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부샤부&전골 보글보글 한 냄비~ 담백한 국물 맛 끝내줍니다

입력 : 2012-03-08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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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샤부샤부

 샤부샤부와 전골은 먹는 방식이 전혀 다른 음식이다. 잘 알다시피 샤부샤부는 얇게 저민 고기를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가 익혀 먹는다. 전골은 고기나 채소를 전골 그릇에 담아 푹 끓인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육수에 채소 삶은 맛이 더해진다는 것. 괜찮은 샤부샤부 집을 발견했을 때는 만두전골 잘하는 집이 떠올랐다. 만두전골 집에서는 그 샤부샤부 가게가 생각났다. 다른 듯 비슷했던 두 곳의 음식점을 소개한다.


11가지 재료… 차원이 다른 육수 맛

·'경희궁' 샤부샤부


샤부샤부는 여러 가지 조합이 잘 맞아야 하는 음식이다. 육수와 거기에 담가 먹는 고기의 질, 채소의 신선함,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소스의 맛. 이들의 조합에서 한 가지만 질이 떨어져도 전체적으로 '별로'인 음식이 된다. 경험상 앞서 열거한 모든 요소가 수준급 이상인 집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경희궁는 그 몇 곳 안 되는 음식점 중 하나다.

기자는 샤부샤부 집에 가면 채소나 고기를 넣기 전, 그러니까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의 육수를 떠먹어 본다. 채소나 고기가 들어가면 거기서 나온 맛이 더해지니 맛있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재료를 넣기 전의 국물 맛이 좋으면 일단 음식을 신뢰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음식에 많은 정성을 들인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샤부샤부 음식점에서 맨 처음 내어놓는 육수 맛은 밍밍하고 별다른 감동을 주지 않았다. '경희궁'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 육수였다. 가다랑어 포를 비롯해 11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육수라는데, 채소를 넣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맛이 제대로다. 잘 끓인 우동 국물 같은 맛이다. 시원하고 뒷맛이 개운해 육수 맛으로만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육수가 맛있다고 너무 들이켜지 말기 바란다. 뒤에 나오는 고기와 채소를 충분히 맛보려면 말이다.

버섯, 배추, 미나리, 단호박 등 풍성한 채소와 새우, 다시마를 넣고 즐기는 것이 다음 단계. 한 가지 특이한 재료는 손가락 길이만 한 두툼한 가래떡이다. 적당히 익혀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집은 소스가 다양하다. 고기와 떡을 찍어 먹는 땅콩 소스와 채소를 위한 레몬간장 소스, 그리고 점심특선을 주문하면 상추쌈과 함께 나오는 된장과 겨자를 섞은 소스가 있다. 소스에 들어간 재료들이 얼핏 보면 부조화스러운데, 맛이 독특하다. 땅콩 소스는 땅콩의 고소함에 잘게 들어간 양파로 산뜻함을 더했다. 레몬간장 소스는 레몬과 간장 등을 배합해 음식 풍미를 더하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또 상추쌈에 어울리는 된장겨자 소스도 독특한 맛을 낸다.

쇠고기는 김해에서 가져오는 최상급 한우와 호주산을 사용한다. 한우는 1인분에 2만 3천 원, 호주산은 2만 원으로, 가격은 살짝 부담스럽다.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고 제값을 받자는 것이 이 집의 운영 원칙이었다. 돈값 한다고 인정하는 단골 고객 덕에 15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단다.

버섯 채소 고기 샤부샤부 1인분 호주산 2만 원·국내산 2만 3천 원, 점심특선 1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연중무휴). 부산 금정구 구서2동 1005의 8. 구서산복도록(금샘로 외식타운) 선경 3차 아파트 312동 맞은편. 051-517-9292.



속 꽉 찬 수제 만두 끓을수록 깊은 맛

·'마루한' 만두전골

마루한 만두전골

어떤 음식점은 상이 차려지기 전에 분위기로 맛을 전한다.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음식점 구석구석을 정성으로 꾸민 집이면 틀림없이 음식 맛도 수준급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음식 맛은 정성이 좌우한다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겠다. 수제 만두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마루한'이 딱 그랬다. 들어가는 길가에 주인의 살뜰함이 느껴지는 작은 정원이 펼쳐져 있다. 음식을 먹고 나오면서 이 공간이 음식 맛과 참 닮았다고 느껴졌다.

만두전골이 대표 메뉴라는 추천을 받고 주문을 했다. 차림표에는 '샤브샤브식'이라 표기되어 있다. 만두를 살짝 데쳐 먹는 식이라는 말이었다. 만두전골 2인분을 주문하면 만두가 총 6개 나오는데 몇 개는 전골에 넣지 않고 즐기고, 나머지는 전골에 넣어서 먹으면 좋다고 일러준다. 만두 맛을 제대로 보고 전골을 맛보아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만두는 손이 작은 어른의 주먹만 한 크기로, 한눈에도 꽤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만두를 잘라 속을 열어보면 싱싱한 재료에 저절로 군침이 돈다. 만두소에 과한 양념이나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잡내가 나지 않은 깔끔한 만두를 빚었다. 만두만으로 심심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겠다. 그런 이들은 고추 장아찌를 얹어 먹으면 군더더기 없는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만두전골은 해산물을 이용한 육수를 기본으로 하고, 버섯, 배추 등 채소와 새우, 낙지, 쇠고기를 넣어 맛을 낸다. 전골이 끓을수록 이들 재료 때문에 맛이 더욱 깊어진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정갈하다. 소박하지만 정성 담긴 밥상이 꽤나 반갑다.

전골을 다 먹으면 전골 국물을 이용해 죽을 만들어 준다. 물론 육수로 끓인 죽 맛도 반할 만하다. 단, 전골을 너무 오래 끓이면 육수가 살짝 짜게 느껴질 수 있으니 너무 졸이지 않도록 불 조절을 잘해야 한다.

음식점은 주인의 집 1층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깐깐하고 세심하게 음식을 하고, 가게를 꾸몄다고 했다. 정갈한 맛을 좋아하는 이라면 즐겨 찾을 만하다. 주차장이 음식점과 떨어져 있어 살짝 불편한 편. 만두전골뿐 아니라 들깨 만두국이나 만두 곰탕도 인기다. 전 메뉴 포장 가능.

만두전골 1인분 1만 2천 원. 들깨 만두국 8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연중무휴). 부산 동래구 온천2동 751의 12. 사랑의 집 앞 골목 안. 051-553-3070.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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