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문화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건 문화를 맛보는 것입니다

입력 : 2011-10-27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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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화이따'는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음식은 문화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일은 문화를 체험하는 일이다. 우리 것을 모르면 곤란한데, 부산에 살면서도 여태 이곳을 몰랐다. 부산의 전통 음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통음식체험장 '뜰에장'이 숨어있었다. 또 쉽게 가보기 힘든 카리브 해와 멕시코 음식, 라틴 문화까지 함께 느끼고 싶다면 '라틴 라운지'에 가 보시라. 문화는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민락동, 정통 멕시칸 레스토랑 '라틴 라운지'

라틴 댄스가 있는 카리브 해변으로 …

라틴라운지에서 댄스 파티가 열리는 모습. 라틴라운지 제공

원색의 옷을 입은 남녀가 격렬한 라틴댄스를 추고 있다. 카리브 해변의 어디쯤 되는 모양이다. 수영강 옆 '라틴 라운지'에 오면 이 같은 환상이 현실이 된다. 이곳에서는 라틴댄스 파티가 곧잘 열리기 때문이다. 이전의 파티 사진을 찾아 보았다. 광안대교와 센텀시티를 배경으로 열리는 라틴댄스 파티.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하다.

차림표를 갖다 달랬더니 아이패드다. 손님 입장에서는 생소한 메뉴를 눈으로 보고 시킬 수 있고, 업주는 메뉴에 변화를 줄 수 있어 편리하단다. '라틴 라운지'는 멕시코 카리브 해변을 콘셉트로 한 정통 멕시칸 레스토랑을 표방한다. 인기 메뉴라는 '화이따'와 '엔칠라다', 또 맛에서 자신있다는 '몰레'를 주문했다. 강렬한 원색의 식탁보에 발코니에는 해먹까지 설치되어 있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거나,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거나…. 할 일이 자꾸 떠오른다.

화이따는 토르티야(밀가루빵)에 채소와 고기를 싸먹는 멕시코 요리다. 철판볶음 요리 같은데 상당히 매콤하다. 토르티야에 싸고 나서야 약간 덜 맵다. 현지에서는 더 맵게 나온단다.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몰레는 버터 밥과 닭고기를 토르티야에 싸먹는 방식이다. 고기에서 특유의 향료 냄새가 가볍게 느껴진다. 엔칠라다는 토르디야 사이에 고기, 치즈, 채소 등을 넣고 치즈를 가득 올려 오븐에 구워 만든다. 순하고 부드러워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처음 맛보는 멕시칸 음식을 평가하는 게 사실 무리다.)

대학 때 춤 동아리 회장이었던 서준호 대표는 120만 원만 들고 라틴 아메리카 14개국을 여행해 100만 원을 남겨왔단다. 춤 실력 덕분에 가능했고, 그걸 바탕으로 요리도 배웠단다. 춤을 배워가면 여행이 더욱 흥미로워진단다.(글쎄, 그것도 사람 나름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시켜주고 싶다며 오는 젊은 엄마들이 많아 낮 시간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 온다. 직원들도 이쪽 전공자들을 위주로 뽑았단다.

브런치 9천~1만 1천 원, 몰레 2만 원, 화이따 2만 8천~3만 원, 엔칠라다 1만 4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전 2시. 부산 수영구 민락동 110의 17 부원빌딩 3층. 민락롯데캐슬자이언트아파트와 수변어린이공원 사이. 051-756-5556.



만덕동, 전통음식체험장 '뜰에장'

직접 만들어 먹어 본 동래파전

동래파전에는 새우 쇠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잔디밭 마당을 품은 아담한 기와집 한 채. 돌담 앞에 오순도순 줄지어선 장독대가 정겹다. 양지 바른 따뜻한 고향 같은 곳, 전통음식 체험장 '뜰에장'이다. 외국인이나 외지 관광객이 줄을 잇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부산 사람들은 여기를 잘 모른다.

부산의 향토 음식 동래파전이 궁금해 찾아갔다.(언제 맛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해방 전까지는 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에 간다고 할 정도로 부산 사람들의 입맛을 당겨온 음식이었다는데….
 
'뜰에장' 권소숙 대표가 구수한 이야기를 곁들이며 파전을 굽고 있다.

대대로 부산에서 사는 권소숙 대표는 평생 많은 손님을 치른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배웠다. 권 대표는 "동래파전에도 제철이 있다. 파는 가을에 심어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단맛이 좋다. 그래서 동래파전은 봄에 맛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재미난 음식 이야기에 귀가 쫑긋쫑긋한다.

이제 직접 만들기 순서. 먼저 다시마와 멸치를 넣어 육수를 뽑는다. 반죽을 할 때는 고운 고춧가루도 들어간다. 새우, 홍합, 모시조개, 대합, 오징어, 굴, 쇠고기 등등 많이도 들어간다. 하지만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그는 "동래파전은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말한다. 옛날에도 서민들은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만들어 먹었다. 삼짇날 임금님께 진상하던 동래파전은 찹쌀과 멥쌀로 정성 들여 만들었다. 파전을 구울 때는 뚜껑을 덮어 마치 찜을 하듯이 뜸을 들인다. 파전 속의 해물을 잘 익히고 동시에 파의 향기를 잡아두려는 이유에서다.

동래파전은 바삭하게 굽는 요즘 파전에 비하면 질척한 점이 다르다. 명지 대파와 기장 쪽파가 통째로 들어간 파전은 아주 향기롭다. 동래파전을 제대로 먹으려면 부산에서 나온 막걸리를 곁들여줘야 한다. 그는 부산에서 나는 재료 40가지로 장아찌를 만들었다. 이 모둠 장아찌는 아삭거리며 새콤하다. 세 가지를 함께 맛보니 세상 부러운 게 없다.

동래파전 체험에 참가하면 제철음식으로 준비한 식사를 먹을 수 있다. 된장 소스 샐러드, 우엉잡채, 나물, 된장국, 김치 같은 건강식과 부추 털털이 또는 보리쌀 떡의 한식 디저트가 제공된다. 10명 이상으로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간장·된장 등 장 만들기 체험, 장아찌·김치 담그기, 한식 디저트 만들기 체험 등도 가능하다. 권 대표는 "부산의 관광 코스가 너무 획일적이어서 아쉽다.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맥을 이어 부산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래파전 체험 1인당 2만 원(2시간 소요). 부산 북구 덕천로 381번 길 17의 33. 만덕역 3번 출구에서 8번 마을버스로 한신아파트에서 하차. 051-513-1777.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최성훈 기자 noonw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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