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채소 사러 가자" 부산 주부들 새벽시장에 발길

입력 : 2011-09-20 10:49:00 수정 : 2011-09-20 14: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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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농산물과 시골 인심이 넘쳐나는 전통시장인 경남 김해시 부원동 부원새벽시장이 경전철 개통으로 활력을 찾고 있다. 김길수 기자

"경전철 타 봤어요?"

부산~김해경전철이 지난 9일 개통된 후 김해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인사 풍속도다.

1992년 8월 국내 최초의 경량전철 건설 정부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지 20년 만에 개통되다 보니 요즘 김해에선 '경전철'이 단연 화젯거리다. '철도 불모지'였던 김해에 경전철이 등장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기대도 크다.

"경전철 타 봤어요?" 새 인사 풍속도
부산·공항 이동 편리, 역세권 개발 붐
가야문화 재조명·지역 발전 새 동력



■활기 찾는 전통시장

김해 도심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부원동 부원새벽시장. 경전철 부원역과 바로 연결된 이곳은 경전철 개통과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전통시장(4천여㎡)인 이곳에는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김해지역에서 생산된 온갖 채소와 계절 과일이 쏟아져 나온다. 부원새벽시장은 변변한 건물이 없는 난전이지만 경전철이 개통되면서 김해 북부동과 어방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 주부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경전철이 다니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게 주효했다.

부산도시철도와 환승할 수 있는 사상역과 대저역에서 경전철을 이용한 부산지역 주부와 상인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10년째 채소를 팔고 있는 박 모(67·여) 씨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사러오는 부산지역 소비자가 갑자기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장과 바로 연결된 경전철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시 조재훈 공보담당은 "거가대로처럼 부산으로의 '빨대효과'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김해의 신선한 농산물과 문화유적지 등이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흡수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가야문화

김해지역 시민이 부산으로 가는 횟수는 당연히 늘었다. 백화점 쇼핑과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하지만 김해에는 부산이 갖지 못한 보물이 있다. 바로 '가야문화'다. '2천년 고도(古都)' 가야의 맹주인 금관가야 수로왕릉을 비롯한 가야문화의 본산이 바로 김해이기 때문이다.

가야문화의 진수를 간직한 김해는 그동안 불편한 교통여건으로 인해 부산지역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한계가 많았다. 그러나 경전철 개통으로 가야문화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김해시는 경전철 역명도 '박물관역'과 '수로왕릉역'으로 정했다.

박물관역 인근에는 가야문화의 본산인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군, 고분군박물관, 가야의 거리, 김해시민의 종, 김수로왕의 탄생설화가 깃든 구지봉, 수로왕비릉 등이 산재해 있다. 또 수로왕릉역 근처에는 수로왕릉을 비롯해 김해한옥과 봉황동유적지공원, 해반천,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김해5일장 등이 연계돼 있다.

김해시는 가야문화 유적이 부산지역 초등학생의 역사체험교육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부산시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 전망이 탁 트인 김해평야와 공연시설이 현대화 된 김해문화의 전당, 연지공원 등도 경전철 이용객들의 명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달라진 교통문화

부산~김해 두 도심 간 차량 기준 통행시간이 1시간 30분~2시간 이상 걸렸던 것이 경전철 개통으로 인해 40분 이내로 단축됐다.

그동안 김해 시내와 연계교통이 부족했던 김해국제공항도 이용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서울 출장이 잦은 김 모(56) 씨는 "비행기 탑승시간을 맞추기 위해 예전에는 비싼 요금을 내고 택시를 탔지만, 경전철이 생겨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서울 출장길이 훨씬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전철이 인기를 끌자 공항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김해지역 택시 운전사들은 울상이다. 개인택시 기사 김 모(65) 씨는 "하루 2~3건이던 공항손님이 거의 없어졌다"면서 "예전에는 공항을 빠져 나오는 사람 반 이상이 택시 손님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경전철역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치도 '쑥쑥'

인제대 동남권발전연구소는 올 초 경전철 노선 및 역사를 따라 반경 2.1㎞ 이내에 위치한 4만 913가구의 부동산 시가총액이 11조 8천억 원에서 14조 3천억 원으로 오를 것이라 예측했다.

이 같은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해시내 12개 역 주변을 중심으로 대형 상가와 유통시설 건립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와 사업시행자인 고려개발㈜은 경전철 부원역 앞 7만 4천510㎡의 터에 타워형 아파트와 특급호텔,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단지 '아이시티(I' CITY)'를 다음 달 착공할 예정이다. 경전철이 통과하는 외동 봉황역과 수로왕릉역 인근에도 시외버스터미널과 연계한 상가 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김맹곤 김해시장은 "일시적인 부산 빨대효과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전철은 김해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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