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맛있는 이색 생맥줏집, 거품은 빵빵 가격은 홀쭉… 갔다 하면 폭풍흡입

입력 : 2012-08-16 06:17:13 수정 : 2012-08-16 15: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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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의 김재훈 대표가 기네스의 거품 높이를 재고 있다

"맥주 한잔 할까?" 이건 당신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이다. 맥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힘이 있다. 여름에는 맥주가 더 맛있어진다. 싸고, 맛있고, 재밌는 주변의 생맥줏집을 찾아 나섰다.


감자튀김 전문 '낙타깡'

머리 조심! '낙타깡'에 들어가면 작은 키라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다. 그런데도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선다. 바 스타일의 실내에 간이 의자만 12개. 쥐 방울만 한 가게에서 생맥주도 300㏄ 작은 잔 위주로 판다.

안주는 감자튀김밖에 없다. 감자의 원산지를 꼭 밝히는데, 이날은 경북 봉화에서 왔다. 감자튀김을 시킬 때 소스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스위트 칠리, 갈릭 머스터드, 갈릭 디핑 등 20가지가 넘는 소스를 갖췄다. 게다가 수시로 개발되어 업데이트된다. 주문이 들어가야 감자를 튀겨내는 시스템. 일단 감자의 색깔과 냄새가 정말 좋다. '뜨거운 감자' 맛에는 감탄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보던 가늘고 축축 늘어진 그 감자가 아니다. 눅눅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씩씩한 녀석들. 오늘 감자는 물이 많아 아주 맛있지는 않은 편이란다.

낙타깡' 의 맥주.

선머슴 같은 허민 대표. 블로그(blog.naver.com/nactakkang)를 본 뒤에야 그를 좀 이해하게 됐다. "초짜들이 만든 가게, 웃자고 만든 가게. 사람들 도움이 없었으면 죽자고 울었을 겁니다. 반지하의 창고 건물, 비웃음은 물론이고 안 된다는 말을 수백 번도 더 들었습니다. 단점도 잘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와주시느라 고생하는 엄마 인건비와 제 용돈 빠지는 선에서 손님들이랑 즐겁고 배부르게 이야기하고 떠들면 좋겠습니다." 순간 갈릭+머스터드 소스 맛이 느껴졌다.

감자튀김이 맛있는 이유도 갑작스러운 가게 휴무를 알리는 글에서 찾아냈다. "감자를 새로 사 왔는데 튀겨 보니 바삭함이 덜하네요. 문제를 파악해 본 뒤 새로 감자를 사 오기 위해 휴무합니다." '낙타깡'은 낙타와 감자깡의 합성어다. '낙타'는 허 대표의 별명이라고 알려졌지만 결코 아니란다. 단지 낙타를 좋아할 뿐이라고 굳이 해명한다.
낙타깡' 의 감자튀김.
카스 생맥주 300㏄ 1천500 원, 감자튀김 스몰 3천 원, 라지 5천 원(소스 1개 포함). 영업시간 오후 6시~오전 2시. 1, 3주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대연3동 53의 29. '문화골목' 앞. 전화 없음.


1m 피자 전문 'The Box'

'The Box'의 1m 피자.
덕지덕지 붙은 포스트 잇, 롯데 자이언츠 선수 유니폼, 용도를 알 수 없는 철봉까지. 무슨 생각으로 가게를 꾸민 것일까. 이게 다 돈이 없어서 주워온 것이란다. 하지만 젊은 감각은 수출용 나무박스도 근사한 테이블로 변신시켰다.

'The Box'는 남부 이탈리아 식 1m 피자를 자랑한다. 한 방송사 리포터가 줄자로 재어 봤는데 피자의 길이가 1m가 맞았다. 이게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이니 아무리 대학가라지만 정말 착한 가격이다. 오븐에 구운 7가지 종류의 신 피자는 요기를 겸한 맥주 안주로 썩 괜찮다.

