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숯놈꼬치구이' 동래점

입력 : 2011-11-03 15:28:00 수정 : 2011-11-15 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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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재료로 만든 꼬치 눈앞에서 '지글지글'

안팎에서 하도 '숯놈꼬치구이'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중 동래점에 한번 가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맛있는 이유가 있고, 손님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 '숯놈'은 3년간 연산본점을 운영하며 탄탄한 기본기로 이름을 알린 뒤 지난 4월 동래점, 며칠 전 덕천점을 잇따라 열며 '꼬치계'를 뒤흔들고 있다.

가게 이름이 왜 이렇게 거시기할까. 상호를 '숫놈꼬치구이('수놈'이 바른 표현)'로 생각했지만 구청에서 반려해 바뀐 이름이란다. 누가 이런 발칙한 생각을…. 이덕수(37) 대표는 조리학과를 나와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일을 배운 양식 요리사 출신이다. 재료를 다루는 법을 많이 배워 재료에 대해서는 자신 있단다. 식감과 선도를 살리기 위해 고기를 얼마나 숙성시킬 것인가, 어떻게 잘라야 섬유질을 파괴하지 않을 것인가 등등. 이 세계, 끝이 없다.

50종류나 되는 꼬치구이에 마음이 조급하다. 돼지껍데기, 미끈하고 졸깃한 질감에 풍미가 느껴진다. 삼겹살 부추말이, 제방이 터진 듯 부추에서 즙이 터져 나온다. 부추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삼겹살 마늘종, 아삭한 식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돼지족발, 알고 보니 족발은 꼬치구이로 먹을 때 가장 맛이 있었다. 우설(牛舌), 소의 혀가 사람의 혀에 이렇게 착 감길 수가 있나. 놔, 놔! 꼬치구이가 익어가며 사람들 사이의 정도 깊어갔다. 맛있는 맥주도 약간 곁들여졌고.

문득 양식 요리사가 하필이면 왜 꼬치구이 집을 차렸을까 궁금했다. 이 대표는 "재미가 있겠다 싶어서"라고 말한다.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한다.

맛의 비결은 재료에서 나온다. 냉동 고기를 사용하면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음식 재료에 숨어 있는 각각의 맛을 끌어내는 소금도 굉장히 중요하다. '숯놈'은 일본 오키나와산 저염도 미네랄염인 류염(琉염)을 사용한다. 이 귀족 소금에서 감칠맛이 배어나온단다. 소금을 뿌리는 방법에서도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난다. 고기를 태우지 않고 육즙이 가득하게 만드는 비결은 화력이다. 약해서도 강해서도 안 된다. 꼬치구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손이 자꾸 간다. 명란을 올린 닭고기, 아주 고급스럽다. 주먹밥도 참 맛있었다. 겉은 누룽지처럼 바삭하고 속에는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 한 입 베어물면 길게, 아주 길게 늘어진다. 스모키한 '불맛'이 줄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물어봤다. 숯불 말고 인위적으로 '불맛'을 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법이다. 이 대표, 특이한 꼬치를 계속 연구하고 있단다. 그게 뭘까….

동래점. 꼬치구이 1개 1천500~3천300원. 영업시간 오후 6시~오전 4시.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554의 9. 동래역 4번 출구에서 패밀리마트 쪽. 051-555-925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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