 'Iam espresso'

입력 : 2011-07-07 15:53:00 수정 : 2011-07-11 07: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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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TV, 고물 라디오 … 1층은 카페, 2~3층은 갤러리

자기가 에스프레소 커피라고 생각하는 집. 남이 보기에는 레몬 같은 집이 'Iam espresso(아이앰 에스프레소)'이다. 그림 그리는 분을 따라 처음 갔다. 다음에 혼자 갔을 때 그만 헷갈려 두리번거렸다. 비둘기 둘이 이 집 문이 언제 열리나, 하며 왔다 갔다 하는 작은 가게가 보인다. 저기다.

"주변의 간판이 너무 크고, 걸 곳도 없어서요." 찾기 힘들다는 불만이 이 한 마디에 쑥 들어간다. 참 조그만 가게, 이래봬도 3층이나 된다. 1층은 카페 전용, 폭이 좁은 계단을 따라 오른 2∼3층은 갤러리를 겸했다. 2∼3층의 이름은 'Iam gallery'.

큰 기대는, 감사하지만 사양한다. 층마다 의자 4∼5개에 작품 두어 개가 겨우 걸린 작은 공간이다. 현재는 서양화가 임국 씨의 작품만 번갈아 걸린다. 정윤재 대표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Iam'은 임 작가 성의 영문 표기이다.

그림 한 점 팔아 가게 앞 천막하고, 또 한 점 팔아 에어컨을 달았단다. 선풍기도 누가 버리는 걸 주워온 것이다. 빨간색 낡은 TV, 고물 라디오들…. 정 씨의 손길이 가면 다 작품으로 변하니 신기한 일이다.

진저비어와 진저에일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맥주 마니아로서 반가운 이름. 하지만 알코올은 들어가지 않는다. 생강을 위주로 향료를 섞은 탄산음료. 색깔이 맥주와 비슷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진저비어와 진저에일은 일반적으로는 같은 뜻이다. 이 집 진저에일은 생강 맛, 진저비어는 레몬 향이 강하다. 더위를 기죽게 하고, 우울함을 날리는 새콤함이다. 한 단골은 레몬이 가장 많이 죽어나가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처음 와서는 단호박라떼를 먹었다. 먹었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속이 든든하고 푸근했다. 베이글에는 단호박잼을 올려서 나온다. 사람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잼인지도 모르고 먹는다. 시럽도 직접 만들고, 설탕도 유기농을 쓴다. 이 집에서 인스턴트는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사람 말고는 없다.

부산대 앞에서 '춘봉이(키우던 고양이 이름) 카페'도 운영했단다. 조각을 전공한 정 씨는 자신이 먹어서 기분 좋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그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단다. 단지 돈이 좀 더 들어서 그렇지…. 음식이 평화로운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냥 궁금해서, 두 분이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다. 그림과 베이스 기타를 좋아하는 정 씨가 전시회에 갔다 베이스 기타 선수급인 임 작가를 만났단다.

레모네이드, 진저비어, 단호박라떼 3천∼5천 원. 베이글+버터+크림치즈 2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부산 중구 중앙동 4가 36의 22. 40계단 근처 반도빌딩 뒷골목. 070-7516-6134.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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