천영수 대표, 이탈리아에 배낭 여행을 갔다 1m 피자를 처음 보고 감동을 받았단다. 나폴리의 피자 가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피자의 날'을 정해 피자를 나누어 먹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The Box' 역시 피자 한 판을 판매할 때마다 100원씩 적립해 익명으로 한 곳의 공부방과 두 곳의 복지관에 피자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한 고르곤졸라 피자 누적 판매량은 2천 판이 넘는다.

'The Box'의 '얼음 조명'을 넣은 맥주.
레드락 생맥주가 참 맛있다. '하루 2회 이상 맥주관 청소, 영업 마감 후 맥주관 분리 또 한 번 청소'를 벽에 붙여 두고 실천한 덕분이 아닐까.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던 맥주잔에 넣는 이집 '얼음 조명'은 근사해 보이지만 제멋대로 켜지고 꺼져 자신도 '낚인' 것 같다며 쓴웃음이다. 포스트 잇에 붙은 청년들의 고민이 마음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지는 되고, 나는 안 되고, 세상이 뭐가 이래, 나 면접 또 떨어졌다, 나 취업시켜 줘.' 피자는 나누어 함께 먹는 음식이다.

카스 생맥주 500㏄ 2천500원, 레드락 3천500원. 1m 피자류 8천500~1만 원. 안주류 9천~1만 2천 원. 영업시간 오후 3시~오전 3시. 부산 남구 대연동 53의 42. 부산도시철도 경성대·부경대역 1번 출구 나와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 부경대 쪽문 방향. 051-622-5679.


기네스와 과일 꼬치 '더블린'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 잔의 맛있는 맥주가 안주보다 훨씬 중요하다. '더블린'을 보고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가게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안주는 엄청난 양의 '즉석 팝콘'이다.(실제로 보면 공짜로 달라고 말할 마음은 안 생긴다.) 혼자서 시키면 과연 다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더블린'의 과일 꼬치 안주.
'더블린'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안주는 '과일 꼬치'. 키위, 방울토마토, 파인애플 등 과일 6조각을 양꼬치처럼 뀄다. 보기만 해도 상큼해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마른안주, 피시앤칩스 같은 배 안 부른 안주만 있다.

출입구보다 밖으로 난 유리창이 더 커서 시원하다. 비 오는 날 여기서 마시면 맥주가 얼마나 맛있을까. 더블린은 흑맥주의 대명사 기네스의 고향인 아일랜드공화국의 수도 이름이다. 언젠가 아일랜드에 가 보고 싶다는 꿈을 안고 기네스를 마신다. 기네스 맥주에는 '퍼펙트 파인트(Perfect Pint)'가 있다. 한 파인트(580㏄) 잔으로 최적의 기네스 맥주를 먹기 위한 조건. 최적의 기네스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3분의 2 분량을 기네스 전용 잔에 따른 뒤 거품이 춤을 추듯이 솟아 올라 오는 작은 폭포 쇼를 구경하며 2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3분의 1을 채운다. 퍼펙트 파인트를 잘 지키고 따르는 법도 원하면 가르쳐 준다. 김재훈 공동대표는 "우리 집 기네스는 부산에서 가장 맛있다는 '오킴스'에 뒤지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실제로 기네스 맛이 상당히 괜찮고, 가격으로 따지면 '오킴스'의 절반도 안 된다. 이날 마신 국산 오비 골든라거 생맥주도 인상적이었다.

기네스 생맥주 580cc 8천800원, 골든 라거 500㏄ 2천800원. 즉석 팝콘 4천 원, 과일 꼬치 3천 원, 피시앤칩스 1만 2천 원. 영업시간 오후 6시~오전 3시. 부산 동래구 명륜로 139번길 48. 도시철도 동래역 4번 출구서 동래구청 방향 100m. 051-555-3084.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블로거 '울이삐' (busanwhere.blog.m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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