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광안리 젊은 미식가들의 선택 '파스타 vs 라멘'

입력 : 2011-07-28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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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에비노'의 가리비 파스타.

여름 피서철을 맞아 광안리 일대가 더욱 활기차졌다. 젊음이 통통 튀는 것 같다. 광안리에 가면 어디서 뭘 먹지? 광안리 일대에는 먹을 만한 음식점이 없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이다. 광안리 일대에 맛집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중 젊은 미식가들이 몰리는 두 곳을 소개한다. 취향대로 세밀하게 주문할 수 있어서 더 좋다.


파스타 에비노

"알 덴테를 고집하는 정통 트라토리아"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파스타 에비노'에는 올해 초에 처음 갔다. 그때도 파스타 맛은 괜찮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눈에 보였다. 그 뒤에 한 번, 최근에 한 번 더 가보니 이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거니 "'알 덴테(al dente)'를 고집하는 이탈리아 정통 트라토리아(TRATTORIA)"라는 소개가 나온다.

알 덴테는 스파게티 면을 삶았을 때 안쪽에서 단단함이 살짝 느껴지는 정도를 말한다. 요즘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알 덴테는 한국에 와서 고생을 좀 했다.

"왜 덜 익힌 면을 내놓느냐"는 야단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면의 식감보다는 국물을 중시해 온 우리 식문화와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트라토리아는 레스토랑보다는 가볍고 비스트로보다는 격식있는 식당을 뜻하는 말이다.

파스타 에비노는 알 덴테만을 고집하다 지금은 주문할 때 '알 덴테'나 '보통 익힘'으로 면의 상태를 선택하도록 했다. 음식의 양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양이 많으면 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배가 부르도록 해야 예의'라는 결론을 내리고 양을 늘렸다.

고르곤졸라 피자를 시켜 시원한 생맥주의 안주로 삼았다. 테라스에 앉으니 '광안리 배로 즐기기'이다.

한치 파스타.

파스타 종류가 14가지가 되니 뭘 시킬까 고민이 된다. 둘이서 한치 파스타와 가리비 파스타를 각각 시켰다. 뻑뻑한(이탈리아 스타일이다) 한치 파스타, 고소하면서 몸에 좋은 느낌이 난다. 한치는 파스타에 거의 다 들어가고 머리 부분만 장식이 되어 나왔다. 이날은 가리비 파스타가 더 좋았다. 고추를 갈아 넣어 맵싸한 맛이 사람을 유혹하고, 또 유혹했다.

최희광 대표는 "레스토랑은 너무 섬세해 신경 쓸 것이 많다"고 말한다. 남정민 셰프는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실력파이다. 가만 보니 대표, 셰프, 매니저가 다 여성이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레스토랑이 여름을 맞아 활짝 꽃을 피웠다. 이탈리아 가정식이 나오는 브런치가 여름 성수기 동안 쉬어서 아쉽다.

파스타 1만 5천∼2만 5천 원, 피자 1만 5천∼2만 원, 스테이크 점심 코스 2만 5천∼2만 9천 원.(부가세 10% 별도) 영업시간 평일 오전 11시 30분∼다음날 오전 2시 30분, 금·토·일 오전 4시까지. 부산 수영구 광안 2동 193의 4 대우아이빌 1층. 호메르스 호텔 옆. 051-756-2400.



호타루

"제대로 된 진한 국물이 생각날 때"

'호타루'의 생유자 히야시라멘

가끔 진한 국물의 일본 라멘이 당긴다. 전날 술이라도 한잔 했다면 더 그렇다. 물론 부산에도 일본 라멘집이 꽤 있다. 하지만 일본을 자주 여행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웬만큼 맘에 드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그것 참, 현지 맛이 나는 진한 일본 라멘이 먹고 싶은 것이다.

해운대에 있던 '호타루'가 광안리로 이전하며 라멘 맛이 더 좋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호타루'는 라멘과 술을 파는 멘사카바(麵酒場). 맥주 한잔 안 할 수 없다(이건 개인적 취향이다). 라멘이 나오기 전에 생맥주 한 잔과 명란 계란말이부터 시켰다. 그런데 명란 계란말이가 예술이다! 부드러운 계란이 입안을 감싸더니 명란이 톡하고 터진다. 계란이 정말 부드럽고 맛도 좋다. 유정란에 러시아산 명란을 쓴단다. 사소한 계란말이 하나가 사람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는지.

일본 라멘을 좋아했지만 냉라멘은 처음이었다. 생유자 히야시라멘은 토마토가 고명으로 올라간 모양도 예쁘고 유자향도 진해서 좋다. 맛은 생소했지만 밸런스가 좋아 거부감이 전혀 없다. 국물이 맛이 있어서 계속 먹게 만든다. 여름 한철 냉면 대체품으로도 좋겠다. 이 집 음식 잘한다는 생각에 라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면과 국물의 상태를 고를 수 있게 한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 딱딱하게-보통-퍼지게, 짜게-보통-싱겁게, 기름 적게-보통-기름 많이를 취향대로 결합시키면 된다. 돈코츠라멘 하면 후쿠오카만 생각했는데 도쿄 스타일의 돈코츠 라멘도 있었다. 동물계와 해조류계 수프를 혼합한 요즘 도쿄풍의 더블 수프를 사용한단다.

돈코츠 미소라멘.

여기서 맛본 돈코츠 미소라멘은 국물이 부산의 어느 라멘집보다 진하면서도 거북함이 없다. 면도 적당히 먹기 좋게 삶아졌다. 이 라멘의 국물이 사람을 잡아끈다. 한동안 여기 라멘 국물이 생각날 것 같다. 정건희 대표는 자기가 아니라 음식에만 집중해 달란다. 일본에는 면을 하려면 후지산만큼 면을 버려야 하고, 소금 뿌리는 데도 8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단다.

돈코츠 쇼유라멘 6천500원, 돈코츠 미소라멘 6천800원, 생유자 히야시라멘 6천500원, 명란 계란말이 8천500원, 야키우동 1만 3천 원.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6시∼오전 1시. 1·3주 일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남천동 3의 58. 남천동 파파이스 옆. 051-703-4692.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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