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그래도 우린 친구였잖아"

입력 : 2012-01-11 10:51:00 수정 : 2012-01-11 11: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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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흉포화해가는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을 학생들의 눈으로 고발한 부산지역 고등학생들의 제작 영상물이 국회에서 상영된다.

이 영상물은 부산영상예술고 3학년 영상제작과 박광일, 연출과 양진현 학생이 최근 공동 연출, 제작한 2분짜리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졸업작품으로 제작됐으며 영상 제작, 편집, 사운드, 조명, 방송, 연기 등은 이 학교 동아리 회원들이 역할을 분담했다.

이 작품은 한 고등학생이 학교 체육관과 으슥한 구석에서 또래 친구들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가해학생 가운데 1명이 어릴 때 둘도 없는 친구였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은 피해 학생은 결국 담당 교사와의 상담을 결심한다. 



부산영상예술고 3학년 제작 UCC 화제
학교 폭력 피해자 사연 단편영상에 담아
국회 현안보고 때 상영… 일선학교 배부

하지만 침울한 표정으로 교무실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발길을 돌린 피해학생은 결국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대사 하나 없지만 '사는 게 너무 지옥 같았다'는 유서를 통해 학교 폭력의 참상을 엿볼 수 있게 했고, '얘들아, 그래도 우린 친구였잖아'라는 자막을 넣어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배신감과 외로움, 고통을 자아냈다.

이 영상은 12일 오전 10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학교폭력 관련 현안보고 때 국회의원들과 16개 시·도교육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영될 예정이다. 또 부산시교육청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 영상을 각급 학교에 배부할 예정이다.

영상 제작에 참여한 학생들은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게 됐다"면서 "비록 연기였지만 같은 친구들에게 맞고 왕따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황인환 영상연출부 교사는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을 반영하듯, 올해 학생들의 졸업작품 중에서는 학교 폭력을 다룬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며 "교사나 학부모가 아닌 학생들의 눈으로 직접 학교폭력의 실태와 그 폐해를 바라보고 느낀다는 점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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