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천서리 이가네 메밀 막국수

입력 : 2012-08-16 07:57:50 수정 : 2012-08-21 07: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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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와 사골 육수, 국물 맛 끝내주네요

막국수를 먹지 않고 이 더운 여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이 막국수, 참 애증의 음식이다. 밀면이 지겨울 때 종종 찾게 되는데, 국물 맛이 흡족한 때가 많지 않다. 참기름이 둥둥 뜨는 느끼한 맛이거나 식초 맛이 강한 시큼한 맛이 대부분. 막국수 먹으러 길을 나섰다가 결국은 냉칼국수나 밀면을 먹고 돌아왔던 적도 있다. 그러다 장전동 '천서리 이가네 메밀 막국수'에서 동치미 막국수를 먹었다. 깔끔한 국물을 들이켜는 순간. 예감했다. 이제 맛있는 막국수를 찾아 떠나는 방황에 마침표를 찍었음을!

'동치미 물막국수'는 말 그대로 동치미 국물에 메밀 면을 말아 낸 막국수다. 새콤한 동치미 국물과 메밀의 만남은 상상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강원도식' 막국수 가게에서 동치미 국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맛을 제대로 내는 집은 드물다. 이곳 막국수는 은근하게 새콤한 동치미 국물 맛이 살아 있다.

알고 보니 이게 '천서리' 식이란다. 경기도 여주군 천서리의 대표 음식이 동치미 막국수인데, 꿩고기 육수와 동치미를 섞어 만든다고. 이 가게는 천서리의 유명 막국수 집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꿩고기 육수 대신 소뼈 삶은 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부산 사람 입맛에 맞게 고춧가루 양념도 더했다. 동치미와 사골 육수 비율이 8 대 2 정도 된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이는 막국수에 들어간 고춧가루 양념을 젓지 않고 맛보는 것도 좋겠다. 살얼음을 살짝 헤치고 한 숟가락 떠먹으면 신맛이 혀끝을 살랑살랑 건드린다. 항아리에서 막 꺼낸 동치미 국물처럼 산뜻하다. 면발은 평범하나 국물 맛이 탁월하다.

부산 출신 이정숙(52) 대표가 천서리 막국수를 알게 된 것은 여동생 가족 때문. 경기도 이천에 사는 동생 가족이 부산에 내려오자 유명한 막국수 집에 데려갔는데, 맛 없어 못 먹겠다며 이내 젓가락을 놓더란다. 얼마 후 이천과 가까운 여주에서 막국수를 먹고는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동치미 국물에 막국수를 넣어 먹는 것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이후 동치미 막국수를 사랑하게 되고, 만들게 되고, 팔게 됐다.

동치미 담글 때 배를 비롯해 재료를 듬뿍 넣는다. 재료 반, 물 반으로 담근 동치미라 손님들이 육수를 남기면 너무 아깝다고. 이심전심이었을까? 그 말을 듣기 전에 이미 한 대접의 국물을 다 들이켰다.

비빔·동치미 물막국수 6천 원(곱빼기도 가격 동일·7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부산 금정구 장전3동 604의 19. 금정산 SK뷰 아파트 입구 맞은편서 도시철도 방향 300m. 051-517-2226.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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