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수안동 '동래고기국수'

입력 : 2012-01-05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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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사골 육수, 그 위에 쫄깃한 수육… 혀가 즐겁다

제주도에 가면 고기국수를 먹어보라고 권하는 이도 있다. 돼지 사골을 우려낸 국물에 국수를 말아 돼지 수육을 올린 음식인데, 제주도 흑돼지의 담백한 맛이 잘 느껴진다는 이유다. 일본의 '돈코츠 라멘'이나 '오키나와 소바'도 사골 국물에 면을 넣어 먹는 것이라, 기원을 두고 설이 분분하다. 부산에서 고기국수는 생소한 음식인데, '동래고기국수'에서 이색적인 고기국수를 판다는 입소문을 듣고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 들어서자 먼저 먹고 있던 이들이 "희한하게 맛있다"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 칭찬을 듣고 있자니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돈다. 애피타이저를 확실히 즐긴 셈.

사골 국수의 면 위에 수육이 단정하게 올려진 국수가 나왔다. 국물부터 떠먹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혀를 마구 휘감는다. 은근한 맛이 아니라 작정하고 달려드는 맛이랄까. 사골 국물 맛이 이렇게 섹시하다니! 사골 우려낸 육수에 특제 양념을 넣었다고 하는데, 맛이 이색적이다. 사골 진국의 수수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국수 안의 수육은 돼지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질감과 달짝지근한 뒷맛이 오랫동안 입안에 남는다. 일본식 돼지 수육인 차슈에 가까운 맛이다. 수육 양이 넉넉한 것도 마음에 든다. 가느다란 면발도 적당히 탱탱하다.

32세의 이창현 사장은 제주도의 고기국수와 오키나와 소바의 중간쯤에 있는 맛을 내려고 했단다. 본인이 먹어도 너무 맛나다며, 자신의 음식을 '혀가 즐거운 음식'이라고 정의했다. 그러고 보니 가게 앞에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는 낚시성(?) 간판이 걸려 있었다. 제일 맛있는 집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바로 이 가게란다.

제대로 낚였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젊은 사장이 하는 말. "제주도나 일본에서 고기국수를 먹었지만 제가 만든 국수만큼 맛나지는 않더라고요. 두 번째라 한 것은 일종의 겸손의 의미죠." 아직 먹어보진 못했지만, 그의 국수보다 맛있는 국수가 존재할 가능성 때문에 내건 간판이라는 뜻이었다. 자기 음식을 격하게 사랑하는 그 호기가 밉지만은 않다.

사골 고기국수 이외에 매운 양념을 추가한 얼큰 고기국수와 비빔 고기국수도 판매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얼큰 고기국수라고.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공깃밥은 무료다.

사골 고기국수·얼큰 고기국수 5천 원, 비빔 고기국수 5천 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첫째·셋째 일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수안동 592의 2. 부산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5번 출구에서 동래시장 방면 100m. 051-907-7751.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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