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을 좋아하는 친구가 게장 잘하는 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게장 맛이 가장 좋은 때는 봄이라던데, 웬 게장 타령이냐고 물었다. "철이 아니어도 먹고 싶은 걸 어떡하냐"며, 멀쩡한 사람도 철모르는 철부지(?)로 만드는 음식이 게장이란다.
신문에서 이달 중순에 금어기가 풀린 꽃게가 풍년이라는 기사를 읽고 좀 싸게 즐길 수 있을까 알아봤더니, 유명 게장 음식점에서는 한 끼에 2만 원 정도 한다고 울상이다. 그런 부탁 하나 못 들어주겠느냐며 수소문에 들어갔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수준의 게장 집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철부지 친구를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 어렵사리 두 곳을 발견했다.
지영이밥집
간장+양념+14가지 밑반찬 '한그릇 뚝딱'
· 한 상 가득 푸짐한 밥상 '지영이 밥집'
맛난 게장이 올라간 밥상에서 다른 찬은 홀대받기 일쑤다. 하지만 이 집 반찬들은 일명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다. 우선 가짓수가 압도적이다. 1인당 7천 원 하는 게장 정식에 나오는 밑반찬이 무려 14가지다. 원래 18가지였는데, 상이 좁아 손님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줄인 게 이 정도다.
푸짐한 상차림에 놀라자 한수정 사장이 한마디 했다. "우리 집은 가짓수보다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야! 내가 음식 솜씨가 좀 있거든." 자랑을 참 담담하게(!) 해서 전혀 거짓말 같지 않았다. 먹어 보니 '역시나'였다. 맨 먼저 한 입 크기의 부침개를 먹어 보니 간이 삼삼하니 맛났다. 부드럽고 고소한 들깨찜, 바싹 구운 고등어구이, 미더덕과 새우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 맛도 모두 수준급이다. 과연 자랑할 만한 솜씨였다.
이 집에는 게장 정식만 파는데, 정식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함께 나오는 것도 매력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게 크기가 작아 게살 발라 먹는 재미가 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장과 양념 맛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양은그릇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양념게장은 매콤하면서 뒷맛이 산뜻했다. 한 사장은 고춧가루 양념의 텁텁한 맛을 없애는 데 특별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게 껍질이 부드러워 아예 통째로 씹어 먹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이 든 고객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게가 크면 껍질이 단단해서 입 안을 다치기 쉽고 먹기가 불편해 일부러 작고 껍질이 부드러운 게를 쓴다고 했다. 맛있는 간장게장도 숟가락이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짜지도, 달지도 않은 딱 좋은 간장게장 맛이다.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고 나서도 아쉬워 아예 간장 국물만 연거푸 퍼 먹게 된다.
이 집 바로 옆에 '지영이네 꽃게정식Ⅱ'가 있는데, 상호만 빌려 준 것이고 주인은 다르다. 도시철도 만덕역 앞에는 아들이 운영하는 같은 상호의 가게가 있다. 포장도 가능하다.
게장 정식 1인분 7천 원(2인상 이상 주문 가능).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부산 북구 구포2동 1004의 23. 도시철도 구명역 3번 출구와 가람중 사이. 051-341-9936.
화진정
알이 꽉 찬 암게 그 부드러운 속살
·싱싱하고 오도통한 게살 '화진정'
'화진정'의 '스페셜 게장'.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그리고 알밥이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