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반여동 '봉평 메밀막국수'

입력 : 2012-08-30 08:00:14 수정 : 2012-09-03 07: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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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국물에 찰떡궁합 건더기 '들깨 칼국수'

들깨 칼국수는 좀 지루한 맛이다. 고소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한두 젓가락 먹다 보면 이내 질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깍두기나 김치를 곁들여야 한 그릇을 온전히 다 먹을 수 있다. 너무 뻑뻑한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그랬다. 들깨를 많이 넣은 인심은 고맙지만, 맛은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맹숭맹숭한 들깨 칼국수가 입에 맞을 리는 없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봉평 메밀막국수'의 들깨 칼국수는 고소한 맛 이외에도 여러가지 맛이 느껴진다. 들깨 칼국수를 먹으면서도 김치에는 젓가락이 몇 번 가지 않을 정도다. 이런 집, 흔치 않다.

들깨 국물 맛이 좀 질린다 싶으면 하나씩 건더기가 올라온다. 아기 손 크기의 단호박, 얇게 썬 애호박, 감자, 부추, 김 가루…. 특히 표고버섯이 들깨와 찰떡궁합이다. 건더기가 푸짐하지는 않지만 단조롭지 않은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칼국수에 넣어 먹도록 매운 고추를 다져서 내는데, 깔끔한 매운 맛을 즐기도록 해 준다.

여기에 탱탱하고 쫀득한 면발도 맛을 더한다. 들깨가 많이 들어간 편이라 진하지만, 텁텁한 맛은 없다. 들깨 특유의 고소한 맛이 개운하게 입안을 감싼다.

막국숫집인데 어째 들깨 칼국수가 이리 맛있느냐 물었더니, 윤경희 대표는 이 집에서 파는 건 전부 맛있다며 수줍게 말했다. 음식 장사를 하려면 메뉴 중 하나를 꼽아 널리 알려야 한다고들 하지만, 다 맛있어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거란다. 당당한 태도 때문에 맛에 더욱 믿음이 갔다.

이 가게 위치는 한 눈에 봐도 장사할 자리가 아니다. 주택가 안에 자리 잡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장사가 되는 것이 주인 스스로도 신기하다 했다. 예전에 한복 장사를 하다가 아들 내외와 함께 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꿨는데, 음식 장사가 참 희한하단다. 광고 한 번 안 해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한 번 찾으면 몇 년이고 계속 찾아오더라고 했다. 기본기 탄탄한 음식점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주차장이 없어 약간 불편하다. 주차할 때 짜증이 살짝 났다가도 들깨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고맙게 잘 먹었다"는 인사가 저절로 나온다.

들깨 칼국수 5천 원, 막국수 6천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매월 첫째 월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930. 롯데마트 후문 근처. 051-523-3500.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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