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사직동 '사직설렁탕'

입력 : 2011-07-28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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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감기는 양지의 단맛과 사골의 구수함

눈치 빠른 독자는 제목을 보고 기자의 여름 나는 법을 간파했을 것이다. 사골을 몇 시간 우린 뜨거운 탕 먹기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을뿐더러 여름에는 더욱 사양했다. 그러다 얼마 전 더운 나라 사람에게서 자신들은 찬물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더위 먹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번 여름은 사골 곤 국물로 몸을 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지난 겨울 집안 어르신을 따라 몇 번 가본 '사직 설렁탕'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 집 설렁탕은 맛이 참 깔끔하다. 그렇다고 가벼운 맛도 아니다. 이 맛에 반하고부터는 '부산에서 맛난 설렁탕집 찾기가 쉽지 않다', '설렁탕은 특유의 잡내와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 음식이다' '설렁탕에는 꼭 화학조미료가 들어간다'는 등의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었다.

배경렬(42) 사장은 맛을 완성했다기보다 맛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집요하게 묻자 무심하게 한 마디씩 하는데, 그 말들을 종합해 보면 음식에 예사로운 정성을 쏟는 것이 아니었다.

설렁탕의 맛을 완성하려면 우선 고기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단다. 예를 들면 양지는 단맛이 나고 사골은 구수한 맛이 나는데, 이를 적절하게 잘 배합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재료에서 진짜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맛을 위해 화학조미료를 넣는다는 것은 이상한 말이라고 했다.

깔끔한 맛을 위해서 핏물을 자주 빼주는 것은 기본이다. 또 약간 달짝지근한 깍두기를 비롯해 함께 나오는 깻잎 양념 절임이나 김치도 철저하게 설렁탕과 궁합을 생각해 맛을 낸 것이다. 식탁에 내놓은 소금은 신안의 천일염을 직접 볶은 것이라고. 자신의 설렁탕 맛을 '미완성의 맛'이라 평하는 겸손이 음식을 대하는 성실함을 뜻하는 듯했다.

그는 부산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줄곧 생활하며 유명 설렁탕집에서 5년 동안 요리를 배웠다. 1년 전 가게를 열면서 강한 맛을 좋아하는 부산사람 입맛에는 자신의 설렁탕이 맞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지만, 점점 자신의 설렁탕 맛을 알아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올 여름 이 집 설렁탕을 여러 번 먹을 것 같다.

설렁탕 7천 원. 양지탕 9천 원. 도가니탕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부산 동래구 사직1동 94의 13. 부산학원 큰길 맞은편 골목. 051-506-6161.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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