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강원도 막국수'는 이런 겁니다

입력 : 2011-08-18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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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맛'으로 승부한다

'남경막국수'의 물막국수는 고춧가루만 달랑 올라간 군더더기 없는 양념이 특징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여름 음식은 밀면이다. 밀면보다 순한 여름 면 요리를 찾다가 막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막국수는 메밀로 면을 만들어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강원도 음식이다. 

하지만 주변에는 '부산의 맛'으로 바뀐 막국수가 대부분이다. 바뀌기 전의 맛, 그러니까 '강원도의 맛'을 만나고 싶어 수소문했다. 막국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밀 맛이라며 '막국수 본래의 맛'에 공을 들인 두 곳을 찾았다.


온천동 '남경막국수'

차원이 다른 깔끔한 육수 … 이 맛의 정체는?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메밀차 한 잔부터 내어 준다. 진짜 메밀국수집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라고 김한남(61) 사장이 강조했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럼 다른 막국수집에서는 가짜 메밀국수를 내어놓는다는 말인가? 의문이 드는데 김 사장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가 파는 국수 면발에는 메밀이 80%가 들어갑니다. 보통 집보다 메밀 함량이 높아요. 메밀은 소화가 잘돼서, 먹고 나면 속이 편할 겁니다." 그가 말하는 '진짜 막국수'는 메밀이 많이 들어간 것을 말했다. '진짜'의 맛은 일단 먹어봐야 알 일이다.

이내 나온 막국수를 보니 그동안 먹어봤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면 위에 고춧가루, 오이와 배 한 조각씩만 달랑 올라가 있다. 푸짐한 김과 깨, 빨간 양념은 어디로 가고…, 이게 무슨 자신감일까?

국물을 먼저 한 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참기름 맛이 약간 느껴졌지만 고소한 사골육수의 깔끔한 뒷맛에 "맛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소고기 맛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육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부드러운 감칠맛이 혀끝을 감싸면서 개운하게 마무리하는 맛. 도대체 이 맛의 정체는 뭐지?

어떻게 만드는지 캐물었다. 김 사장은 강원도 원주에서 막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처갓집의 비법이

메밀 함량이 높지만 약간의 탄력이 느껴진다.
라고 말했다. "육수에 김치 국물을 넣고 다른 것도 넣는데, 그건 아내가 담당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비법이라 더 이상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손님들이 음식 고유의 맛을 잘 느끼도록 일부러 과한 양념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했다.

국수 면발에서는 김 사장의 말처럼 투박한 메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메밀 함량이 높은 데 비해서는 상당한 탄력이 느껴져 의아했다. 김 사장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반죽의 노하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의 막국수 맛을 고집하지만, 면발의 식감만은 부산 사람 입맛을 고려했다. 원주의 장모님은 이 면발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툭툭 끊어지는 메밀의 본래 맛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밀면에 익숙한 부산 사람들에게는 개량된 면의 식감이 더 친숙할 듯했다.

젊은 사람들은 매콤하고 새콤한 비빔 막국수를 좋아하고, 어르신들은 물 막국수를 많이 찾는다. 10월 말께부터 메밀로 반죽한 만두를 넣은 만둣국도 판매하는데, 인기란다. 만둣국 맛도 사뭇 궁금해진다.

물 막국수·비빔막국수 5천 원. 쟁반 막국수(2인분 이상) 1만 1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10분~오후 9시 30분. 부산 동래구 온천1동 98의 17. 051-555-1399.



장전동 '우리막국수'

검은 점 빼곡한 거칠고 구수한 면발

'우리막국수'의 물막국수에서는 메밀 특유의 거친 맛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막국수는 면발의 메밀과 국물 맛으로 결정된다. 메밀로 면을 만들면 점성이 낮아 쉽게 끊어진다. 메밀과 전분의 비율, 또는 반죽의 기술이 면 맛을 결정한다. 부산도시철도 장전역 앞의 '우리막국수'는 메밀 특유의 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여름에는 물 막국수와 비빔 막국수 두 개만 가능하고, 겨울에는 메밀수제비와 칼국수도 판다. 물 막국수의 면발은 첫눈에 보기에도 메밀을 가득 품고 있었다. 보통 막국수보다 면발이 1.5배 정도 굵고, 면발에 메밀의 흔적인 검은 점이 빼곡하게 박혀 있다. 면발을 씹어 끊어보니 면발 안에 메밀이 뭉친 심이 보일 정도다. 면발은 점성이 거의 없고 뚝뚝 끊어진다.

모양만큼 메밀 특유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입안에 꺼칠한 맛을 남기고,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더했다. 강한 메밀의 맛 때문에 면이 아니라 메밀 빵을 먹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보통 막국수보다 1.5배는 
굵은 면발.
육수는 사골에 양파 당귀 무 등 10가지 넘는 채소를 함께 고아 만든다. 육수는 압도적인 메밀의 맛을 살리기 위한 '조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시원하고 개운하지만 강렬하지는 않았다. 옆에서 앉은 50대 여성은 이 국물 맛이 좋아 여름이면 거의 매일 이 집을 찾는단다. 천연 재료만으로 맛을 낸 '건강한 맛'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밋밋한 맛이 부산에서는 잘 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사람들 입맛에 맞춰서 장사하시면 더 가게가 잘 될 텐데요?" "강원도 음식을 어떻게 부산에 맞게 바꿉니꺼?" 김금숙(60) 사장의 말에 한 방 먹은 느낌이다. 김 사장은 강원도가 고향인 남편과 결혼한 후 시댁 근처 가게의 막국수를 맛보고 그 맛에 홀딱 반했다. 나중에 그 음식을 팔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자녀들을 다 키운 후 가게를 차려 9년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가게를 하는 이유는 결혼 초에 먹은 막국수 맛을 내기 위한 것이다.

이 집 막국수를 먹어본 이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한두 젓가락을 뜨고 못 먹겠다고 수저는 놓는 이와 생각이 날 때마다 이 집을 찾는 단골손님 두 부류다. 애당초 대중적인 맛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친 메밀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이에게 반가운 곳이겠다.

물 막국수·비빔 막국수 6천 원. 영업시간 11시 30분~오후 8시 30분. 부산 금정구 장전동 211의 11. 도시철도 장전역 3번 출구 앞 우남이채롬아파트 옆. 051-512-6990.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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