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와의 만남 "최고의 요리는 정성과 열정"

입력 : 2011-08-25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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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레스토랑 선정 기준은 뭔가요?" "맛, 분위기, 가격, 서비스…." 맛집을 찾는 마니아 가운데 레스토랑의 셰프가 누구냐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요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스타 셰프'를 꿈꾸는 이도 점차 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스타 셰프와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세계인을 상대로 요리를 하다 최근 부산에 정착한 '부산 사나이' 양지훈 씨와 이탈리아 출신의 페데리코 로시 씨가 주인공이다.


양지훈/ 센텀시티에 '레스토랑 G' 오픈

"셰프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헌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어디서 봤더라? MBC 무한도전 '식객 뉴욕편'에서 요리 멘토 '양 셰프'로 활약한 양지훈(37) 씨다. '르 코르동 블루'를 수료하고,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두바이 피에르 가니에르 호텔에서도 요리를 했다. 이런 양 씨가 지난달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내려와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G'를 열었다.

양 씨가 받는 첫 질문은 언제나 "부산에 왜 내려왔느냐"는 것이다. "부산이 고향이니까 왔다. 내가 직접 레스토랑을 하면 언제나 부산에서 하고 싶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이 한국을 대표하고, 나아가 세계의 중심도 될 수 있다는 모범답안을 덧붙인다. 그의 핸드폰 컬러링은 10년 넘게 '부산 갈매기'.

하지만 그의 부모님조차도 부산에서 프랑스 음식이 되겠느냐며 레스토랑 개업을 말렸다. 과감한 부산 사나이답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부산 사람들이 프랑스 음식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해야 한다. 거부감이 없어 쉽게 접할 수도 있고, 바다가 바로 옆이어서 좋은 식자재를 구하기도 쉽다." 부산에 레스토랑을 더 늘리겠다니 앞서 가는 사람의 생각은 역시 다르다.

썰어서 나오는 한우 갈비살 스테이크.

그는 스타 셰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셰프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조화를 강조하니 의외다. 그는 기왕이면 스태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달라고 부탁한다.

최고의 요리는 정성이 다르다. 사소한 곳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여름철에는 에어컨 찬바람에 음식이 식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서 내는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다. 그는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꼭 따고 싶어 한다. 부산이 정말로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G'는 3면이 유리다. 지나가다 밖에서도 보라는 뜻이다. 놀랍게도 스테이크를 아예 썰어서 내오고, 테이블에서는 소금과 후추를 치웠다. 가장 맛있는 상태로 나오는 양 셰프의 요리를 맛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화려한 경력, 유명세, 놀라운 자신감에 눌려 맛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

그는 야구를 좋아해 야구선수의 꿈을 꾸었단다. 요리의 메이저리거 출신 타자가 지금 부산에 섰다. 힘껏 휘두른 방망이에 맞은 공이 어디까지 날아갈까.

점심코스 3만 3천 원, 안심스테이크 3만 5천(여)∼4만 원(남). 부가세 10% 별도. 오전 11시∼오후 2시 30분, 오후 6시∼9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1514 센텀리더스마크 1층. 051-745-8881.
프로필

UAE 인터컨티넨탈 호텔
두바이 인터컨티넨탈 호텔
미국 레인 레스토랑
국제 요리 제과 전문대 겸임교수




페데리코 로시/ 파라다이스호텔 양식 부문 총주방장

"덜 만질수록 좋은 요리 된다"

허브크러스트를 올린 한우 안심 구이.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양식 부문 총주방장인 이탈리아인 페데리코 로시(41) 씨.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술과 담배를 전혀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흥미가 동했다.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의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을 두루 거친 20년 경력의 베테랑 셰프. 한국에 온 지는 7년이 되었다.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까? 로시 씨는“다행히 술에 알레르기가 있다"며 미소를 짓는다. 거의 모든 나라, 모든 셰프들이 예외없이 술을 많이 마셔 미각을 해치는 게 영 못마땅한 눈치다. 물론 좋은 와인을 적당히 가미하면 요리에 도움이 된다.

"한국에도 당신같은 스타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말을 건냈다. 한국의 TV도 즐겨 보는 그는 "쇼와 리얼리티는 다르다"고 딱 잘라 말했다. TV에 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은 재미는 있지만 쇼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셰프는 정말 일이 힘들단다. 이 힘든 일을 혼자 하려고? "셰프 혼자서는 좋은 레스토랑을 만들 수 없다. 심지어 셰프는 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며, 좋은 팀에서 스타 셰프가 나온다."

스타셰프에 앞서 좋은 셰프란 어떻기에…. "주방 스태프에게 철학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승부는 끝났다. 모든 사람은 요리를 할 수 있고, 레시피는 거의 다 똑같으니 레시피 이전에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 그 다음에 열정을 담아 요리를 하면 된다." 주방의 철학자를 만난 느낌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가 궁금해졌다. "너무 많이 만지지 마라. 오히려 덜 만질수록 좋은 요리다. 단순함으로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TV를 많이 보지 말고, 또 믿지 말라. 모든 사람의 퍼스낼리티는 다르니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열린 마음으로 일해라.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호텔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분이 총지배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인간 로시'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저온쿠킹과 드라이 에이징 방식을 적용, 맛의 깊이는 더하고 영양소 파괴는 최소화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 달 초부터 진행하는 '꼴라비니 셰프 테이블'은 식자재부터 메뉴 구성까지 100% 그의 작품이다. 최고의 재료로 요리한 메뉴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예약은 하루 한 테이블만 받는다. 051-749-2274.

프로필

대만 오스트리아 리알토 레스토랑
스위스 다보스 유럽 호텔 플라츠
이탈리아 베니스 호텔
이탈리아 볼자노 발가데나 호텔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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