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육질·구수한 뒷맛·시원한 국물… 이 맛에 豚 꿀꺽

입력 : 2012-03-08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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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맛집

'산해돈'의 돼지고기 모둠세트. 누린내가 나지 않는 육질이 좋다.

한국사람이 먹기에 돼지고기는 아무래도 굽거나 삶는 게 제격이다. 구이나 수육, 그도 아니면 국밥 등으로 말아 먹는 것. 잡다한 기법 동원하지 않고 고기 자체의 맛을 온전히 살리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질 좋은 돼지고기를 온전하게 맛 내는 집들을 찾아봤다.


다른 고깃집 사장이 인정한 육질 '산해돈(豚)'


60대 후반의 A 씨. 계속 감탄이다. "거 참, 고기 괜찮네. 이 정도면 참 좋은 육질의 것이야. 이 가격에 이 정도 육질은 어려울 텐데…."

A 씨는 고기 맛을 꽤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자신이 부산 시내에 작은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가 고기 질 참 좋다, 그러고 있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 북정동 탑마트 앞에 있는 '산해돈(豚)'. 1층은 식육점, 2층은 식당으로 있는 돼지고기 전문점이다. 부산 도심에 사는데도 굳이 이곳에서 고기를 사간다는 지인의 소개로 찾은 집인데, 어쩌다 동행한 A 씨가 더 만족해했다.

"이 갈매기살 좀 봐. 쇠고기만큼이나 부드럽고 담백하지? 이게 진짜야. 어떤 집 가면 퍼석하거든. 그건 손님들 잘 모른다고 다른 부위를 적당히 섞은 거야. 갈매기살 제맛이 아닌 거지."

항정살은 마블링(지방이 분포돼 있는 정도)이 조밀했다. 고소했다. 가브리살은 슴슴했다. 삼겹살은 층이 뚜렷했다. 고기, 지방, 고기. 그렇게 구분이 뚜렷해야 맛이 제대로 난다. 목살도 마블링이 적당했다. 같은 목살이라도 등쪽에 가까운 부위는 이런 마블링이 없다. 그러면 맛도 없다.

기실, '산해돈'은 양산시의 특산물 브랜드다.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에 붙여 주는 이름이다. 그런데 '산해돈' 돼지고기엔 특별한 게 있다. 사료에 블루민이라는 성분을 첨가해 먹여야 한다. 블루민은 파래 등 해조에서 추출하는데, 이를 먹은 돼지에선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 '산해돈'의 주인은 조성래 씨인데, '용원축산'이라는 돼지 가공공장도 직접 운영한다. 그의 동생이 양산시 원동면에서 1만 3천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조 씨는 이를 받아 직접 가공한 고기를 팔고 있다. 질 좋은 고기를 비교적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A 씨는 부럽다 했다.

삼겹살, 가브리살, 항정살, 목살, 갈매기살로 된 모둠세트 1㎏ 기준 4만 원. 삼겹살 1인분(120g) 7천 원. 경남 양산시 북정동 912의 2. 055-372-6779.




돼지국밥 기특하게 만드는 집 '소문난 돼지국밥'

'소문난 돼지국밥'의 국밥. 연하고 맑은 갈색의 국물이 구수하다.

부산 부평시장 입구에 있는 '소문난 돼지국밥'. 돼지국밥의 국물이 뽀얗지 않다. 연한 갈색으로 맑다. 좋지 않은 건가?

주인 박동일 씨는 단호히 말한다. "좋은 돼지 사골로 곤 국물은 맑은 연한 갈색으로 나온다. 소 사골과는 다르다. 뽀얀 색? 글쎄, 우리는 만들지 않으니 가타부타 말 않겠다."

여하튼, 맑은 국물이 시원하다. 시원함 속에 구수함이 깊이 배어 있다. 국밥에 들어 있는 고기는 푹 삶은 것인데도, 신선하게 씹힌다.

참, 기특하게 만들었다. 맛나다고 소문난 돼지국밥집 참 많으나, 돼지국밥 기특하게 만든다는 느낌의 집은 그리 자주 경험치 못했다.



이 집, 하루 40~60㎏의 사골을 고는데, 걷어내는 기름만 1㎏짜리 통으로 8~12통이다. 국물이 시원할밖에! 훤히 드러나 보이는 주방엔 가마솥이 두 개다. 하나는 섭씨 600도까지, 다른 하나는 8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낮은 온도서 뽑아낸 국물을 높은 온도서 한 번 더 뽑아 낸다. 그럼 비로소 연하고 맑은 갈색의 국물이 된다.

국밥에 들어갈 고기는 전지(앞다리), 삼겹살, 목살, 그 세 부위만 쓴다. 800도에서 끓여 낸 진국에 삶아 낸다. 고기에 육수의 진한 맛이 그대로 배어 있다.



국밥을 직접 말아내는 안주인 조성만 씨에게 맛내는 비법을 물으니 "이유 없이 무조건 재료!"라 잘라 말한다. 돼지국밥 6천 원. 부산 중구 부평동2가 65의 2. 051-254-5184.




단골들이 붙여준 이름 '산골 수육'


'산골 수육'의 수육.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사라진다는 느낌이 든다.

부산 동래구청 후문 맞은편에 있는 '산골 수육'. 원래는 돼지국밥집이었는데, 이 집 수육에 반해버린 단골들이 수육집, 수육집 하다 보니 이름이 그리 됐다.



수육의 질감이 탱탱하면서도 부드럽다. 입안에서 씹히기보다 사라진다는 느낌이다. 누린내는 없다. 특별한 소스를 바른 것도 아닌데 단맛이 느껴진다.

수육과 함께 나오는 묵은지도 별미다. 묵은지를 수육에 올려 한 입 넣으니 구수한 맛이 더해진다.

삶는 방법이 특별한가? 주인 강양숙 씨는 고기 자체가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육으로 항정살과 가브리살만 사용한단다. 돼지에서 귀하게 치는 부위다.

김치도 직접 담근다. 1만 원짜리 부추전에도 마 가루와 들깨 가루 등 몸에 좋다는 재료를 골라 쓴다. 부추전은 이 집의 별미다. 맛이 강하지 않고 은근히 당긴다.



강 씨는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취급하는 고기의 양도 적고 일손도 부족한데, 신문을 보고 손님들이 몰려오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기막힌 수육 맛을 알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1만 5천~3만 원. 오후 5시는 돼야 문을 연다. 일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명륜로 130의 9. 051-552-0332.

임광명·송지연 기자 kmyim@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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