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바다향 물씬, 살 꽉 찬 고단백 '보약' 드셔보세요"

입력 : 2011-09-29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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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본가'의 주인 박희자 씨가 전복갈비찜을 손질하고 있다. 전복의 쫄깃한 식감과 소갈비의 부드러운 식감이 잘 어우러진다.

 전복은 가을에 최고로 맛이 든다. 살이 꽉 차고 윤이 나며, 달다. 바다향도 한결 짙어진다. 그 향과 맛을 온몸으로 느끼며 소주 한 잔 털어넣으면 다른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맛도 맛이지만 몸에 기운을 보태는 효능도 가을에 한껏 높아진다. 고단백의 전복은 원기 회복은 물론 피부 미용에 좋다. 남자의 정력에도 탁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을, 전복 한 번 드셔 보라는 이야기다. 꽤 비싼 축에 들지만, 몸에 좋다는데야 약간의 무리는 용서되지 않을까?


# 한식으로 맛 본 전복요리 … 부산 초읍동 '돌쇠본가'

초읍 어린이대공원 인근의 '돌쇠본가'는 한식 형태로 전복요리를 하는 집이다. 전복갈비찜이 대표 메뉴. 전복죽과 전복찜, 전복구이, 전복돌솥밥도 한다. 전복갈비찜과 전복돌솥밥을 달라 했다. 전복갈비찜은 2인분(중)이 4만 9천 원, 4인분(대)이 7만 9천 원이다. 전복돌솥밥은 1인분 1만 5천 원. 전복, 역시 비싸다.

전복 갈비찜 한상 차림

■ 달큰한 전복갈비찜

주방에서 끓여 나온 전복갈비찜은 일견 얼큰해 보였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물은 약간은 걸쭉한데, 풀린 양념장은 붉은색으로 진했다. 거기에 전복, 갈비, 가래떡, 대추, 은행, 버섯, 마늘…. 전복은 완도산, 갈비는 엘에이(LA)갈비라 했다.

일단 한 입! 얄팍한 맛은 아니다. 전복의 쫄깃함과 갈비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지는 식감도 식감이지만, 전복과 갈비에 밴 달큰함이 오래 남는, 그래서 뒤끝이 좋은 맛이다. 주인 박희자(43) 씨는 이 맛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단다.

"처음에는 전복과 돼지갈비로 했어요.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원했는데, 맛이 안나는 거예요. 서울에서 잘한다는 곳까지 찾아가 맛을 봤지만, 안 맞았어요. 그래서 이리저리 고치고 연구하다 소갈비를 쓰고, 또 고추양념장을 직접 개발했지요."

개발한 고추양념장이 전복갈비찜 맛의 비결이라 했다. 고추양념장에 단맛을 배게 했는데, 단맛은 설탕을 쓰지 않고, 파인애플과 레몬, 오렌지 같은 과일을 5종류 이상 쓴다고 했다.


전복돌솥밥
매생이국

■ '별미' 전복돌솥밥과 매생이국

전복돌솥밥. 밥알이 윤기가 나고 차지다. 깔끔하게 썰린 전복이 은행, 밤, 버섯, 대추, 소라 등과 잘 어우러져 있다. 좋은 향이 난다.

박 씨는 "그냥 밥이 아니라 보약"이라며 "눈에 보이는 거 안 보이는 거 합쳐서 1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했다.

눈에 안보이는 거? 그중 한 가지가 밥 짓는 데 쓰는 물이라 했다. 그냥 물로 밥을 하는 게 아니라 육수를 내서 그 물로 한다는 것. 육수에는 가쓰오부시, 멸치, 마른새우, 대파, 무, 양파, 다시마 등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하면 밥이 차지고 윤기가 난다고 했다.

밥에는 국물이 필요할 것인데, 박 씨는 "이왕 오신 거 맛 한번 보시라"며 매생이국을 내왔다. 파래와 비슷한 바다식물인 매생이는 주로 전라도에서 채취되는데, 이 집은 해남 것을 쓴다고 한다.

"달고 향 좋고, 암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 집 별미"라 했다. 따로 매생이정식(1만 원)을 차림표에 올려 놓았다.


