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초량동 '고향집' 김치찜

입력 : 2011-08-25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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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 김치의 힘 … '추억 한 그릇' 뚝딱

음식 기사를 쓰면서 맛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취재를 하면서 화학조미료 맛이 얼마나 나는지, 재료가 국산인지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그러나 유독 그런 기자정신이 무뎌지는 음식이 있다. 술안주로 좋은 음식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술안주는 술 때문에 이성이 마비돼서 그렇다고 쳐도, 추억을 자극하는 음식은 왜 사람을 몽롱하게 만드는 것일까?

김치찜을 파는 부산 동구 초량동 '고향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런 의문이 다시 들었다. 계란 입힌 분홍 소시지, 양념 콩나물 무침, 깻잎 장아찌, 그리고 매콤하고 시큼한 김치찜…. 옛날 시골에서 할머니가 내놓은 밥상처럼 '촌스러운' 상차림이다. 간이 강한 음식은 좋은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강렬한 이집 김치찜에는 끌린다. 몸에 이롭지 않다는 이유로 햄도 잘 먹지 않는 내가 분홍색 소시지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 추억이라는 조미료가 강력하긴 하나 보다.

이 집 김치찜은 김치에서 나오는 양념 이외에는 별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안주인 장기순(49) 씨는 "김치찜이 뭐 별거 있냐"며, "김치 맛이 전부"라고 말한다. 그럼 김치를 어디 깊은 산골짜기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숙성시킨 걸 쓰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특별히 신경을 쓰긴 하지만 인근의 김치 공장에서 가져온단다. 그렇다면 시큼 매콤한 감칠맛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장 씨는 조리 시간과 불 조절이 관건이라고 했다. 부드러운 돼지 목살을 김치와 따로 삶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도 중요했다. 약간 달긴 하지만 개운한 맛의 깻잎 장아찌, 맑은 콩나물 국 등 다른 반찬들도 은근히 젓가락이 간다.

'김치=고향의 맛'이라는 생각에 상호도 그렇게 지었단다. 별것 없어도 밥 한 그릇 뚝딱하게 만드는 것이 고향의 맛, 김치의 힘이다. 점심시간 인근 회사의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집이다. 매운 갈비찜이나 안주용 김치찜도 팔지만 점심시간에는 김치찜 정식만 판다. 안주용 김치찜에는 두부와 참치가 추가된다.

일찍 식사를 하러 갔더니 장 씨의 딸이 김치찜을 먹고 있다가 손님이 들이닥치자 이내 상을 물리고 가게 일을 돌본다. 가족이 먹는 밥상과 똑같은 차림을 손님에게 내놓는 걸 보니 음식에 어느 정도 신뢰가 갔다.

김치찜 정식 6천 원, 매운 갈비찜 대 4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토·일 휴무). 부산 동구 초량동 1154의 3. 연합뉴스 건물 뒤편 가스충전소 옆. 051-465-9916.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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