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부샤부와 전골은 먹는 방식이 전혀 다른 음식이다. 잘 알다시피 샤부샤부는 얇게 저민 고기를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가 익혀 먹는다. 전골은 고기나 채소를 전골 그릇에 담아 푹 끓인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육수에 채소 삶은 맛이 더해진다는 것. 괜찮은 샤부샤부 집을 발견했을 때는 만두전골 잘하는 집이 떠올랐다. 만두전골 집에서는 그 샤부샤부 가게가 생각났다. 다른 듯 비슷했던 두 곳의 음식점을 소개한다.
11가지 재료… 차원이 다른 육수 맛
·'경희궁' 샤부샤부
샤부샤부는 여러 가지 조합이 잘 맞아야 하는 음식이다. 육수와 거기에 담가 먹는 고기의 질, 채소의 신선함,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소스의 맛. 이들의 조합에서 한 가지만 질이 떨어져도 전체적으로 '별로'인 음식이 된다. 경험상 앞서 열거한 모든 요소가 수준급 이상인 집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경희궁는 그 몇 곳 안 되는 음식점 중 하나다.
기자는 샤부샤부 집에 가면 채소나 고기를 넣기 전, 그러니까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의 육수를 떠먹어 본다. 채소나 고기가 들어가면 거기서 나온 맛이 더해지니 맛있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재료를 넣기 전의 국물 맛이 좋으면 일단 음식을 신뢰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음식에 많은 정성을 들인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샤부샤부 음식점에서 맨 처음 내어놓는 육수 맛은 밍밍하고 별다른 감동을 주지 않았다. '경희궁'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 육수였다. 가다랑어 포를 비롯해 11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육수라는데, 채소를 넣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맛이 제대로다. 잘 끓인 우동 국물 같은 맛이다. 시원하고 뒷맛이 개운해 육수 맛으로만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육수가 맛있다고 너무 들이켜지 말기 바란다. 뒤에 나오는 고기와 채소를 충분히 맛보려면 말이다.
버섯, 배추, 미나리, 단호박 등 풍성한 채소와 새우, 다시마를 넣고 즐기는 것이 다음 단계. 한 가지 특이한 재료는 손가락 길이만 한 두툼한 가래떡이다. 적당히 익혀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집은 소스가 다양하다. 고기와 떡을 찍어 먹는 땅콩 소스와 채소를 위한 레몬간장 소스, 그리고 점심특선을 주문하면 상추쌈과 함께 나오는 된장과 겨자를 섞은 소스가 있다. 소스에 들어간 재료들이 얼핏 보면 부조화스러운데, 맛이 독특하다. 땅콩 소스는 땅콩의 고소함에 잘게 들어간 양파로 산뜻함을 더했다. 레몬간장 소스는 레몬과 간장 등을 배합해 음식 풍미를 더하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또 상추쌈에 어울리는 된장겨자 소스도 독특한 맛을 낸다.
쇠고기는 김해에서 가져오는 최상급 한우와 호주산을 사용한다. 한우는 1인분에 2만 3천 원, 호주산은 2만 원으로, 가격은 살짝 부담스럽다.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고 제값을 받자는 것이 이 집의 운영 원칙이었다. 돈값 한다고 인정하는 단골 고객 덕에 15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단다.
버섯 채소 고기 샤부샤부 1인분 호주산 2만 원·국내산 2만 3천 원, 점심특선 1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연중무휴). 부산 금정구 구서2동 1005의 8. 구서산복도록(금샘로 외식타운) 선경 3차 아파트 312동 맞은편. 051-517-9292.
속 꽉 찬 수제 만두 끓을수록 깊은 맛
·'마루한' 만두전골
마루한 만두전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