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는 수육에 소주 한잔이 제격? 밥과 함께 드셔 보세요

입력 : 2012-08-16 07:57:44 수정 : 2012-08-16 15: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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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전문점 '청해'의 주인 김정순 씨가 고래정식을 소개하고 있다. 냄새와 기름기 적은 고래고기 요리에 백반 정식을 더한 격이다.

 고래고기, 그러면 생각나는 것? 약간은 쿰쿰한 듯한 수육, 비싼 만큼이나 혀를 심하게 감치는 맛, 소주 한 잔 곁들이기 참 좋은…. 거기에 밥은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고래고기로 밥상을 차린다? 요즘 울산 장생포의 고래고깃집들이 그러고 있다 한다. '고래밥상'. 고래고기와 밥의 기이한 조합! 달려가 맛보지 않을 수 없는 유혹!


■몸 가볍게 만드는 고래 육회 비빔밥

"아직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는 부분이 적어서…. 그래서 우리집은 비빔밥만 해요."

장생포고래박물관 주차장에서 좌회전해 200m쯤 가면 나오는 '고래할매집'(052-258-8081·울산 남구 장생포동 41의 18) 주인 라미자(56) 씨는 그리 말했다. 고래밥상이라곤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하튼, 고래 비빔밥을 내고 있는데, 아무래도 바닷가이다 보니 밥 위에 해조류를 많이 올린다. 가사리, 톳을 비롯한 여러 바다풀 종류들. 콩나물, 산나물 넣는 보통의 비빔밥보다 싱그러운 느낌이 훨씬 강하다. 제철 해조류를 쓰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염장해 파는 것이 많으니 실상은 사계절의 해조류를 맛볼 수 있다.

'고래할매집'의 고래 육회 비빔밥. 해초류가 많이 들어간다.

거기에 고래 육회를 넣고 소스를 뿌린 뒤 쓱쓱 비비면 싱싱한 고래비빔밥이 완성되는 것이다. 소스는 라 씨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간장 소스와 초고추장 소스, 두 가지가 있는데, 거기에는 산야초나 과일로 만든 효소가 이용됐다. 효소는 6개월 이상 설탕 등에 절여서 발효시켜 놓은 것을 다시 3~4개월 더 숙성해 2차 발효시킨 후 사용한다. 그런 소스 때문인지, 아니면 싱그러운 해초 때문인지 먹어 보면 좀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고래 육회는 부드럽다. 고래 특유의 거슬리는 냄새는 없다.

'고래할매집'이 고래고기 판 지는 60년이 넘었단다. 라 씨는 어머니가 하던 걸 물려받았다. 고래 비빔밥을 만들어 판 것은 올 1월부터였다. 고래고기가 밥에 이렇게 잘 어울리나 싶어, 자기도 놀랐다고 한다. 간단한 밑반찬을 곁들여 1만 원 받는다.


■백반에 고래 육회와 수육, 고래정식

좀 더 온전한 고래밥상을 찾다 발견한 곳이 장생포고래박물관 정면에 있는 고래고기 전문점 '청해'(052-269-5153·울산 남구 매암동 220의 17)다. 차림표에 이런 게 있다. 고래정식 3만 원, 고래 비빔밥 1만 원, 고래 스테이크 1만 5천 원, 고래 주먹밥 3천 원. 이 중 스테이크와 주먹밥은 주말(휴일 포함)에만 낸단다. 

고래정식. 나물, 김치, 미역, 김 등 자잘한 반찬이 나오는 백반 정식에 고래탕, 고래 육회, 고래 수육 등을 곁들이는 형태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수육의 육질이 탱탱하다. 께름칙한 기름기는 거의 없다. 고소하고 쫄깃하다. 육회. 달고 짠맛이 잘 어우러졌다. 부드럽게 녹는다. 고래 육회는 안전하다. 영하 60도에서 급랭 처리해 나오는 것이니 기생충 따위는 처음부터 박멸되기 때문이다.

고래탕은 드물게 보는 것이다. 얼큰하고 시원하다. 콩나물이 많이 들어가 해장용으로도 좋다. 이 고래탕은 8천 원 받고 따로 팔기도 하는데, 만들기가 까다롭다. 안주인 김정순 씨가 설명하는 바는 이렇다. 고래고기에서 피를 빼는 게 관건인데, 3일 동안 찬물에 담가 계속 우려내고, 삶는 날 뜨거운 물에 주물러 다시 피를 뺀 뒤 한두 시간 찬물에 담가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기에서 냄새가 나고 맛도 터벅터벅해진다.
'청해'의 고래 스테이크. 타박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을 위한 고래 스테이크와 고래 주먹밥

고래 스테이크와 고래 주먹밥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한 메뉴다. '청해' 안주인 김정순(55) 씨의 말. "주말이나 휴일이면 애기들이 바글바글해요. 조기 앞에 있는 고래박물관 찾는 겁니다. 그런데 이 근처에 애들 먹을 게 없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스테이크, 주먹밥이죠. 스테이크 같은 건 커서 둘이서 하나 먹어도 충분해요. 그래서 인기 좋아요."

애들이 먹을 것이니 냄새에 특히 신경이 쓰였다. 맛도 기름지지 않아야 하고. 냄새 없애느라 고생 많이 했다. 우유에 고래고기를 담가 보기도 하고, 잘 아는 요리연구가에 의뢰해 방법을 찾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의 스테이크와 주먹밥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청해'의 고래 주먹밥.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된다.

이 집 고래 비빔밥은 육회비빔밥 외에 불고기비빔밥이 따로 있다. 콩나물국이 따라 나온다. 불고기비빔밥의 경우 쇠고기 등으로 만든 것보다 맛이 훨씬 진하다. 보통 비빔밥은 칼칼한 맛에 먹는데 이건 입에 여운이 오래 남는 진한 맛이다. 요즘엔 일반 대접에 나오지만 겨울에는 뚝배기에 뜨겁게 나온다.
'청해'의 고래 불고기비빔밥. 여운이 오래 남는 진한 맛이다.


■질 좋은 고래밥상, 성공 예감

고래밥상은 기본적으로 밥을 먹기 위한 고래고기 요리. 그런데 '청해'의 바깥주인 박상철 씨는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평소 하는 대로 수육이나 육회만 팔면 우리도 편해요. 크게 고민 안 해도 비싸게 팔 수 있고. 수육모둠 하나면 10만 원 받거든. 그런데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려니 골치 아파. 손이 많이 가야 하고. 밥상이라 비싸게도 못 받아. 그래도 앞으로를 위해선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지. 고래고기 요리의 발전. 요즘 침체되고 있거든. 새로운 분위기, 한번 해 보자, 그런 거 말입니다."

'고래 비빔밥'보다는 '장생포 비빔밥'이라는 이름이 더 좋지 않을까, 그는 생각한다 했다.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처럼 지역 특성을 알리는 데 그게 좋지 않으냐는 것이다.

여하튼 그는 고래고기를 이용한 밥상이라도 그 품질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했다. 수육 등 일상적인 고래고기 요리가 아니라고 질 떨어지는 재료를 썼다가는 금방 표 나고 외면당할 거라는 이야기다.

"아끼지 말아야 해요. 안 좋은 고기, 안 좋은 부위는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조금 손해보는 듯해도 결국은 그게 이득이더라고." 고래밥상의 성공 예감?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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