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의 자부심 … "면발부터 다릅니다"

입력 : 2011-10-20 15:37:00 수정 : 2011-10-20 15: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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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기계로 안 만듭니다"

40년 연륜이 음식 맛의 비결이라고 하는 '은언손칼국수' 유권상 사장이 칼국수 면을 썰고 있다.

 손맛이라는 게 있다. 똑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어도 만드는 이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특히 면 요리는 기계가 낼 수 없는 맛이 있다. 사람의 손에서 제대로 기운을 받은 음식은 그 맛이 특별하다. 40년 가까이 부평시장 상인들과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은언손칼국수'와 다대포의 이름난 수타짜장면 집인 '일조억 손짜장'을 찾아갔다.


부평시장 '은언손칼국수'  40년 연륜 … 옛맛 그대로

국제시장의 한 상인에게 괜찮은 맛집을 소개해 달랬더니 바로 옆 부평시장의 '은언손칼국수'를 추천했다. "친절한 부부가 깔끔하게 잘 한다"는 게 추천의 변이었다. 매일 마주치는 이웃에게 인정받은 곳이면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손칼국수와 짜장칼국수였다. 쌀쌀해진 기운에 따뜻한 국물 생각이 나서 손칼국수를 주문했다. 3천500원의 착한 가격에 푸짐한 양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주문을 하자 느긋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유권상(64) 사장이 눈앞에서 반죽을 밀기 시작했다. 빠른 손놀림으로 손질한 면발을 아내 조태금(63) 씨에게 건네자 이내 면을 삶아 낸다.

그의 손을 거쳐 수수한 옛날 
칼국수가 만들어진다.

칼국숫집에서 40년을 함께한 부부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김치와 단무지의 조촐한 찬에 "면발이 붇기 전에 어서 드시라"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칼국수를 내어놓는다.

적당히 도톰한 면발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했다. 유 사장의 느긋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충청도 사투리를 꼭 닮았다. 국물은 순한 맛이 특징이다. 국물 위에 얹은 양념도 과하지 않고 딱 적당하다.

유 씨는 "아내가 주방장"이라며 맛을 총괄한다고 했다. 국물을 담당하고 있는 조 씨는 "국물 맛이 별게 있느냐"며 재료를 아끼지 않으면 맛이 난다고 했다. "국물을 만들 때 좋은 '디포리'를 듬뿍 넣고 육수를 내요. 인공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칼국수와는 다른 맛이죠."

오래된 가게라 단골손님이 많다. 옛날에 먹던 손칼국수와 짜장칼국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며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마침 옆 테이블에 나이든 어머니와 중년의 딸이 앉아 짜장칼국수를 먹고 있다. 어제 찾아왔는데 문이 닫혀 돌아갔다가 오늘 다시 왔다고 했다. "여기 짜장 맛은 중국집 짜장 맛과 달라. 옛날 생각 나게 만드는 묘한 맛 때문에 계속 찾게 돼."

맛의 비법을 물어보자 정말 따라하기 힘든 비법을 가르쳐 주었다. 바로 40년 동안의 연륜이 맛의 비결이라는 것.

처음에는 맛내기가 힘들어 고전했지만 오랫동안 연구해서 지금은 유 씨의 입에도 맞고, 손님들도 좋아하는 맛을 만들었다고 했다. 은근하면서 수수한 맛의 칼국수는 40년 내공의 결과였다.

손칼국수·짜장칼국수 3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8시(일요일 비정기적으로 휴무). 부산 중구 부평 2가 18의 3. 051-245-0928.



다대포 '일조억 손짜장'   "1조 원어치 복 받으세요"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진 '일조억 손짜장' 박순길 사장이 수타면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짜장면은 어지간히 먹어봤다. 지인이 이집 짜장면이 맛나다고 추천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웬만해서는 짜장면 맛에 반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짜장면을 먹고는 그 생각이 바뀌었다.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있어 애써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자리에 '일조억 손짜장' 가게가 있었다. 테이블이 네댓 개 남짓한 작은 가게 안에 들어가 차림표를 보니 짜장면 가격이 3천500원이다.

우선 짜장면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감자와 호박을 삶아 굵직하게 썬 건더기가 눈에 들어온다. 굵은 면발을 짜장 소스에 비벼 한입 넣는데, 면발의 탱탱함이 수준급이다. 면발의 쫄깃한 탄력이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강력한 면발의 매력에 빠져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데, 금세 바닥이 보인다. 아쉬운 마음에 소스를 계속 먹게 된다. 짜장 소스의 기름기가 적고 깔끔한 편이다.

박순길(46) 사장은 7년 전 '수타'를 내건 이 가게를 열었다. 그 전에 기계면을 이용한 중국집을 운영하다가 우연히 수타면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 수타짜장면을 고집하고 있다. 반죽 덩어리가 길게 면발로 바뀌는 과정이 신기해 수타를 배우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맛이 월등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깨가 아파 병원을 다니면서도 수타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못하는 일입니다."

그가 만든 짜장면은 쫄깃한 면발과 담백한 소스로 특별한 맛을 낸다.
이곳 면의 또 다른 특징은 면 소다 대신 야콘 즙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수타면을 만들 때 탄력을 주기 위해 흔히 면 소다를 사용하는데, 박 씨는 인공 물질을 쓰는 것이 마땅치 않아 연구 끝에 야콘 즙을 쓰고 있다. 야콘 덕분에 면발의 탄력도 좋고, 소화도 잘 되었다.

한 가지 단점은 시간이 지나면 면이 빨리 붇는다는 것. 배달 주문한 손님들 중에 항의를 하는 이도 있는데, 그래도 면 소다보다 야콘이 몸에 더 좋기 때문에 포기 못한다고 했다.

야콘 즙을 비롯해 각종 채소 재료는 농사를 짓는 처가댁에서 가져온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주변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삽니다. 돈이 없어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죠." 특이한 '일조억'이라는 가게 이름은 손님들이 일억 원, 아니 일조 원어치의 복을 받아가라는 의미로 지었다.

손 짜장 3천500원(배달은 1천 원 인상 예정). 손 우동·짬뽕 4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첫째·셋째 월요일 휴무). 부산 사하구 다대동 1548의 33. 몰운대종합상가 1층. 051-264-1997.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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