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추적추적 비오던 날 … "그래 이 맛이야"

입력 : 2011-07-14 15:35:00 수정 : 2011-07-19 07: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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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동 '집손만두'

"이 더운데 만두를?" 소문난 만두집을 찾아가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린다. 여름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라나. 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더 생각나기는 하지만, 여름이라고 못 먹을 이유는 없다. 마침 만두를 먹으러 간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 날씨가 살짝 썰렁했다.

택시를 탔지만 가게를 금방 찾지 못해 전화를 여러 번 했다. 근처를 빙빙 돌다 어렵게 찾았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의 '집손만두'. 가게 앞에 나와 있던 안주인 안혜미 씨가 고생했다며 택시기사에게도 식혜 한 그릇을 건넸다. 가게를 찾는 손님이 아닌 이에게도 마음을 쓰는 것을 보니 음식 맛에 기대가 더했다. 저런 사람이 내놓는 음식에는 나쁜 것이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두 1인분을 주문하자 어른 주먹만 한 왕만두 5개가 나왔다. 앞접시에 담아 만두를 갈라 소를 보니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푸릇한 부추를 비롯해 숙주나물과 양파, 두부, 고기 등 재료의 싱싱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만두를 반으로 잘라도 한 입 가득 들어간다. 손으로 다진 재료의 씹히는 식감이 먹는 내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함께 나온 매운 고추를 얹어 먹으니 그 맛이 특별했다.

이렇게 재료가 신선하고 푸짐한 집은 화학조미료를 쓸 필요가 없다. 이순근 안혜미 사장 내외는 만두로 소문난 집을 찾아 가보면 화학조미료 맛이 강해 실망한 곳이 많았단다. 그래서 이 집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에서 만두를 만들 때 소금간 이외에는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집 이름이 '집손만두'였다.

2년 전에 이 곳에 가게를 열었을 때는 이름이 없었다. 장사를 하면서 '집에서 손으로 만든 맛'으로 소문나자 자연스레 '집손만두'로 불렸다. 간판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단골손님이 상호를 손수 써서 출입문에 붙이면서 공식적으로 '집손만두'가 됐다. 이후 손님들 편의를 위해 가게 위에 별도의 간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가게 한쪽에는 집에서 만든 식혜를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담백한 만두 맛에 반하고, 또 친절한 사장 내외를 보니 가게 간판을 직접 만들어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왕만두 5개 5천 원, 만둣국 5천 원, 칼국수 4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포장은 오후 11시까지). 일요일은 포장만 가능. 부산 부산진구 양정2동 270의 7. 양정 롯데갤러리움 맞은편. 051-852-9262.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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