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연산동 '장생포 고래 전문점'

입력 : 2011-09-29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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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고래고기와 '깊은 맛' 홍어

홍어와 고래고기. 둘은 묘하게 경쟁이 된다. 홍어 요리가 전라도에서 유래한 음식이라면 고래고기는 울산 등 경상도에서 주로 먹는다. 둘 다 한 번 그 맛에 빠져들면 좀체 헤어나지 못한다. 열렬한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야구로 치면 선동렬과 최동원 쯤 되겠다.

연산동의 '장생포 고래 전문점'. 상호로 보자면 밋밋한 이름이나 남다른 음식점이다. 고래 전문점이라 했으나, 실상은 고래고기와 홍어를 주 메뉴로 삼고 있다. 고래고기도 좋고 홍어도 좋다는 사람이거나, 고래고기 마니아와 홍어 마니아가 함께 자리하면 좋은 집이다.

주인 성덕임(44) 씨는 처음에는 고래고기를 팔았다. 제법 손님이 흥했는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단다. 고래고기가 워낙 비싸다 보니 몇 사람 앉아서 먹다 보면 가격이 만만찮다. 손님도 부담이고, 자신도 많이 내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그래서 좀 싼 홍어를 내놓자 했단다. 마침 전남 진도에 홍어 관련 일을 하는 친척이 있어 거기서 홍어를 넘겨 받기로 하고 메뉴에 추가했다. 걱정 반 기대 반, 그랬는데 의외로 손님들 반응이 좋았다.

그는 고래고기를 맑게 내놓다고 했다. 사람들이 고래고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고약한 냄새 때문인데, 좋은 재료를 구입해서 깨끗하게 숙성해 냄새를 없앤다고 했다. 양념장도 고래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 진한 양념 대신 맑은 멸치 젓갈 위주로 내놓는다. 수육, 막찍기, 육회, 찌개로 내놓는데, 대체로 깔끔한 편이다.

홍어는 부산 사람들 입맛에 맞게 적당히 삭힌 것을 진도에서 받아와 3일 정도 더 숙성시킨다고 했다. 그럼 맛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홍어회 위주로 내놓는데, 강렬함 대신 홍어 특유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오래 남는 게 이 집 홍어의 특징이다.

차림표에는 없지만 이 집 단골은 오리탕도 자주 시켜 먹는다. 단, 예약을 해야 한다. 오리탕은 별미인데, 무쇠솥에 장작으로 불을 지펴 끓여 낸다. 가스불에 해 보니 제 맛이 안나더란다.

짐작하시겠지만, 성 씨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고래고기와 홍어, 오리탕 외에도 손님들이 이리저리 요리해 달라는 대로 웬만큼은 해준다. 닭볶음탕도 이 집 단골들이 자주 부탁하는 요리다.

"장사도 장사지만 우선은 사람들이 와서 흥겹게 놀다 가는 모습이 좋아요. 모처럼 모였는데 돈 때문에 흥이 깨지는 건 아깝잖아요. 또 맛나게 먹고싶은 게 있는데 못해 준다면 그도 안될 말이죠."

고래 수육 3만~5만 원, 고래 막찍기 3만 원, 고래 육회 3만 원, 홍어 3만 원. 영업시간 오후 4시부터 11시 30분까지. 일요일 휴무. 부산 연제구 연산5동 1141의 8. 연제자동차매매단지 옆. 051-852-0089.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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