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연산 토곡 '범수네 손칼국수'

입력 : 2012-02-02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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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국물 맛에 쫄깃한 면발 … 이게 바로 '손맛'

'맛있다'는 소문은 참 애매한(?) 애피타이저다. 소문을 듣고 찾았다가 조금이라도 실망하면 적정한 평가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내린다. 반대로 자신의 입에 맞다 싶으면 '역시 소문에는 이유가 있다'며, 침을 튀겨가며 주위에 소개하게 된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부산 연제구 토곡 사거리의 '범수네 손칼국수'를 찾아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하며 기대와 걱정이 함께 들었다. 다행히 이 집은 후자의 경우였다.

깔끔한 국물맛과 들깨 칼국수가 기가 막히게 맛나다는 이야기를 이 동네 주민들에게 종종 들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것은 닭 칼국수. 보통 어딜 가나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를 주문해 '기본기'를 확인하지만, 이 집에서는 예외적으로 닭 칼국수를 주문했다. 닭의 잡내를 처리하면서 국물 맛을 내는 솜씨가 좋으면 기본도 잘 닦여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집 닭 칼국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국물 맛. 칼국수 국물 맛이 어떻게 그렇게 순한지 참 신기했다.

닭 칼국수는 냄새를 잡기 위해 양념을 강하게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닭 칼국수의 국물 맛은 은은하면서도 깔끔하다. 그러면서도 닭의 잡내는 나지 않는다. 콩나물이 들어가서 뒷맛은 시원하기까지 하다. 국물 몇 술을 떴을 때 바로 감이 왔다. '이집은 맛집이다.'

칼국수 맛의 또 다른 축인 면발도 나쁘지 않다. 적당히 굵고 쫄깃한 면발이 입에 찰싹 달라붙는다. 기계로 면을 뽑아 손으로 칼질을 해 맛을 낸 솜씨였다.

구범수 대표의 아내 이다원 씨가 밝힌 맛의 비법은 조금 허탈했다. 바로 '손맛'이라는 것. 그러면서 체인점 이야기를 들려줬다. 워낙 입소문을 타는 바람에 주변에서 체인점 문의가 많아 레시피와 재료를 같이 쓰는 분점을 몇 개 만들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분점은 본점만큼은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씨는 '손맛'이란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국물에는 특별한 재료가 있는 게 아니란다.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양파 무 등 각종 채소를 사용하는데, 거기에 소금 등 양념을 적절한 비율로 더하는 것이 조리법이라고 말했다. 닭 칼국수에 들어가는 닭은 유황을 사료로 쓰는 닭을 이용하고, 거기에 콩나물을 넣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합해 지금의 육수를 개발했다. 닭고기가 조금 더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근래에 먹어본 칼국수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닭 칼국수 6천 원. 칼국수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부산 연제구 연산9동 463의 36. 토곡 사거리. 051-759-8366.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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