■ 집밥 먹는 가정집 분위기

이 집, 요란한 음식점이 아니다. 보통의 가정집 분위기다.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은 집밥을 먹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주택에 그대로 음식점을 차린 것이다. 2층엔 주인 내외가 산다. 고급 저택은 아니나 마당에 감나무 등 과일나무와 화초가 가득하다. 한데, 찾기가 꽤 어렵다. 부산 어린이대공원 정문 인근의 주택가 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가면 골목을 몇 번이나 헤매게 된다. 반드시 주인에게 위치를 확인해야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 오전 10시쯤 문을 열어 오후 9시 조금 넘어까지 영업한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102의 4. 051-804-7980.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 일식으로 맛 본 전복요리 … 부산 구포동 '대웅'


'대웅'의 김종복 사장이 전복초밥을 담아 내고 있다. 전복을 술찜해 초밥 위에 얹은 것인데 야들야들하면서도 단맛이 느껴진다.

김종복(50) 씨. 부산 구포역 인근에 있는 일식요리전문점 '대웅'의 사장이다. 나이 열일곱에 일식요리계에 첫발을 디딘 뒤 '대웅'(옛 '곰초밥')에서 18년간 직원으로 일하다 원주인으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다시 10년, 도합 28년을 '대웅'에서 일식요리를 만들어 왔다. 그에게 일식 전복요리를 부탁했다. 

전복 일식

■ '꼬들꼬들 오독오독' 전복회

먼저 내놓은 건 전복회. 1인분에 6만 원 받는 요리다. 썰어 나온 전복살이 맑다. 꼬들꼬들 오독오독. 입 안에서 전복살이 논다. 역시 전복은 할 수만 있다면 회로 먹는 게 제일 좋다. 그 맛과 향이 온전히 느껴진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전복을 생으로 회를 낼 때는 비린내를 없애는 게 관건이다. 살아 있는 놈 위에 소금을 조금 뿌려두면 1∼2분 쯤 뒤 전복이 꿈틀거리며 이물질을 뱉어내는데, 이를 물에 씻어 내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전복회 먹을 때 별미로 즐길 수 있는 게 '게우'라 불리는 전복 내장이다. 전복 영양분의 70% 이상이 내장에 있다고 한다. 기름소금을 듬뿍 찍어 통째로 입에 넣어 오물거리면 쌉싸래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내장은 암수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초록색이 진한 게 암놈 것이고, 노란색을 띠는 게 수놈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수놈의 것을, 남자는 암놈의 것을 먹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전복송이버터구이

■ 향으로 먼저 먹는 전복송이버터구이

전복을 생으로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전복송이버터구이를 먹어 보는 것도 괜찮다. '대웅'에선 코스 요리 중 하나로 내놓는다. 손님이 원하면 적당한 가격에 별도로 내놓을 수도 있다고 한다.

버터와 송이의 향이 전복과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게 핵심이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재료를 한꺼번에 볶으면 안된다. 먼저 전복을 끓는 물에 통째로 데친다. 데친 전복을 잘라 은행을 넣고 식용유에 같이 볶다가 밑간해 둔 양파, 피망, 버섯 등을 넣고 더 볶는다. 버터는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김 씨는 "이 순서를 잘 지켜야 송이향과 버터향이 전복에 제대로 배어든다"고 했다. 데쳤다고는 하나 오도독 씹히는 식감은 살아 있다.

차림표에 없는 전복초밥도 만들어 달랬다. 한다면 1인분 5만~6만 원 선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초밥 위에 전복회 한 점 얹는, 그렇게 간단한 요리가 아니란다. 김 씨는 전복살을 술찜한다. 술(청주) 하고 물 하고 1 대 1 비율로 섞은 것에 전복을 담가 약한 불에 2시간가량 조린다. 그럼 살이 부드러워지고 비린내도 가신다. 단맛도 자작자작 배어난다. 실제 김 씨가 내온 전복초밥은 야들야들하니 부드러우면서도 단맛이 느껴졌다. 전복 내장도 그냥 내놓지 않고 기름에 볶아서 내놓았다. 맛이 삼삼했다.



대나무 술국

■ 숙취 제거에 좋은 대나무 술국

술 한잔 안 걸칠 수 없다. 소주를 주문하니, 김 씨는 그 전에 자기가 만든 일종의 술국을 한번 마셔 보라 했다. 길이 10㎝ 쯤 되는 대나무통 안에 맑은 국을 담았는데, 구수하고 시원했다. 게, 팽이버섯, 새우, 청경채, 대파 등을 넣고 대나무통 채로 찐 것인데 숙취를 말끔히 제거한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술을 쾌히 마셨다. 뒷날, 숙취는 없었다.

이 집은 가끔 큰일이 있을 때 쉴 뿐, 연중 무휴로 영업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다. 부산 북구 구포2동 1060의 262. 051-332-1446. 임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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