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분점 분위기와 가격으로 '본점' 넘본다

입력 : 2012-01-12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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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회로 명성이 자자한 본점 '소소횟집'의 매력에 편안한 분위기를 더한 '소소수산'의 모둠회 2인상 차림.

 유명 음식점의 분점이라 해서 찾아가면 본점보다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똑같은 레시피와 재료를 쓰는데, 왜 맛이 다른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란 게 있는가 보다. 최근에 발견한 괜찮은 음식점 두 곳은 모두 분점이었다. 기본적으로 본점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어떤 부분은 본점보다 더 나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형만 한 아우' 격인 두 곳을 소개한다.


'소소횟집' 분점 서면 '소소수산'

'소소횟집' 손맛에 일식집 인테리어

수족관의 횟감이 하루이틀이면 모두 바뀌는 집. 서면에서 유명하다는 '소소횟집'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회가 싱싱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장사가 잘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닭과 달걀의 선후 관계처럼, 장사가 잘되니 수족관에 횟감이 머물 틈이 없어 회가 싱싱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런 명성에 힘입어 지난해 말 소소횟집의 길 건너편에 분점인 '소소수산'을 열었다. 입구에서 '수산'이라는 상호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횟감 도매도 겸하는 곳인가? 내부에 들어가 보니 소소횟집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달리 일식집처럼 별도의 방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한마디로 고급화 전략으로 본점을 업그레이드한 곳인데, 상호가 약간 엇박자 같았다.

이런 상호에 이유가 있을까? 소영희 대표는 20년 횟집 운영의 자부심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집은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는 횟집이에요. 분위기를 럭셔리하게 바꾸고 밑반찬에 신경을 더 쓰긴 했지만요." 변화를 주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그 마음이 미덥다.

혓바닥에 찰싹 달라붙는 감성돔 회.
자연산 모둠회를 주문했을 때 상차림은 일식집처럼 몇 차례에 걸쳐 음식이 나온다. 멍게, 개불, 굴 등 해산물과 호박죽 등이 처음에 나온다. 해산물은 어느 것 하나 맛이 빠지지 않는다. 해산물의 맛이란 게 뭐 특별한 것이 있겠나. 싱싱해서 제 맛이 나는 것이 최고의 맛이라면, 이 집은 그 맛을 낸다. 함께 나오는 호박죽이나 마 무침 등도 손맛이 살아있다.

그 다음은 제철 생선회. 강원도에서 가져왔다는 묵은지 김치와 함께다. 요즘이 철이라는 열기는 쫀쫀한 식감이 살아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특유의 단맛이 남는다. 감성돔은 표현 그대로 혀에 찰싹 달라붙는다. 쫄깃한 맛이 수준급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 삼천포로 차를 몰고 가서 눈으로 보고 직접 횟감을 골라 온다더니, 그 정성이 그대로 담긴 맛이다.

이어 튀김 등이 나오고, 식사가 나온다. 상위에 차려진 거의 모든 음식은 기본 이상의 손맛이 바탕이 되어 있다.

맛만큼 반가운 것은 일식집처럼 편안한 식사 자리. 회 맛에 더 집중하고 싶다면 고만고만한 음식이 코스로 나오는 일식집보다 낫겠다. 단 회와 해산물의 양이 소소횟집만큼 푸짐하지 않은 것은 감안해야겠다.

소소횟집의 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 과메기를 비롯해 회덮밥 등 점심 특선도 인기다.

자연산 모둠회 2인상 7만 원·3인상 9만 원. 회덮밥 8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474의 2. 영광도서 맞은편. 051-643-0003.



센텀시티 '일마레 센텀점'

7천900원 런치 세트 놀랐어요

가격과 분위기, 그리고 맛을 고루 만족시키는 '일마레 센텀점'의 잠발라야 런치 세트.

'일마레'는 1998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처음 생겨, 현재 전국에 40여 개의 체인점이 영업 중이다. 처음 일마레가 생겼을 때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것이 그리 흔치 않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곳을 처음 접한 곳도 일마레를 통해서였다. 부산에도 서면, 해운대 달맞이, 부산대 앞에 분점이 있다가 현재는 센텀점만 운영되고 있다.

사실 일마레 센텀점이 눈에 들어온 것은 '가격' 때문이었다. 센텀시티 근처서 점심 먹을 곳을 알아보는데, 갈 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센텀시티 지역에 새로운 음식점이 많이 생기지만 분위기도 좋고 가격과 맛도 괜찮은, 좋은 음식점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곳은 적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다가 일마레 센텀점을 발견하고는 이 집이다 싶었다.

체인점이라 분위기와 맛은 대충 감이 왔다. '놀랍다'는 감탄사가 연신 터지는 곳은 아니지만, 기본 또는 그 이상은 하는 곳이라는 신뢰가 있는 곳이었다. 문제는 가격. 요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을 내건 곳이라면 2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파스타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점심 세트는 샐러드와 식전 빵, 그리고 파스타와 리조토로 구성된 런치 세트가 7천900원이었다. 센텀시티 일대의 물가를 감안하면 매력적인 가격이다.

가격이 싸니 뭔가 부족한 듯 나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신선한 샐러드를 보는 순간 사라졌다. 정성스레 담긴 싱싱한 채소 위에 발사믹 소스와 과일을 갈아 만든 소스가 먹음직스럽게 올라와 있었다. 샐러드로 입안을 산뜻하게 만들고 나니 주문한 '잠발라야'가 나왔다.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제맛을 내는 '알리오 올리오'.
식사는 리조토 3종, 파스타 2종 중 선택할 수 있다. '잠발라야'는 해산물이나 햄 등을 잡다한 재료를 넣고, 매콤한 소스와 함께 비벼 먹는 음식이다. 이 집에서는 밥과 소스가 함께 비벼진 형태로 나온다. 다른 지점에서는 밥 위에 소스를 얹어 나오는데, 꼬들한 밥보다 부드러운 밥맛을 좋아하는 부산사람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바꾼 것이다. 토마토소스에 칠리소스와 고춧가루를 더해 이색적인 맛을 낸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먹기 전에 매운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을 듯.

점심 특선 메뉴는 아니지만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도 꽤 괜찮은 맛이다.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고, 해산물과 닭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해서 맛을 내는 정통 방식으로 만든다. 최상급의 올리브 오일과 잘 구워진 마늘 향도 풍미를 더한다.

런치세트 7천900원·커플 런치세트 1만 3천900원(런치세트에 피자 추가). 알리오 올리오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SH밸리 1층. 051-743-6969.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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