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광안리 '옥정현 국수'

입력 : 2011-12-08 15:59:00 수정 : 2011-12-09 07: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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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고 시원하고 … 가는 면발에 수북한 숙주나물

한 달 전쯤 개성 강한 비빔국수 집들을 소개했었다. 그때 광안리에서 맛난 국숫집으로 유명하다는 '옥정현 국수'에도 들렀다.

비빔국수도 괜찮았지만 물국수 맛이 훨씬 좋았다. 뜨거운 국물 생각이 간절해지는 쌀쌀한 날씨가 되면 이 집에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온이 똑 떨어지자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미리 사둔 새 외투와 이 집 국수였다. 추위를 핑계 삼아 가게를 다시 찾았다.

이 집 물국수는 모양부터 다르다. 계란 고명이나 부추 등 잔치국수에 들어가는 평범한 재료 대신 숙주나물이 수북하게 올라가 있다. 그리고 땡초도 살짝 들어가 있다. 무척 정갈한 모습이다.

면발은 무척 가는데, 가늘고 부드러운 면발과 깔끔한 고명의 조화가 참 간드러진다. 새초롬한 새색시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새색시의 진짜 매력은 외양이 아니다. 국물을 맛보는 순간 보통 국수가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진하면서 시원하고, 순한 감칠맛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뭔가 다른 맛이다.

이 맛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연신 국물을 들이켜게 된다. 새색시이긴 하지만, 손끝이 아주 야무진 이를 만난 기분이다. 국수와 함께 땡초와 고추장 양념이 나오는데, 기호에 따라 얹어 먹게 되어 있다. 국물 맛을 제대로 보려면 양념장을 넣기 전에 국물만 먼저 먹어보기를 권한다.

6년 전 가게를 연 박미자(55) 사장은 별다른 비법이 없다고 했다. 전업주부였던 그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국수를 그대로 내어놓은 것뿐이란다. 세 자녀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와 가게 이름을 지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래도 장사하는 집인데, 뭔가 다른 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찾은 것이 숙주나물이었다. 콩나물 등과 달리 국물 맛에 영향을 안주면서 이색적인 맛을 내는 점이 마음에 들었단다.

국수 한 그릇이지만 제대로 만들고, 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 그 원칙이 국수 한 그릇에 온전히 담겨 있었다. 양도 넉넉해 굳이 곱빼기를 시키지 않아도 될 듯하다. 푸짐한 양과 매력적인 맛에 때문에 국수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지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게를 조만간 이전할 계획이라 가기 전에 문의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물 국수 4천500원·비빔국수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4시(일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광안2동 194의 10. 광안리 호메르스 호텔 뒤. 051-759-8616.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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