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메밀면과 부드러운 육질 '절묘한 조합'

입력 : 2012-03-29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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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소바 & 돈가스 둘 다 맛있는 집

면옥향천

날씨가 좀 따뜻해진 영향일까. 아니면 옛날 생각이 나서일까. '메밀국수와 돈가스'가 먹고 싶어졌다. 평범해 보이는 메밀국수와 돈가스, 하는 집은 많지만 잘하는 집 찾기는 쉽지 않다. 수소문 끝에 이 두 메뉴를 다 잘하는 가게를 찾아냈다. 특히 메밀국수 하면 '면옥향천', 돈가스는 '토야카츠'이다.


최고의 메밀 추구하는 '장인'의 손맛

· '면옥향천'

지난 2010년 부산일보 맛집 블로거 평가단이 뽑은 최고의 맛집 중의 하나. 언제나 줄서서 기다리는 집. '면옥향천'은 메밀국수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집이다. 기자 또한 단골인데 여기 가면 꼭 시키는  메뉴가 '순메밀막국수(사진)'이다. 주문 받는 분은 언제나 "먹어 봤느냐"고 물어본다. 왜 그걸 물어보냐, 물어보았더니 처음 먹는 분들은 거의 다 "면이 왜 이래"라고 말을 해서 그렇단다. '맛면'에 순메밀막국수 같은 일부에서만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하는 게 맞을지 잠깐 망설였다. 순메밀막국수와 소바를 같이 시켜 비교체험을 하니 대학생과 초등학생 정도의 차이가 나니 어쩔 수 없다.

순메밀막국수를 시키면 막국수 외에도 맛보기로 순메밀 100% 면을 따로 조금 내준다. 찰기가 부족한 메밀가루 100%로 면을 만들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아직도 있다. 하지만 제분 기술의 발달로 이미 가능하게 됐다.(허영만의 만화 '식객' 19권 막국수 편에 잘 나와 있다.) 순메밀에는 메밀과 물, 소금만 들었다. 이 맛을 어떻게 설명할까. 순메밀은 향으로 먹고, 일반적인 소바는 질감으로 먹는다. 일본에서는 메밀국수를 '노도고시'로 먹는다고 한다. '노도(喉)'는 목구멍, '고시'는 통과한다는 뜻이다. 메밀이 목구멍을 지날 때의 감각. 일본 사람은 메밀의 맛을 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목구멍으로 느낀다. 그래서 메밀은 꼭꼭 씹어 먹으면 안 되고 일단 입에 넣은 뒤에는 빨리 삼켜야 한다. 면옥향천의 순메밀막국수는 일본식으로 말해 노도고시가 좋다.

면옥향천의 소바류는 메밀 함량이 30~40%를 왔다 갔다 한다. 순메밀막국수에 비하면 훨씬 졸깃해서 일반적으로 맛있게 느껴진다. 가게 2층의 좁은 제면실에서 얼굴에 가루가 묻은 김정명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아직 일본의 200위 내에 드는 집 중 한 집도 못 이길 것 같다"며 메밀에 대한 집념을 보인다. 김 대표는 '니하치 소바'를 새로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밀가루와 메밀을 2 대 8 로 섞어 반죽해 이상적인 면으로 일본에서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다. 이전에 시도했다 반응이 안 좋아 접었단다. 그는 대중이 늘 맞는다고 믿는다. 희소식! 논산에 메밀 계약재배를 맡겨 올 여름에는 햇메밀이 나온단다. 그 향을 한번 맡아보고 싶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메밀의 가치는 끊김에 있는 것 같다. 바삭하고 담백한 돈가스도 다른 집이라면 에이스급으로 충분히 대접받는다.

소바·막국수 5천~6천 원, 순메밀막국수 9천 원, 돈가스정식 7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우2동 1185의 77. 부산도시철도 2호선 시립미술관역 6번 출구 100m 우2동 종합시장 입구 맞은편.  051-747-4601.


도톰한 돈가스 자꾸만 생각나네!

·'토야카츠'

토야카츠
학창시절 돈가스를 통해 양식계에 입문했다. 나이프와 포크 사용하는 법도 돈가스를 먹으며 배웠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돈가스를 잘 찾지 않았다. 나이가 들며 점점 입맛은 높아졌는데 돈가스는 늘 그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그랬다. 돈가스가 결코 유치한 맛이 아니라는 사실, 나중에 일본에 가서 알았다. 일본에서  돈가스는 성인들의 입에도 여전히 맛있었다.  '돼지고기, 튀김옷, 튀김용 기름', 도대체 우리 돈가스는 뭐가 문제일까.

'토야카츠'! 우리 동네(수영)에 이런 집이 있는 줄 몰랐다. 두꺼운 등심 돈가스인 '로스카츠'를 먹고 돈가스와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연한 육질, 풍부한 육즙, 바삭한 튀김옷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다. 소스 없이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을 정도였다. '치즈카츠(사진)'는 돼지고기 사이에 모차렐라 치즈가 듬뿍 들었다. 길게 늘어지는 치즈는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당긴다. 로스카츠에 비해 얇은 고기는 다소 아쉽다. 다음에 가면 연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안심이 들었다는 '히레카츠'를 먹어볼  생각이다.

결론! 고기 요리는 이렇게 고기가 맛있어야 한다. 비법은 잘 보이는 곳에 붙어 있다. 보리를 먹여 키워 사육해서 부드럽고 육즙이 많은 국내산 맥돈(麥豚)을 공급받아 그날그날 작업한다. 또 최고급 빵가루와 트랜스 지방이 없는 식물성 대두유만 사용한다는 사실.

별미인 '생선카츠'도 있다. 바삭한 빵가루 속에  흰살 생선 명태가 들었다. 과연 명태(동태)가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신선하고 풍성한 맛을 자랑한다. 400cc 생맥주도 판매해 간단하게 한잔 하기에도 괜찮다.

메밀류도 괜찮지만 면을 직접 뽑지는 않는다. 사누키우동의 면발도 탱탱하고 유부초밥도 맛있다는 소문. 바 형태의 테이블을 갖춰 혼자 가도 부담이 없다. 이날도 혼자 온 택시기사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 목격했다. 선불에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하는 점은 약간 불편한 대목이다.

남들 앞에 나서기를 수줍어하는 오너셰프 김종현 씨가 가게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왜 이렇게 했느냐고 물으니 "작은 가게에서 서로 쳐다보면  좀 그렇잖아요"라고 답한다. 주인과 가게가 서로 잘 맞는다. 그는 아직도 멀었다고 말하지만  부산에서 돈가스 이만큼 맛있게 하는  집도 드물어 보인다. P.S 너무 작은 가게라 놀랄지도 모른다. 로스·히레·치즈·생선카츠 6천~6천500원, 우동·모밀류 3천500~4천 원. 세트 1만~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민락동 93. 민락동 푸르지오아파트 102동 맞은편. 070-8782-3434.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블로거 '울이삐'(busanwhere.blog.me)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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