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망미동 '제주 맛 순대'

입력 : 2012-09-06 07:58:49 수정 : 2012-09-10 07: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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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고 구수한 몸국… 부산서 느낀 제주의 맛

제주에 갔다 깜빡 놓친 음식이 몸국인데, 마침 몸국을 하는 '제주 맛 순대'가 수영구 망미동에 생겼단다. 그런데 몸국이 뭐냐고? 제주에서는 해조류인 모자반을 '몸'이라 부른다. 돼지고기 삶은 육수에 불린 모자반을 넣고 끓여 만든 게 몸국이다.

메밀가루를 풀어 넣어 걸쭉해진 몸국은 구수하고 또 진하다. 돼지국밥이나 순댓국밥과 사촌지간인데도 몸 덕분에 느끼함이 사라졌다. 몸국에서는 그리운 제주의 바다 냄새가 난다. 일행이 시킨 순댓국에서는 돼지 특유의 잡내를 찾을 수 없다.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잡내가 약간 그립다.(잡놈 출신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식고 나서 다시 떠먹어 본 순댓국, 진한 곰국 같다.

반찬 나오는 것을 보고 여기 주인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깍두기는 먹기에 딱 좋은 정도로 달고, 아삭한 겉절이 김치는 살아 있음을 몸으로 노래 부른다. 국에 넣어 먹으라고 만든 부추김치는 활어처럼 펄떡이고 있다.

별도로 시킨 순대에서는 순대 꽃이 피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든다는 순대는 김치와 궁합이 잘 맞는다. 뽀얀 수육도 먹음직스럽다. 전부 다 제주 고기를 사용한다.

'제주 맛 순대' 이숙희 씨의 고향이 제주다. 제주에서 스무 살까지 살다 농사 짓기 싫어서 육지로 나왔단다. 이전에 제주에는 쌀이 귀했다. 제주 여자들은 쌀 한 됫박 먹고 시집 가기가 어려웠다고 할 정도. 주로 보리쌀에 팥을 넣어서 먹었고, 쌀은 하나씩 섞어서 먹었단다. 제주 사람들은 쌀밥을 곤밥이라고 부른다. 곤밥은 제사 명절 때 아니면 혼인 잔치 때 신랑과 신부의 상에만 올랐다.

알고 보니 제주에서 몸국의 의미는 나눔의 문화다. 제주에서는 행사 때 주로 돼지를 잡았다. 생선이나 어패류 이외의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기 힘들었던 제주 사람들이다. 귀한 돼지고기를 온 마을 사람들이 알뜰하게 나눠 먹는 확실한 방법으로 몸국을 만들었다.

이 씨는 제주를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제주의 맛을 알리고 싶어 지난 5월 외진 망미동 골목에 식당을 열었다. 예전에 갈빗집을 하고, 일본 요코하마에서 10년 살 때도 주방에서 8년간 일했단다. 일본 전통 음식을 해 보려다 요즘 추세가 퓨전이라 그만두었단다. 모자반은 우도 등에서 난 부드럽고 좋은 것을 말렸다 사용한다. 누구는 제주산 소주 '한라산'에서는 보드카 냄새가 난단다. 이날 부산에서 제주를 맛보았다.

몸국·순댓국밥·돼지국밥 5천 원, 순대 소 8천 원, 대 1만 2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수영구 망미 2동 180의 11. 코스트코에서 수영교차로 방향 100m. 051-757-598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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