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그러나 친근한 … 부드러운 인도의 맛과 일본 장어 비빔밥

입력 : 2012-02-09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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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베이'의 인도 서남부 지역 음식.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난, 치킨 마크니, 라이따 요거트, 시금치 커리.

뜨끈한 밥 한 술에 잘 익은 김치를 쩍 찢어서 올려 먹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한국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겠냐는 생각은 이럴 때 든다. 외국 사람들은 이 맛을 몰라서 어쩌나! 물론 그들도 제 나름대로 사랑하는 음식이 있을 테지만. 

요 며칠 전 발견한 음식점은 각각 인도와 일본 음식을 파는 곳이다. 카레와 장어 비빔밥이 주 종목인데, 이색적이면서도 친근한 맛이었다.


신창동 '봄베이'

인도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다

인도 요리를 파는 곳은 많다. 그러나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음식이 아닌 다른 지역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인도 요리라면 흔히 향이 강하고 기름진 요리를 떠올리는데, 이는 펀자브 지역 음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펀자브 지역의 음식이 인도 요리를 대표하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도 개성 강한 음식들이 많다. 한국에 비빔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밀면도 있고, 돼지국밥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신창동의 '봄베이'는 인도의 고아 지역이라고 불리는 서부와 남부 지역의 음식을 선보인다. 인도 요리이긴 하지만 향신료 맛이 강하지 않다는 입소문이 자자했다.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이경호 대표는 일부러 한국사람 입맛에 맞춘 것이 아니라 그쪽 지역 음식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집 카레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치킨 마크니'. 마크니는 버터를 뜻하는 인도어다. 기본 카레 소스에 토마토소스와 버터를 더해 카레 맛을 냈다. 끝 맛이 약간 매콤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순하고 고소하다. 단맛이 강한 일본 카레 맛도 살짝 연상됐다. 익숙한 듯하면서 어딘가 다른 맛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시금치 커리'도 치킨 마크니처럼 부드러웠다. 크림과 땅콩 종류인 캐슈넛을 갈아서, 삶은 시금치에 넣고 끓여서 만든 카레다. 카레는 노란색인 줄로만 알았는데, 초록색 카레는 보기에 참 생소했다. 하지만 맛은 맛난 시금치 수프를 연상시켰다. 그러고 보니 카레 메뉴 중 치킨이나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보다 콜리플라워 등 채소를 주로 쓰는 카레가 더 많다. 이 대표는 채소 사정에 따라 3개월마다 메뉴를 바꾼다고 했다.

함께 나온 난 역시 다른 인도음식점과는 조금 달랐다. 얇지만 쫄깃함이 더 강했다. 메뉴판에는 '아프가니스탄 식'이라는 설명이 덧붙어 있었다. 오이와 양파 위에 요구르트를 올려 내놓는 '라이따 요거트' 또한 별미다. 양파와 요구르트의 조합이 이렇게 상큼한 맛을 내다니 예상 밖이다.

법학도에서 요리사로 변신한 
이경호 대표.

이국적이지만 친근한 맛은 이 대표의 인상 또는 이력과도 닮았다. 그는 12세에 부모님을 따라 인도에 가서 초·중·고 시절을 인도의 남부 지역에서 보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두바이의 한 호텔 주방에서 디저트를 담당했는데, 함께 근무했던 인도인이 서부 지역 요리를 해 먹는 것을 보고 이 지역의 요리를 배우게 됐단다.

결혼하면서 처가가 있는 부산에서 1년 반 전에 가게를 열었다. 그에게 요리에 대해 물어보자 음식의 기원과 인도 역사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한가한 시간이면 그에게 재미난 인도 요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시금치 커리 8천500원. 치킨 마크니 8천500원. 라이따 요거트 샐러드 4천 원.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9시(매월 둘째·넷째 주 월요일 휴무). 부산 중구 신창동 1가 36의 3. 원음방송 맞은편. 051-242-2555.



남천동 '고옥'

나고야 명물 '히츠마부시'를 만나다

나고야의 명물 음식인 '히츠마부시' 전문점인 '고옥'. 장어 비빔밥을 세 가지 방식으로 먹는 것이 이색적이다.

지난해 일본 나고야 지역에 간 적 있다. '붉은 된장'이 발린 돈가스나 깔끔한 맛의 닭요리, 칼국수와 비슷한 기시멘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웬만한 나고야의 유명 음식은 접했는데, '히츠마부시'라 불리는 민물장어 비빔밥을 먹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런데 얼마 전 부산에서 히츠마부시 전문점 '고옥'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냉큼 달려갔다.

가게 안의 안내판에는 '히츠마부시'를 장어 비빔밥이라 소개하고, 유래와 먹는 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옮겨 보면 이렇다. 참숯으로 구운 장어를 '히츠'라는 나무 그릇에 담아 내놓는데, 먹는 방법이 크게 세 가지다. 장어와 밥만 먹는 법, 이 위에 고추냉이와 파 등을 얹어 먹는 법, 이를 또다시 육수에 말아 먹는 법이 있다. 일본 현지인들에게 들었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큰 기대를 갖고 마주한 히츠마부시는 가히 환상적인 맛이었다. 우선 장어 덮밥을 4등분해서 한 등분을 별도로 마련된 밥그릇에 옮겨 담았다. 밥에 장어만 올려 먹는 방식은 장어구이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장어 특유의 기름진 맛이 없이 담백하면서도, 장어 위에 발린 특제 소스 맛이 입에 착 감긴다. 최재혁 대표는 기름기를 빼기 위해 장어를 여러 번 손질하고, 장어 뼈를 삶은 물과 간장 등을 섞어 소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장어와 밥 위에 고추냉이와 파, 김 등을 올려놓고 비벼 먹는 두 번째 방식은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김의 감칠맛과, 파와 깻잎 향의 조화가 입안에서 기분 좋게 맴돈다. 최 대표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두 번째 방식에 육수를 부어 먹으면 세 번째 방식이 된다. 가츠오부시(가다랑어 포) 육수를 기본으로 하는 육수는 짜거나 강한 맛이 아니다. 보리차에 밥을 말아 먹는 것처럼 맛이 순한 것이 특징이다. 장어를 육수에 말아먹어도 전혀 비리지 않았다.

일본 음식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최재혁 대표.
마지막 남은 4번째 부분은 앞서 먹었던 방식 중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먹는 것이다. 이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 모두 다 맛있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 결국 4등분한 것을 다시 3등분해 골고루 다시 한 번 맛을 보았다.

나고야와 오사카에서 6년 동안 요리 공부를 한 최 대표는 한국에 알려진 일본 요리라고 하면 스시 정도에 한정된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던 중 나고야의 '히츠마부시' 맛에 감탄하게 됐고, 한국에도 다양한 일본의 맛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10년을 준비해 가게를 열었다. 최근에 민물장어 값이 폭등해 바다장어 히츠마부시를 개발하기도 했다. 점심과 저녁 메뉴가 다르며, 점심 특선으로 나오는 간 고등어도 주변 직장인 사이에서 큰 인기다.

민물장어 히츠마부시 2만 5천 원(절반 사이즈 1만 4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매주 화요일 휴무, 다음 달부터 월요일 휴무·오후 3~5시엔 쉰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12의 8. KBS 방송국 맞은편. 051-622-1638.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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