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해운대 미포 '참새방앗간'

입력 : 2012-08-23 07:54:40 수정 : 2012-08-24 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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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도록 수북한 조개… 수제비 맛에도 감탄

해운대해수욕장 구석의 작은 어촌마을 미포. 방파제 아래에는 작은 어선들이 파도에 부딪히고, 저 너머에는 최첨단 고층빌딩들이 화려한 불빛을 뽐낸다. 미포에 오면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해운대' 속 연희(하지원 분)가 하는 가게도 이 어디쯤 있을 것 같다.

조개찜으로 이름난 미포의 '참새방앗간'을 찾았다. 조개찜이 나오기 전에 찬을 보고 먼저 놀랐다. 때로는 양식, 때로는 한식 차림이 상에 오른다. 한 손님이 나흘을 연달아 왔는데 그때마다 늘 찬이 달랐단다. 이날은 양식집에서 나오는 화려한 애피타이저 수준. 정연주 대표는 "폐백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요리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혼자서 늘 하루 분량만 만드니 예삿일이 아니다. 영업 마감 후에 2시간, 영업 시작 전에도 1~2시간은 꼬박 찬 준비에 쓴단다. 무슨 요릿집도 아니면서….

조개찜 냄비에는 조개가 차고 넘친다. 쓰나미를 피해 탈출하려고 옥상에 모인 인파가 생각난다. 동죽, 모시조개, 가리비, 전복, 새우, 파, 계란, 어묵까지 얽히고설켜 둥그런 공처럼 보인다. 푸짐한 양으로 따져도 부산서 으뜸이겠다. 8~9종류의 조개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국산을 고집하고, 가짓수도 고집한다. 어쩌다 가짓수를 맞추느라 식감이 비슷한 일본산을 쓰는 경우는 있어도 중국산은 절대 안 쓴단다.

입구 왼편의 수조에서 바로 가져온 조개, 선도가 좋다. 조개는 건져 먹고, 흥건한 국물은 떠먹는다. 특히 전복은 통째로 한입에 먹어야 맛있다. 그런데 조개찜의 국물은 심심하다고 할 정도로 맑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그냥 그대로의 조개 맛이다.(처음에는 약간 섭섭할 수도 있다.)

이 조개찜 육수에 수제비를 넣고 끓이니 완전 새로운 요리가 되었다. 배가 불러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조개 수제비이다. 수제비에는 노란 치자 물을 직접 들였다. 잘 익은 김치도 맛있다 했는데, 마침 원산지가 벽에 붙어 있다. 어머니가 딸 생각해 보내 온 '의성 엄마표 배추김치'다. 요리 잘하는 딸이지만 김치 담그는 법만은 시집갈 때가 되어야 가르쳐준다고 했단다.

정 대표는 "화학조미료를 굉장히 싫어한다. 채소만 넣고 끓이면 나중에는 조개에서 맛이 우러나 간이 맞아진다"고 비법 아닌 비법을 말한다. 잘생긴 (?) 문어 숙회와 노릇한 파전도 안주로 그만이다. 요리 솜씨와 고집을 다 갖추었데, 자신감이 2% 부족한 것 같다.

조개찜 소 3만 8천 원, 대 4만 8천 원. 문어 숙회 2만 5천 원, 해물파전 1만 8천 원. 영업시간 오후 5시~오전 2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 1015의 10. 미포 방파제 옆. 051-743-612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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