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봉하막걸리 전문 서면 '바보주막'

입력 : 2012-05-03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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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맛 하나 없는 기가 찬 막걸리에 안주 맛도 일품

주막. 게다가 봉하막걸리 전문점을 표방했으니 막걸리 이야기부터 하는 게 어울리겠다. '바보주막'은 막걸리로는 봉하막걸리 한 종류만 취급한다. 봉하막걸리, 이거 이거 물건이다. 많이 달지도 않고 탄산도 적다. 왕년에 술깨나 드셨다는 한 선배, 손등으로 입술을 닦으며 "잡맛 하나 없이 심심한 듯하면서도 깊은 단맛"이라고 말했다. 전라도에서 나오는 '송명섭 막걸리'의 맛을 아는 분께는 "이와 상당히 비슷하나 좀 더 대중적인 맛"이라고 알려드린다.

봉하막걸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생산된 친환경 무농약 햅쌀을 재료로 전남 담양의 '죽향도가'에서 만들어 가져 온다. 이 술맛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서면 영광도서 앞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약속은 20년도 훨씬 넘게 진행 중이다. 그래도 별로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 서면이다. '바보주막'에 한 번 가보고 바로 여길 아지트로 삼기로 했다. 이름과 달리 카페나 갤러리 같다. 가게에 걸린 그림은 판매도 한단다.

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비지찌개, 겉절이, 고등어조림 등이 나오는 기본 찬이 좋다. 술꾼들 생각은 비슷하다. 이것만 해도 막걸리 몇 병은 마시겠다. 차림표에서 '시장막회'를 발견했다. '시장, 막, 회', 좋아하는 단어가 다 모인 이 안주가 1만 원이다. 전어와 숭어였나, 아무튼 초고추장에 버무린 회무침이 봉하막걸리를 연달아 호출했다. 언제부턴가 배부른 안주보다는 꼬막 같은 게 좋아졌다. '달고기 생선전'. 설마 달고기가 토끼고기라고 생각하는 분은 안 계실 것으로 믿는다. 달고기는 병어처럼 생겼다. 옆구리에 보름달처럼 동그란 무늬가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명태전보다 달고, 고소하고, 존득하다.

막걸리 하면 홍어 아닌가. 홍어전은 이 집의 최고 귀족 안주다. 전이 된 홍어가 더 쏜다. 이건 조금씩 아껴 먹어야 한다.

주막집 남정네 강희철 대표는 그가 김해에서 '신어국수'를 할 때 처음 만났다. 쫄딱 망하고 주막을 차렸단다. 강 대표는 문화판에서 뼈가 굵어 지금도 문화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를 몇 번 만나지는 못했지만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자주 보았다. 그래서 이 집 맛이 최고라고는 말 못해도, 그가 누구보다 열심히 음식 공부를 한다고는 말할 수 있다. '신어국수' 할 때부터 단골들은 한 가지 똑같은 바람이 있다. 그때 먹었던 모리국수를 해 달라는 것이다. 모리국수에는 아귀·물메기·홍합, 새우 등등이 들어가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아! 모리국수 먹고 싶다.

봉하막걸리 3천500원, 땡초부추전 8천 원, 시장막회·꼬막 1만 원, 달고기 생선전 1만 3천 원, 홍어전 3만 원. 영업시간 오후 4시~자정.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397의 6. 서면 영광도서 위쪽 '소소횟집' 옆 골목. 051-805-380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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