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줄기, 물 한 모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는 계절, 여름이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찬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고 한다. 몸 표면은 뜨겁지만, 속은 차가운 상태라는 게 이유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거란다. 하지만 여름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열렬하게 차가운 음식을 고마워하랴?! 많이 먹지 말라 하니, 한 그릇만 먹어도 제대로 피서가 되는 음식을 수소문했다. 공교롭게 모두 면 음식이다. 탱탱한 면발이 여름의 늘어진 기운을 확 조였다.
토곡 '함스차이나'
오향장육 오이 해파리 등
면 위에 가득 쌓은 중식 냉면
깔끔한 육수 맛에 반해
땅콩소스 풀면 또다른 느낌
동네 골목길을 지나가다 '호텔 중식당 출신의 주방장'이라는 안내문에 시선이 꽂혔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한 중국 음식점 같았다. 동네 주민이 아니면 잘 모를 곳이었다.
초야에 묻혀 지내는 무림 고수와 같은 이가 혹시 저 안에 있는 건 아닌지?!
'함스 차이나.'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따가운 햇볕이 목덜미를 벌겋게 달군 날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음식을 찾으니 안주인이 중식 냉면을 권했다. 중식 냉면은 보통 닭고기 육수에 오향장육과 각종 해산물을 넣어 차갑게 먹는 음식이다. 중국집에서 한국식 냉면이나 밀면을 팔기도 하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예전에 고급 중식당에서 먹었던 중식 냉면을 떠올리며, 기대에 가득 차 주문을 했다.
면 위에 정갈하게 올라간 재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사라지는 듯했다. 오이, 당근, 목이버섯, 해파리, 새우, 오향장육 등이 팥빙수 토핑처럼 쌓여 있었다.
땅콩 소스와 겨자를 따로 준다. 소스를 풀기 전 국물을 한 술 뜨니 상당히 깔끔했다. 밋밋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겠으나, 화학조미료의 뒷맛을 싫어하는 기자 입에는 딱이었다. 그러고 보니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판도 붙어 있다. 그런데도 이런 감칠맛이 난다면 재료가 상당히 많이 들어갔다는 이야기.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지만, 젓가락은 이미 면발을 물고 있었다. 일단 먹고 보자.
땅콩 소스를 살짝 푸니, 맛이 완전히 변했다. 처음에는 가볍고 산뜻했다면, 소스를 넣은 후에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강했다. 음식 하나를 주문해서 두 종류의 음식을 맛보는 셈이다.
차가운 국물 속 면발의 긴장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다채로운 고명도 식감을 돋웠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오향장육. 특유의 향 때문에 오향장육을 못 먹는 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함성진 대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다섯 가지 향 중에 한두 가지 향만 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향장육만 찾는 단골손님도 꽤 된다고 했다. 나도 그런 손님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적당히 배가 불렀으니 깔끔한 맛의 정체를 밝힐 차례. 함 대표의 이력 속에 그 답이 있었다. 호텔에서 근무하며 생긴 고집 또는 습관 때문에 재료 욕심이 많단다. 불황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함 대표의 고집은 부부 싸움의 단골 메뉴라고. 안주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식사 시간에는 문 밖에서 대기하는 때도 종종 있으니, 예약은 필수.
중국냉면·냉짬뽕 6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매주 화요일 휴무). 부산 연제구 연산9동 477의 2. 토곡지구대 옆. 051-758-3332.
온천동 '소문난 30년전통 손칼국수'
새콤달콤 고소한 맛 나고
면발 쫄깃한 냉김치칼국수
순한 김치 맛도 수준급
먹은 뒤 생각만 해도 침이
칼국수집뿐만 아니라 웬만큼 소문난 맛집의 이름 앞에는 '소문난'과 '할매'가 자주 붙는다.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수수한 맛,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아날로그 마케팅이 맛집의 성공에 필수 요건인가 보다.
아무튼 온천장에 칼국수 잘하는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나섰다. '소문난 칼국수'라는데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는 가게가 골목에 모여 있어 잠시 헷갈렸다. 간판에 '30년 전통'과 '손'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가게가 목적지였다.
차진 면발이 입에 착 감기는 '소문난 30년 전통 손칼국수'의 냉김치칼국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