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호포역 인근 '포구나무집'

입력 : 2012-09-13 08:04:20 수정 : 2012-09-14 07: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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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쓴 재료들… 메기매운탕 맛이 진하고 시원

얼큰한 매운탕 한 그릇을 먹고 감기가 똑 떨어졌다. 일주일이 넘어도 떨어지지 않던 감기였다. 감기가 나은 것보다 괜찮은 매운탕집을 발견했다는 기쁨이 더 컸다. 경남 양산시 동면 가산리에 위치한 '포구나무집'. 주소를 보면 꽤 멀 것 같지만, 부산도시철도 2호선의 호포역 인근이다.

이 집은 호포의 민물매운탕마을 안에 있다. 민물매운탕이라는 같은 종목을 두고, 마을 안 20여 곳의 가게와 경쟁을 하려면 필살기(?) 한두 개쯤은 필요한 법.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정갈함이다. 상 위에 맨 처음 차려지는 밑반찬부터 깔끔하다. 깻잎 절임이나 콩나물 무침 등 찬의 종류는 평범한데, 손맛이 남다르다. 꽤 괜찮은 첫인상이다.

그러고 보니 이집 주방은 유리창도 없이 완전히 공개되어 있다. 그래서 음식 준비하는 과정을 고객들이 한눈에 볼 수 있다. 자신있게 공개하는 주방을 보니 음식에 더욱 신뢰가 갔다. 매운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여성들도 깨끗한 맛에 반해 자주 찾는다는 소문이다.

주문한 메기매운탕이 나오는 것을 보니 수북하게 쌓인 건더기가 먹음직스럽다. 메기를 비롯해 우거지나 버섯, 부추 등 재료가 듬뿍 들어가 있다. 마른 새우 등을 사용해 육수를 내는 데도 정성을 쏟았다. 이런 재료에 국물 맛이 좋지 않을 리 없다. 진하고 시원한 국물 맛에 숟가락질은 빨라지고, 소주 한 잔 생각은 간절해진다.

여기에 쫀득한 수제비가 입맛을 돋운다. 매운탕이 아니라 수제비탕(?)이라 불러도 될 존재감이다. 잘 익은 메기 살을 발라보니 촉촉한 살점에 싱싱함이 한껏 묻어있다.

민물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산초가 들어가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주인 말이 산초로는 냄새를 못 잡는다고 했다. 비결은 깨끗하게 씻기를 반복하는 것. 귀찮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장사를 하면서 그건 기본이라 했다. 반찬의 깔끔함도 그런 맥락이었다. 고향에서 장사하면서 음식 별로라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태어나서 자란 마을에 대한 사랑이 음식 맛에도 영향을 끼친 듯했다.

매운탕 한 그릇 먹고 나서, 가게 인근을 산책하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우람한 형상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포구나무와 낙동강이 빚어내는 풍경이 고즈넉하다.

메기매운탕 소 2만 원·중 3만 원·대 4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매월 셋째 주 수요일 휴무). 경남 양산시 동면 가산리 1049. 호포역 인근 민물매운탕마을 맨 안쪽. 055-363-9194.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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