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게장 집 2곳] 이 집 게 푸짐한데다 가격도 싸네

입력 : 2011-09-01 15:40:00 수정 : 2011-09-01 15: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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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이 밥집'의 게장 정식은 밑반찬이 푸짐하고 맛도 좋다

게장을 좋아하는 친구가 게장 잘하는 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게장 맛이 가장 좋은 때는 봄이라던데, 웬 게장 타령이냐고 물었다. "철이 아니어도 먹고 싶은 걸 어떡하냐"며, 멀쩡한 사람도 철모르는 철부지(?)로 만드는 음식이 게장이란다. 

신문에서 이달 중순에 금어기가 풀린 꽃게가 풍년이라는 기사를 읽고 좀 싸게 즐길 수 있을까 알아봤더니, 유명 게장 음식점에서는 한 끼에 2만 원 정도 한다고 울상이다. 그런 부탁 하나 못 들어주겠느냐며 수소문에 들어갔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수준의 게장 집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철부지 친구를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 어렵사리 두 곳을 발견했다.


지영이밥집

간장+양념+14가지 밑반찬 '한그릇 뚝딱'

· 한 상 가득 푸짐한 밥상 '지영이 밥집'

맛난 게장이 올라간 밥상에서 다른 찬은 홀대받기 일쑤다. 하지만 이 집 반찬들은 일명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다. 우선 가짓수가 압도적이다. 1인당 7천 원 하는 게장 정식에 나오는 밑반찬이 무려 14가지다. 원래 18가지였는데, 상이 좁아 손님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줄인 게 이 정도다.

푸짐한 상차림에 놀라자 한수정 사장이 한마디 했다. "우리 집은 가짓수보다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야! 내가 음식 솜씨가 좀 있거든." 자랑을 참 담담하게(!) 해서 전혀 거짓말 같지 않았다. 먹어 보니 '역시나'였다. 맨 먼저 한 입 크기의 부침개를 먹어 보니 간이 삼삼하니 맛났다. 부드럽고 고소한 들깨찜, 바싹 구운 고등어구이, 미더덕과 새우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 맛도 모두 수준급이다. 과연 자랑할 만한 솜씨였다.

이 집에는 게장 정식만 파는데, 정식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함께 나오는 것도 매력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게 크기가 작아 게살 발라 먹는 재미가 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장과 양념 맛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양은그릇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양념게장은 매콤하면서 뒷맛이 산뜻했다. 한 사장은 고춧가루 양념의 텁텁한 맛을 없애는 데 특별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게 껍질이 부드러워 아예 통째로 씹어 먹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이 든 고객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게가 크면 껍질이 단단해서 입 안을 다치기 쉽고 먹기가 불편해 일부러 작고 껍질이 부드러운 게를 쓴다고 했다. 맛있는 간장게장도 숟가락이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짜지도, 달지도 않은 딱 좋은 간장게장 맛이다.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고 나서도 아쉬워 아예 간장 국물만 연거푸 퍼 먹게 된다.

이 집 바로 옆에 '지영이네 꽃게정식Ⅱ'가 있는데, 상호만 빌려 준 것이고 주인은 다르다. 도시철도 만덕역 앞에는 아들이 운영하는 같은 상호의 가게가 있다. 포장도 가능하다.

게장 정식 1인분 7천 원(2인상 이상 주문 가능).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부산 북구 구포2동 1004의 23. 도시철도 구명역 3번 출구와 가람중 사이. 051-341-9936.



화진정

알이 꽉 찬 암게 그 부드러운 속살

·싱싱하고 오도통한 게살 '화진정'

 

'화진정'의 '스페셜 게장'.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그리고 알밥이 함께 나온다.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 맛으로 게장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싱싱한 게살의 맛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이 집은 부담이 덜한 가격에 게살 맛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메뉴판을 보니 게장 종류가 3가지다. 양념게장, 간장게장, 스페셜 게장. 스페셜 게장에는 '알이 꽉 찬 암게 보장'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보통 봄에 산란기를 앞둔 암게가 알이 꽉차서 맛나다고 한다. 가을에 어떻게 그런 암게를 사용할 수 있냐고 하자 봄에 잡아 급냉동시킨 것을 사용한다고 했다.

먹기 전에 출신 성분(?) 파악부터 했다. 스페셜 게장에는 암꽃게로 만든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함께 나온다. 일반 양념게장에는 암꽃게를, 일반 간장게장에는 암수 구분 없이 삼점게를 넣어 만든다. 1천 원을 추가하면 계란 노른자와 파, 김 등이 들어간 '알밥' 재료를 준다. 맨밥보다 더 부드러운 맛을 내기 때문에 '알밥'을 주문했다.

상이 차려지자 다짜고짜 간장게장의 간장을 한 숟가락 떠먹어 보라고 했다. 그리 짜지 않다고 말하니 간장게장 소스 세 숟가락을 떠서 밥과 함께 비벼 먹은 후 양념게장을 먹으라고 말했다. 먹는 방법을 별도로 설명해 주는 것이 생소했지만, 수 년간 장사를 해 오며 그 나름대로 연구한 것이라는 생각에 그 지시를 고분고분 따랐다.

일반 간장게장은 스페셜의 게보다 크기가 약간 작지만 게의 살집이 제법 도톰하고 약간 차졌다. 상대적으로 스페셜 게장의 게살은 더 부드럽다. 박임숙 대표는 가을에는 수게 살이 더 쫀득하지만, 암게의 노란 알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스페셜은 언제나 암게를 내놓는다고 말했다.

양념게장의 양념은 입에 들어가는 순간 확 퍼지는 매운 맛이 났다. 국산 고춧가루에 후춧가루와 몇 가지 비법의 천연 재료를 넣는다. 이 독특한 양념 맛을 좋아해 다른 지역이나 일본 손님이 자주 찾는다. 매콤하면서도 개운한 단맛이 나는 이 양념게장도 역시 '밥도둑'이었다.

간장·양념게장 7천 원. 스페셜 게장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둘째, 넷째 월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전포1동 677의 10. 부산중앙중 정문 인근. 051-806-7764.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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