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 '아르모니아'

입력 : 2012-03-01 15:30:00 수정 : 2012-03-06 06: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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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높이 화덕에 참나무로 굽는 이탈리아 정통 피자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화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직접 보라는 것이고,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다.

화덕은 지붕이 돔 형태로 둥글고, 속의 재질은 화산석이나 표면은 매끈하고 자잘한 타일로 마감했다. 벽체가 두껍다. 30㎝ 이상은 된단다. 연기 빠져 나가는 통로를 이중으로 꾸몄다. 아무개 보일러 광고처럼 아래에서 한 번, 위에서 또 한 번! 그렇게 가열효과를 더했다. 온도가 800도까지 올라간다. 화덕 주위로는 참나무 장작을 쌓아 놓았다. 기본적으로 장작 화덕인 것이다.

'아르모니아'. 부산 해운대 수영로교회 바로 뒤에 있는 피자집이다. 피자는 화덕에 구운 걸 제대로의 것이라 여긴다. 화덕의 온도가 높을수록 피자의 맛이 농축된다. 화덕도 다 같은 화덕이 아니다. 전기 화덕도 있고 가스 화덕도 있다. 하지만 피자에서 참나무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는 장작 화덕의 풍미에는 못 미친다.

'아르모니아'의 주인은 박이목(55) 씨다. 파리와 로마에서 성악을 공부했고, 동의대 겸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후진을 가르쳤다. 부산음악협회 사무국장,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사무국장으로도 있었다. 유학시절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맛봤는데, 놀랐다. 그전에 먹던 피자와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하, 이런 피자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그리 마음 먹고 유명하다는 현지 피자집에서 조리법을 배웠다. 귀국 후 20여 년 동안 실천에 옮기지 못하다, 지난해 6월 큰맘 먹고 피자집을 열었다. 화덕도 이탈리아에서 본 것을 그대로 옮겼다.

'정통적이지 않은 미국식이거나 이탈리아식 아류들'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정통'은 이탈리아 나폴리 쪽에서 만들어진 피자다. 장작 화덕에서 생 치즈를 이용해, 소스도 직접 달이고 졸여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것이다.

10여 가지 피자를 차림표에 내놓고 있으나 제일 자랑하고 싶은 것은 해물피자다. "싱싱한 해물을 구할 수 있는 부산과 제일 잘 어울리는 피자"라는 이유에서다. 새우와 한치를 비롯해 7가지 해물이 들어간다. 해물로 피자 만들기는 까다롭다. 자칫 잘못하면 흐물흐물해지고 물기가 생긴다. 박 씨는 해물을 초벌구이하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일단 화덕에서 초벌구이한 해물을 다른 토핑들과 함께 얹어 다시 굽는 것이다. 주문 받아 하나씩 바로 굽는다는 그의 해물피자는 담백하고 순하다. 느끼함이 없어 40~50대도 충분히 좋아할 맛. 얇아서 먹기도 편하다.

'아르모니아' 피자의 가격은 1만 3천 원에서 2만 5천 원까지 다양하다. 스파게티, 와인, 캡슐커피도 판다. 평일에는 포카차빵이라고 화덕에 구운 빵도 판다. 부산 해운대구 우2동 1418의 9. 051-731-7007.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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