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더도이 종가집 돼지국밥'

입력 : 2012-03-22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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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외식 · 외국손님 대접에도 손색없는 돼지국밥집

결혼을 하고 잘 못 먹게 된 음식이 돼지국밥이다. 입맛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같이 사는 여자 때문이다. 돼지국밥 이야기를 꺼내면 혼자 가서 먹고 오란다. 혼자 무슨 맛으로 먹나, 그래서 양보를 하고 만다. 그러니 몸에 돼지국밥 성분이 늘 부족하다. 아니, 이 맛있는 돼지국밥을 여자들은 왜 싫어할까.

귀한 손님, 특히나 외국인 접대한다며 돼지국밥집을 추천해 달라면 난감하다. 맛은 괜찮은데 위생 상태나 가게 분위기가 좀…. 일본 후쿠오카에 가서 돈코쓰 라멘을 먹다 돼지국밥집은 왜 이렇게 깨끗하게 못 하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연히 '더도이 종가집 돼지국밥' 덕천점에 갔다 무릎을 탁 쳤다. 깔끔한 조리사 복장, 혼자와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바 형태의 테이블, 책장까지 마련해 두고. 언젠가는 이런 집이 생길 줄 알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가장 먼저 생긴 '학장점'은 줄 서는 집으로 유명하고, 돼지국밥연구소까지 별도로 있다. 돼지국밥이 날개를 달았다고 할까.

최근에 생긴 '구서점'으로 찾아갔다. 이렇게 카페처럼 생긴, 주차 서비스까지 해 주는 돼지국밥집은 처음이다. 막국수, 오리훈제 등 메뉴가 다양해 돼지국밥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와도 괜찮겠다. 돼지국밥집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여기라면 아내에게 돼지국밥을 가르쳐줄 수 있겠다.

정갈한 반찬, 뽀얗고 진한 국물, 게다가 돌솥밥까지. 대접 받는 기분으로 돼지국밥을 맛있게 먹었다. 졸깃하며 구수한 수육은 식어도 괜찮았다. 이날 동행한 지인은 이 집 국물이 '학장점' 초창기에 비해 훨씬 더 진해졌다고 증언(?)했다. 공개된 주방, 주문·서빙·뒷정리의 분업화,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장석봉(55) 대표는 '더도이 종가집' 세 곳을 모두 직영하는 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몇 개의 음식점을 경영한다. 장 대표는 "부산사람들이 좋아하고 시장성이 충분한 돼지국밥이 너무 옛날식으로 운영되는 게 안타까워 가족들이 함께 외식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장 대표에게 이날 몇 수를 배웠다. 첫 번째, 주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음식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홀 위주, 자투리로 주방을 갖추는 일은 잘못되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매장이든 30평 이상으로 주방을 운영한다. 두 번째, 직원들이 자꾸 바뀌면 결국 주인이 손해다. 그는 직원들에게 많은 곳은 50%까지 지분을 나누어 주었다(어쩐지 다들 친절하다 했다). 그래서 개업 3개월 된 돼지국밥집에 줄을 선다. '더도이'는 '좀 더 달라'는 경상도 사투리이다.

따로돼지국밥 6천 원, 메밀막국수·오리훈제 6천 원, 손 왕만두 5천500원. 24시간 영업. 부산 금정구 구서1동 84의 4. 구서IC에서 직진 부산대 방향 100m. 051-583-1688.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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