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난 바다 건너 길거리 음식 "해외여행 온 기분 좀 내볼까 ^^"

입력 : 2011-08-04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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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식 요구르트 라씨(오른쪽)와 치킨 카레 차파티 롤.

여름 휴가철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외쳐보지만, 헐렁한 주머니를 보니 우울해진다. 여행이 별 거 있겠나. 낯선 장소에서 보고 먹고 즐기는 것이지. 그렇다면 굳이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않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단 돈 몇천 원으로 해외 여행 떠나는 법을. 바로 외국의 길거리 음식을 만나는 것이다.


부산대 앞 '가네쉬'

진하면서 새콤달콤 … 인도식 요구르트 '라씨'

인도의 전통 음료인 라씨를 맛나게 파는 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라씨는 인도식 요구르트로, 우유를 12시간 이상 발효시킨 후 소금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든다. '가네쉬'의 요구르트를 먹기 위해 방학이면 서울에서 원정을 오고, 이 곳의 라씨 맛을 본 인도 사람들은 인도의 라씨보다 더 맛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단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가게를 찾아 나섰는데, 3평 남짓의 작은 가게라 몇 번을 지나쳤다. 라씨와 함께 출출함을 해결해 줄 차파티를 주문했다. 차파티는 인도식 빵으로 얇게 구워진 것이 특징이다. 인도에서는 차파티에 카레나 야채 등을 올려 먹는다. '가네쉬'에서는 차파티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도록 롤 형태로 만들었다.

3평 남짓의 작은 가게인 '가네쉬' 전경.

라씨를 듬뿍 담아 주는데, 가격이 2천 원밖에 하지 않았다. 보통 인도 음식 전문점에서는 라씨 한 잔을 배 이상 가격에 판다. 물을 탔나 의심하며 한 모금 쪽 빨아보니, 걸쭉함 때문에 입술에 힘이 좀 들어갔다.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어도 이 정도로 진하지는 않다. 박광애 사장은 12시간 이상 발효를 시킨다며 인도에서 배워온 특별한 방식 때문에 맛이 좀 색다르다고 소개했다. 진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단번에 더위를 날려버리는 듯했다. 특히 뒷맛이 깔끔한 걸 보니 값싼 시럽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치킨 카레 차파티 롤의 속재료 맛은 약간 매콤했다. 기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파티는 쫄깃하고 고소한 것이 역시 매력적이다. 물을 한 방울도 섞지 않고 우유로만 반죽을 한다니 영양 면에서도 그만이다. 차파티 안에 들어간 토마토와 양상추, 그리고 닭고기 등은 모두 신선하다. 박 대표는 간혹 재료가 남을 때는 모조리 버린다고 했다. 혹시라도 음식 먹은 사람들이 탈 날까 봐 걱정이 되어서다. 또 남은 게 아깝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파는 음식에도 사용할까 봐 스스로 경계하기 때문이란다.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고, 간단한 주전부리를 판다고 음식을 만드는 태도까지 얄팍한 건 아니었다. 수시로 새로운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는 대학가에서 7년 동안 이 원칙을 지키고 생존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동안 어려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가격을 올려도 좋으니 문을 닫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단골 학생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플레인 바나나 키위 라씨 2천 원. 치킨 카레 차파티 롤 3천 원.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7시 40분(재료 떨어지면 영업 종료). 부산 금정구 장전동 403의 18. 부산대학교 정문 앞 인쇄소 골목. 010-6677-5786.



서면 '와호장룡'

육즙과 불향의 조화 … 대만 국민간식 '화덕만두'

화덕의 불향과 육즙이 이색적인 불고기맛 화덕만두.

대만 음식은 홍콩이나 중국의 음식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어떤 대만 사람은 중국 고유의 음식 문화는 대만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장제스 총통이 중국의 유명 요리사들을 대거 데리고 대만으로 왔기 때문이란다. 또 대만 여행을 다녀온 누구는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도 한국의 중국집보다 맛나더라는 이야기도 했다.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대만 음식 파는 곳을 부산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대만의 '국민간식'으로 불리는 '화덕만두' 집이 올해 초부터 서면에서 영업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냉큼 달려 갔다.

주디스태화 신관 옆의 일명 '사주골목'의 끝에 '와호장룡'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 두 청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반죽을 둥근 통에 집어넣었다. 가까이서 보니 맙소사! 300도 가까운 뜨거운 화덕이었다. 그 벽면에 속이 꽉 찬 만두 반죽 50여 개를 붙이는 장면이 꽤나 신기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무게가 있는 만두 반죽을 화덕에 잘 붙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화덕에 만두를 붙이는 기술이 중요하다.
20분쯤 지나자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화덕만두가 완성됐다. 너무 뜨거워 종이를 여러 겹 겹쳐 간신히 잡은 후 불고기맛 만두를 조심스럽게 한입 물었다. 처음에는 뜨거워 맛을 못 느끼다가 점점 온도에 익숙해지면서 반죽의 고소한 맛이 전해졌다. 만두 속 잘게 자른 돼지고기에서 육즙이 흥건히 흘러나왔다. 화덕만두의 포인트는 이 육즙과 화덕의 불향이 느껴지는 바싹한 만두 피였다. 후추의 향과 맛이 좀 강하다고 하자 김성록(30) 사장은 대만에서는 후추를 비롯해 향신료를 더 많이 쓴다며, 한국식으로 완화한 것이란다.

대만 유학 생활 중 화덕만두 맛에 반한 김 사장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 김병수 사장과 의기투합해 가게를 열었다. 대만의 유명 화덕만두집 '대학구(大學口)'의 사장에게 장문의 편지로 설득한 끝에 몇 달간 가게에서 일하며 반죽과 불 조절하는 법 등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화덕을 직접 제작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4번의 실패 끝에 지금의 화덕을 완성했다고. 듣고 보니 이 만두는 화덕만큼이나 뜨거운 이들의 열정이고 청춘이었다.

카레맛과 불고기맛 두 종류를 판매하는데 카레맛이 약간 더 매콤하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먹기는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이색적인 맛을 경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1개 1천800원. 영업시간 낮 12시~저녁 11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83의 1 주디스태화 신관 104호. 010-8030-7558,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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