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면발, 개운한 국물 밀면 지존? 우리요 우리!

입력 : 2011-08-11 15:40:00 수정 : 2011-08-11 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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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깔려 보기만 해도 시원한 '수영원조소문난밀면'의 밀면.

부산에서 여름 음식으로 밀면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손님 대접에 서툰(?) 밀면은 명성에 비해 '전국구'로서의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미식가 한 분이 부산의 이름난 밀면집에서 밀면을 드시고는 "서울에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밀면 맛은 집집마다 다른 것이었다. 유명한 밀면집에 실망한 분께 덜 유명해도 진짜 맛있는 밀면을 바친다. 인스턴트 밀면 이야기는 추가 사리다.


평양냉면 방불케 하는 국물 맛 일품

■냉면의 추억 '수영원조소문난밀면'

이틀 연속으로 이 집 밀면을 먹으러 갔다. 근처까지 가서도 못 찾아 결국 전날 같이 간 사람에게 전화로 위치를 물었다. 어쩔 수 없는 길치인 기자도 문제지만 동네 사람 아니면 찾아가기 힘든 위치다. '대짜'로 시켜먹으며, 육수가 맛있다고 더 달라고 했다. 혹시 밀면집 차리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을 한다. 이것 참….

'수영원조소문난밀면'이 맛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답은 육수에 있다. 이 집 밀면 육수에서는 괜찮은 평양냉면의 맛이 난다. 부산에서만 냉면을 먹어본 분에게는 이 맛을 설명할 길이 없어 아쉽다.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이라면 서울의 '우래옥'을 최고로 친다. '우래옥'을 연상케 할 만큼 괜찮은 육수를 낸다. 육수 위에는 살얼음이 사르르 깔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양념이 섞이지 않은 냉육수를 그냥 드셔 보시라. 정말 슴슴하면서 속이 개운해진다. 이 집은 오전 8시부터 장사를 한다. 아무나 아침부터 밀면 장사 하는 게 아니다. 해장을 위해 이 집 밀면 찾는 손님도 꽤 된단다.

면 음식 마니아인 맛집블로거 '두리번양'은 이 집에 대해 "최고의 맛인지는 몰라도, 가장 순수한 밀면 맛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영동에서만 27년차인 내공을 자랑한다. 면 위에 오른 편육이 단 한 점으로 박해서 아쉽다. 새콤달콤한 강한 맛의 밀면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힘들게 찾아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밀면 보통 4천 원·대 5천 원·특대 6천 원. 밀비빔 보통 4천500원·대 5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9시. 부산 수영구 수영동 구락로 57번길. GS수퍼수영점 부근 코스모스꽃집에서 골목으로. 051-754-3762.




물·비빔 함께 먹는 맛 '색다른 재미'

■당감동 스타일의 '시민냉면'

'시민냉면'에서는 먼저 비빔으로 먹다 육수를 부어 물밀면으로 먹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물밀면을 시킬까, 비빔밀면을 시킬까? 인생은 이렇게 선택의 연속이다. 먹고 살기 바쁜 시민에게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는 밀면집이 있다. '시민냉면'에서는 일단 비빔으로 먹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육수를 붓고 양념을 더 넣어 물밀면으로 먹을 수 있다. 유독 당감동에 이런 밀면집들이 있어서 '당감동 스타일', 어떤 분은 '트랜스포머 밀면'이라고도 이름을 붙였다.

밀면을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양념 항아리 속 양념장을 찍어먹었더니 달짝지근한 것이 괜찮다. 밀면의 맛이 상상의 날개를 편다.

역시나 비빔밀면을 입에 넣으니 침이 그냥 고인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반응이 바로 일어나는 것이다. 혹시 더 강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장을 첨가하면 되겠다. 면도 냉면 못지않게 쫄깃하고, 냉육수에서는 또 감칠맛이 난다. 어느 정도 먹었다는 생각이 들자 육수를 붓고 양념을 첨가해 물밀면으로 만들었다. 스스로 만들어먹는 재미까지 선사해 주는 집이다.

이걸 재미있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으니 장점이지만, 맛의 측면에서 보면 또 단점이다. 아무리 양념을 첨가해도 중간에 육수를 부으면 약간 어중간한 맛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 집을 소개할 이유는 충분하다. 돌아서면 생각나는 맛이다. 밀면집이 다 그런지 몰라도 불난 호떡집처럼 워낙 정신이 없는 점은 아쉽다.밀면 5천 원, 사리 2천 원. 냉면 6천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부산 부산진구 당감4동 319의 4. 당감동 화승삼성아파트 옆. 051-895-8726. 


한국야쿠르트 '부산밀면' 출시

집에서도 밀면 한 그릇 'OK'

이제 집에서도 밀면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지난 5월에 인스턴트 라면 스타일의 '부산밀면'을 출시한 덕분이다. 인스턴트 밀면의 맛이 궁금해 마트에서 구입해 먹어 봤다. 분명 꼬들꼬들한 라면인데 '밀면스러운' 새콤한 맛이 나서 신기했다. 타향에서, 특히나 외국에서 부산의 밀면을 그리워하는 분에게 선물로 좋겠다. 국물이 매콤새콤을 지나쳐 좀 화끈거리는 것 같다. 원래 밀면은 생면으로 만드는데 기름에 튀긴 유탕면이라는 점도 아쉽다. 한국야쿠르트 측에 '부산밀면'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문의했다.



-밀면은 부산의 음식이다. 밀면이 전국 음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나.

△즉석식품으로 선보이기에 적합한 메뉴라 출시했다. 밀면은 맛의 다양성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메뉴라고 판단했다. 지역적으로 선호하는 입맛이 있겠지만 즉석식품으로 균일화하면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판매량은 어떤가. 특히 부산과 그 외 지방으로 나눠 보면.

△출시 후 월 20만 개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다양성 추구'라는 본연의 목적을 만족시키는 수치다. 부산지역 판매 비중은 40%나 되며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내년에는 좀 더 빠른 출시와 판촉 등으로 판매가 증가될 것으로 전망한다.

-집집마다 다른 밀면 맛을 어떻게 표준화할 수 있었나.

△부산 밀면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의 특성과 매콤 새콤 달콤한 국물 맛이 대중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 제품화가 용이한 부분을 모아서 맛으로 재현한 것이지 표준화된 맛이라고는 볼 수 없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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