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과 육고기 … 한입 가득 삼합의 조화

입력 : 2011-10-06 15:54: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음식 재료가 있다. 잘 알려진 것이 홍어 삼합이다. 홍어와 돼지 수육을 묵은지에 싸 먹으면 홍어의 알싸함과 수육의 부드러움, 묵은지의 개운한 맛이 한데 어울려 환상적인 맛을 낸다. 

홍어 삼합 뿐 아니라 해산물과 육고기를 함께 먹는 식의 삼합이 지역마다 몇 가지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단번에 화제를 모은 장흥의 '한우 삼합'과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갈미조개를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갈삼구이'도 그 중 하나다.


명지 '선창회조개구이' 갈삼구이

갈미조개 + 삼겹살 + 콩나물


묵은지와 김에 싸 먹으면 갈미조개의 은근한 단맛과 삼겹살의 감칠맛, 콩나물의 식감이 한데 어울려 입에 착 감긴다.

·감칠맛 종결자

갈매기의 부리 모양을 닮은 '갈미조개'는 명지에서 많이 나 '명지조개'라고도 불린다. 수 년 전 부터 갈미조개와 함께 삼겹살, 콩나물을 불판 위에 올려 구워 먹는 '갈삼구이' 가게가 명지 쪽에 하나 둘 생겼다.

명지 선창 회 타운의 '선창회조개구이'는 10년 전부터 조개구이를 팔았다. 김필숙 대표는 5년 전 우연히 창원에 갔다가 콩나물을 구워 먹는 걸 봤는데 신기하더란다. 그래서 조개구이와 콩나물을 얹어 팔다가 삼겹살을 더하고 다시 묵은지와 김을 더해 지금의 갈삼구이를 만들었는데, 그게 명지 일대에 퍼졌다고 했다,

갈삼구이를 주문하자 윤기가 자르르 도는 갈미조개와 먹음직한 삼겹살, 그리고 살짝 데친 콩나물이 등장했다. 한눈에 봐도 좋은 재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을 싸먹을 김과 묵은지를 손바닥에 차례로 얹고 지글거리는 불판을 쳐다보고 있자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런데 가만 보니 모두 5가지 재료 중에 튀는 맛을 가진 재료가 없다. 홍어 삼합에서 홍어의 톡 쏘는 맛처럼 입안에 포인트를 줄 녀석이 없는 것이다. 자칫하면 밋밋한 맛이 날 것 같다. 너무 많은 재료를 함께 넣어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맛일까 은근히 걱정도 됐다.

삼겹살이 다 익자 5가지 재료를 차례로 포개어 한 입에 넣는다. 조갯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느껴진다. 간간한 맛에 모래가 전혀 씹히지 않는 깔끔한 맛이다. 이어 삼겹살 특유의 풍미가 조갯살을 감싼다. 아삭거리는 콩나물의 식감이 삼겹살과 조갯살과 잘 어울린다.

씻은 묵은지의 시원한 맛과 김의 감칠맛이 맛을 마무리한다. 김 대표는 좀 싱겁다면 함께 나온 양파를 넣어 먹어 보라고 권했다. 양파를 넣으니 맛에 생동감이 조금 더 생긴다.

5가지 재료 중 맛을 이끌어줄 톱스타(?)는 없지만 내공 깊은 주연들의 조화가 무척 매력적이다. 자극적으로 혀끝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순한 여운이 남는 맛이라 먹으면 먹을수록 끌린다.

김 대표는 질 좋은 재료를 써야 이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개는 김 씨의 남편이 이틀에 한 번 씩 다대포 앞 바다에서 잡아 오는 것을 사용하고, 삼겹살도 최상품만을 고집한다.

갈삼구이를 먹은 후 조갯살, 삼겹살, 콩나물에 김을 넣어 밥을 볶아 주는데,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울만큼 그 맛도 일품이다.

갈삼구이 대 5만 원·중 4만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무). 부산 강서구 명지동 1532의 14. 명지동 선창 회 타운 안. 051-271-2205.




서면 '한우풍년' 장흥한우삼합

한우 + 키조개 + 표고버섯
 
·부담없는 가격에 이색적인 맛

한우와 표고버섯, 그리고 키조개가 만나면 어떤 맛일까?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전라도 장흥 지역의 별미인 '한우 삼합'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참 궁금했다. 최근 그 한우 삼합을 부산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냉큼 달려갔다.

여느 한우 고기집과 달리 입구에 쇠고기가 걸려 있는 식육점이 있다. 그러니까 식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가게 안에 들어가 구워 먹는 식육 식당이다.

'1+등급 한우 꽃등심 100g 에 6천870원.' 에이, 아무리 한우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이 가격이 가능할까? 가격을 보면 육우나 젖소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답을 하듯 한쪽 벽면에는 축산물 등급판정 확인서가 붙어 있다. 김준오 대표는 장흥에 부모님이 계시는데, 한우 농장을 운영하며 직접 도축도 하기 때문에 중간 마진을 붙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전 등급 확인서에는 C등급도 있다. "우리 집 소니까 잡기 전에 어떤 등급이 나올지 모르죠. 등급 나오는 거에 따라서 가격을 다르게 받고 있어요."

꽃등심을 골라 계산을 한 뒤 안쪽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어수선한 다른 식육 식당과 달리 내부가 깔끔한 편이다. 상을 차리는데 어른 기준 3천 원의 추가 비용을 받았다. 한우 삼합을 즐기려면 키조개와 표고버섯을 별도로 주문해야 하는데, 비용은 한 접시 당 각각 1만 원과 5천 원이다.

표고버섯과 키조개도 장흥에서 이틀에 한 번씩 가져온 것을 쓴다고 했다. 버섯은 마르지 않고 수분을 머금어 탱탱하고, 키조개도 싱싱함이 살아 있다. 육즙이 배어 나왔을 때 뒤집어 살짝만 익힌 고기를 버섯과 키조개로 싸서 먹었다. 한우의 구수한 맛에 버섯 특유의 풍미가 더했다. 텁텁할 수도 있는 맛을 키조개의 산뜻한 맛이 어느 정도 잡아준다. 깻잎을 깔고 먹기도 하는데, 깻잎 향에 고기와 버섯의 향이 묻히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3가지 재료만 먹는 것이 나았다. 생소한 한우 삼합을 어떻게 먹는지 직원들이 안내를 해주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고기 등급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도 고기 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가게 문을 연 지 한 달 반 밖에 열지 않았는데, 가격 소문을 듣고 벌써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식육점에서 고기만 사가는 이들도 많다. 김 사장은 그동안 잡은 한우가 18마리라고 했다. 여태 오후 4시부터 문을 열었지만 이르면 다음 주부터 오전 10시로 당길 계획이다.

1+등급 100g 기준 갈비살·부채살 7천700원, 채끝·등심 5천200원. 영업시간 오후 4시~다음날 새벽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24의 18. 구 포토피아 맞은편. 051-818-1582.
장흥한우삼합은 장흥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키조개와 싱싱한표고버섯의 향이 한우 특유의 맛과 잘 어울린다.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