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 '청춘식당'

입력 : 2012-04-05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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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한 자신감 … 돼지고기 등급표 벽에 붙여놓은 집

맛있게 먹고 나면 입이 귀에 걸린다. 어제 저녁이 그랬다. 여운이 이어져 웃으며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꼭 삼돌이 같이….

맛집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지인에게서 돼지고기 등급표를 벽에 붙여놓고 파는 집이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연락이 왔다. 돼지고기에도 등급이 있었나? 2011년 6월부터 시행된 돼지고기 등급표시제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규격 A·B·C 등급, 육질 1+· 1· 2등급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왜 몰랐을까. 쇠고기는 소매단계 등급별 구분판매가 의무사항이지만, 돼지고기는 자율에 맡겨두고 있어서 그렇다. 육가공업계가 등급표시를 소매단계까지 확대할 경우 시설투자비 부담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국민고기' 돼지를 대체 어떻게 보고….

이날 우리가 해운대 '청춘식당'에서 먹은 고기는 규격 A, 육질 대부분 1등급과 일부 1+ 등급이었다. 알고 먹으니 얼마나 좋은데. 청춘식당은 간판과 명함에 '부산에서 생고기가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자신 있게 표시해 놓았다. 박영근 대표가 주방에서 직접 칼을 잡는데, 그의 또 다른 직함은 축산물 납품 전문 업체 건영푸드의 대표이다. 딱 잘라서 좋은 고기만 가져온단다.

두툼한 생삼겹살이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졌다. 고기가 역시나 좋은데, 새우젓을 한 점 올리니 더 좋다. 지나치게 짜지 않은 새우젓이 예뻐 보인다. 기왕에 청춘식당에 왔으니 이 집에서만 파는 '청춘주' 맛을 안 보고 갈 수 없다. 소주에 산수유, 석류, 흑초를 가미해 색은 붉고 맛은 달다. 잠깐 먹기에는 괜찮지만 오래 먹기에는 좀 그러니 꼭 청춘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목심과 등심의 연결부위에 있는 가브리살도 인기가 많다. 가브리살은 삼겹살처럼 구이로 먹으면 맛나다.

김치찌개는 맛만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심심한 듯 칼칼한 김치찌개는 처음 맛본다. 맑고 시원한 김치국의 느낌이라면 알아차릴까. 식사보다는 안주용으로 만들었단다. 딴 데서 마시다가도 생각나 찾아올 것 같다. 김치찌개용으로 따로 담백하게 김치를 담갔단다. 된장찌개 역시 칼칼하다. 찌개 안에는 좋은 고기가 들었다. 밥과 함께 나온 김에 완전히 반했다. 들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살짝 친 김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집에서 김에 기름을 발라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 맛이 나지 않았다. 이제 보니 들기름과 소금이 과했던 모양이다. 청춘식당은 이름 같지 않게 절제할 줄도 안다.

생삼겹살·목살 8천 원(120g 기준), 생가브리살 9천 원, 한우갈빗살 1만 8천 원, 김치·된장찌개 5천 원. 영업시간 오후 6시~오전 6시.부산 해운대구 우동 652의 13.해운대 그랜드호텔 후문. 051-746-6511.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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