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빵'이 있는 '젊은 빵집'

입력 : 2012-04-12 06:39:00 수정 : 2012-04-12 07: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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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맛 프랜차이즈를 넘어라

'르 뽀아르'는 프랜차이즈에 없는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 케이크(왼쪽)와 치아바타 샌드위치.

어디든 다양성이 필요하지만 특히나 맛에서 다양성은 소중하다.(15년간 만두만 먹는다고 생각해 보시라. 웩!) 예전에는 집집마다 맛이 달랐지만 산업화·도시화로 비슷해졌다. 게다가 황소개구리처럼 성장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다양성을 다 잡아먹고 있다. 이런 하수상한 시절 '나만의 빵'으로 프랜차이즈의 벽을 넘겠다고 나선 겁 없는 젊은 빵집 두 곳이 있어서 찾아갔다.


핸드메이드 디저트 카페 '르 뽀아르(le poire)'

달고 부드러운 일본의 맛


'매일 갓 구운 빵과 미디엄 로스팅(약강배전)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쇼케이스에는 일본어 설명도 함께 해 놓았다. 일본 손님이 많다는 의미. 일본 도쿄제과학교 졸업장이 벽에 걸린 것을 보고 나니 이 집 분위기가 이해가 된다.

빵 자체도 일본풍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빵 먹는 취향도 다르다.

우리는 생선회 먹을 때도 그렇듯이 졸깃한 빵을 좋아한다. 반면 일본인들은 대개 부드러운 무스 형태를 좋아한단다. 또 일본인들은 단맛을 즐겨 케이크도 우리보다 더 달게 먹는다. "달아야 케이크데스!"

'르 뽀아르'는 달콤한 타르트, 티라미수 등을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티라미수는 '끌어올리다'는 뜻의 티라레(tirare), '나'(mi), '위로'라는 뜻의 수(su)가 복합된 이탈리아어다. 단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기분은 '르 뽀아르'가 책임진다. 뽀아르(poire)는 서양 배.

안타깝지만 늘어나는 허리 사이즈를 걱정해야 하는 중년이라면 거칠고 건강한 빵이 답이다. 우리 같은 그분께 치아바타(이탈리아식 바게트 빵)를 권한다. 치아바타는 특별한 맛은 없지만 적당히 질긴 식감이 커피와 함께 하기에 좋다. 치아바타만 먹기가 심심하다면 치아바타 샌드위치가 괜찮다. 촉촉해서 먹기가 편하다. 아직도 심심하다면 크랜베리가 들어 달콤함이 톡톡 터지는 녀석들이 괜찮겠다.

개방된 제빵실에서 빵을 구워내는 파티셰(제과·제빵 요리사) 배호철(34) 씨가 보인다. 이런 말 하면 실례인지 모르지만 일본 만화에 나오는 빵 만드는 캐릭터를 많이 닮았다. 배 씨의 어릴 때 별명이 '호빵'이었다니 빵은 운명이었을까.

그는 프랜차이즈 업체에는 없는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짜여 있는 배합이 아니고 맞춤형으로 가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단다. 틈새시장을 보고 프랜차이즈 빵집이 못 만드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버터를 안 쓴 제품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좋은 재료를 배운 대로 정직하게 쏟아붓겠다니, 눈여겨보아도 좋지 않을까.

갈 때마다 새로운 빵이 늘어난다. '나만의 케이크 만들기' 체험수업도 진행한다. 나오는데 그가 고개를 빼고는 물어본다. "빵은 당일, 케이크는 이틀이 지나면 남들에게 주고 있어요. 혹시 푸드뱅크 쪽으로 아는 곳은 없으세요?"

샌드위치+아메리카노 5천500 원, 조각케이크+아메리카노 6천500 원, 아메리카노 3천500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 부산 해운대구 좌동 1492 KCC 스위첸 상가 1층. 051-753-1111. 


'프럼 준'은 늘 새로운 빵을 연구한다. 브런치 세트(왼쪽)와 초콜릿 '시크릿가든'.
베이커리&브런치 카페 '프럼 준(from JUN)'

늘 새로운 맛에 도전합니다


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빵집은 카페, 카페는 빵집을 닮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살아남기 위한 변신 같은 것. 그 맨 앞자리에 베이커리 카페 '프럼 준'이 있다.

카페처럼 보이는데 빵 만드는 사람이 7명이나 된다. 밖에서 잘 보이게 만든 유리창을 통해 제빵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제빵실 칠판에는 파티셰들의 꿈이 적혀 있어 흥미롭다. 빵은 여자들이 만드는 모양이다. 빵 공장 공장장부터 시작해 여성이 절대 다수다. 빵 만드는 리얼 액션은 음식에 대한 신뢰와 함께 강렬한 식욕을 선사한다.

'프럼 준'은 새로운 빵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유기농호밀'은 누룽지 같고, '주먹카스테라'는 못 생겨도 맛은 좋다. '시크릿가든' 초콜릿은 작품성이 높고, '해운대치즈케이크'는 지역색이 물씬하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는 절대 이렇게 못 한다.

인기 많은 '모찌모찌'는 쫀득쫀득한 질감이 괜찮다. 부드러운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하니 더 좋다. 전체적으로 예쁘게 장식하기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100%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한다고 붙여놓은 매장 내 광고 문구에서 강한 고집이 느껴진다(의외로 동물성이 흡수가 잘되어 몸에 좋단다).

요리사 모자 대신 개성 있는 모자를 쓴 길현준(36) 대표. 집안 형편상 미용과 제빵 중에 고민하다가(어쩐지 미용실 이름 같더라) 제빵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18년간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빵을 만들고 있단다. 길 대표는 부산의 유명 제과점을 두루 거친 뒤 프랑스, 독일, 일본에 가서 빵을 배웠다. 배움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그를 만든 모양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적인 팥빵이 가장 잘 나간다니 세상일은 알 수 없다. 나이 지긋한 손님들은 옛날 빵을 찾아서 오고, 그는 늘 새로운 빵을 만들려고 궁리한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신의 레시피대로 빵을 만들어 보자는 분들이 늘었다. 물론 환영이다. 맛있는 커피는 다 내조 덕분이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그의 아내.

그는 꿈을 묻는 질문에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후배들이 너무 안 생겨 고민이다. 그래서 새터민이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빵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보려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빵과 함께 꿈도 맛있게 익어간다.

모찌모찌 2천200원, 찹쌀바게트 2천200원, 주먹카스테라 1천500원, 커피 3천~5천 원, 브런치 8천 원, 영업시간 오전 7시~밤 12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378의 96. 해운대시장 입구(해운대구청 쪽). 051-741-6868.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블로거 '울이삐'(busanwhere.blog.me)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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