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문현동 '국시24'

입력 : 2011-09-01 15:38:00 수정 : 2011-09-02 07: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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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순한 국물 일품… 정성 가득 밥식해 덤으로

국수는 한 끼 대접하기도, 또 얻어먹기에도 부담이 없는 음식이다. "국수 언제 먹여주노"라며 혼기 가득찬 미혼 남녀를 들볶을 때를 제외하면, 국수는 참 편한 음식이다.

'국시24'는 이처럼 편한 국숫집이다. 국수 먹으러 갔다 그냥 맛이나 보려고 동동주 한 사발을 시켜보았다. 이 집에서는 시중의 막걸리를 이렇게 동동주라고 부른다. 막걸리에는 살얼음이 예쁘게 깔렸다. 냉 육수통에 넣어서 보관했더니 이렇게 스스로 꾸미고 나왔단다. 물론 맛도 더 좋다.

가만 보자. 보기 드문 밥식해가 찬으로 나온 게 아닌가. 밥식해는 주로 경북 동해안에서 쌀이나 좁쌀에 무와 생선을 넣고 발효시킨 음식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밥식해 없이는 잔치도 못 치른다. 멀리 유학간 자식 입맛 돋우기 위해 부모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던 그런 음식이다.

혹시? 역시나 천영애 대표의 고향이 포항하고도 구룡포란다. 하지만 밥식해는 부산에 와서 눈물의 변신을 해야 했다. 부산 사람들이 식해에 든 가자미가 비리다고 타박하는 바람에 지금은 생선을 빼고 그냥 만든단다. 좀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다. 양념을 아끼지 않고 정성을 기울인 겉절이도 입맛을 마구 당긴다. 이 두 가지만 해도 밥 한 그릇은 금방 다 먹겠다.

때깔이 꽤 괜찮아 보이는 국수가 나왔다. 대동할매국수, 혹은 구포국수 스타일이다. 잘게 썬 청양고추를 국수에 올리고 뜨거운 육수를 부으며 맛있으라는 주문을 왼다. 국수 육수가 주는 첫 느낌은 '이 정도면 괜찮다'였다. 디포리(밴댕이)만 넣었다는 육수에서는 순하고 맑은 느낌이 난다. 이 육수만 따로 마셔 보았다. 먹을수록 진한 맛이 나지만 구포국수처럼 아주 센 맛은 아니다. 손님 한 분이 이 집을 "앞에서는 식해가 당기고 뒤에서는 육수가 미는 집이다"라고 멋지게 표현했다. 매콤달콤한 비빔국수는 여성에게 인기가 더 높다. 국수와 같은 육수를 사용하지만 참기름과 김치가 들어가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묵채도 이 집의 매력.

비 오는 날 술 한 잔 하기에도 좋겠다. 안주로는 명태찜이 어떨까. 잘 말린 명태에 맵싸한 양념을 곱게 발랐다. 꾸덕꾸덕한 명태 살 발라 먹는 재미에 쏙 빠져든다. 정구지전에 막걸리만 있으면 세상 근심을 잊겠다.

천 대표가 이 집에 대해 거창하게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작은 동네 국숫집에 거창한 메뉴 따위는 없다.

국시 3천500원, 비빔·콩 국시 4천500 원, 정구지전 5천 원, 메밀묵채 4천500원, 명태찜 1만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문현2동 789의 9. 하모니웨딩홀 뒤편 성동중학교 앞. 051-636-6788.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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