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치댄 면발… 예전에 먹던 그 음식 아니었다

입력 : 2012-10-04 07:54:41 수정 : 2012-10-04 14: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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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 파스타 맛집

'바이네이처'의 고소한 풍기 생면 파스타

이탈리아와 별 인연이 없건만, 파스타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먹는다. 식사 후 편하게 수다 떨고, 분위기도 괜찮은 곳을 찾다 보면 발길은 어김없이 파스타 가게를 향한다. 남자들이 술집에서 식사, 수다, 분위기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자주 파스타를 먹다 보니 맛이 좀 식상하다. 뭐 새로운 건 없나?! 그러다 수제 파스타를 발견했다. 사람 손의 온기를 더한 면발은 확실히 달랐다.



바이네이처

이름에서 순한 느낌이 팍팍 풍긴다. '바이네이처'라는 상호 외에 '마음을 전하는 창작요리 공간'이라는 별칭도 있다. 좋은 재료를 정성껏 내놓는 '착한 식당'을 추구하는 가게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착한 건 좋은데, 맛도 훌륭할까?

의구심을 단번에 허물어 버린 것은 '풍기 생면 파스타'였다. 진한 크림소스는 느끼하기는커녕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감미롭기까지 하다. 파스타 위에 올라간 한우 스테이크 조각은 최고급 육질의 식감을 자랑한다. 맛나기로 유명한 합천 한우 중에서도 1++ 등급만을 사용한단다. 흉내만 낸 풍기 파스타와 격이 달랐다.


느끼하지 않은 크림 소스에
한우 스테이크는 최고 식감
쫄깃하고 순한 생면 인상적
계절마다 바뀌는 코스요리도


그리고 무엇보다 손으로 만든 생면이 인상적이다. 밀가루와 계란, 그리고 소금만 넣어서 만든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순하다. 잘 삶기만 하면 된다, 수제 맛이 별거냐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생면의 진가를 입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준급의 한우 스테이크

 시큰둥하던 감정이 호감으로 바뀌면 급격하게 애정이 불타는 법. 이 집의 '착함'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별것 없는 파스타도 2만 원에 육박하는 걸 생각하면, 1만 8천원의 생면 파스타는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이다. 파스타뿐 아니었다. 아름다운 가니시가 맛을 돋우는 한우 스테이크는 수준급이다. 좋은 재료와 그 재료를 살릴 줄 아는 솜씨가 제대로 만났다. 친숙하면서도 깔끔한 맛의 미나리 스테이크 밥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이 집을 사랑하는 이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스테이크 맛에 반한 어떤 산모는 진통이 오자 아픈 배를 부여잡고 이곳을 찾았더란다. 물론 그 산모는 순산했고, 뱃속에 있던 꼬맹이도 이집 단골이 됐다. 외국 출장길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는 기대에 차지 않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 집의 풍기 파스타를 찾아온 이도 있더란다. 이 집과 얽힌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려면 더욱 분발해야겠다.

원래 이 집의 주된 메뉴는 코스 요리. 주방에서 시즌마다 어울리는 창작 요리를 선보인다. 예약을 하면 때에 맞는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이용한 청각 요리,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극대화한 촉감 요리 등 오감을 이용한 요리가 특징이다. 근사한 식사를 원한다면 코스 요리도 괜찮겠다. 이 집은 얼마 전 문을 닫은 '그린스푼'의 문갑수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린스푼보다 격을 살짝 높였다.
 
깔끔한 미나리 스테이크 밥

풍기 생면 파스타 1만 8천 원. 한우 안심 스테이크 3만 5천 원. 코스 요리 4만 4천 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매주 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남천동 45의 38. 금련산청소년수련원 올라가는 길 입구. 051-623-5800.



뜨라또리아 다 루까

해운대에나 있을 법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누군가 이곳을 두고 말했다. 고급스럽고 개성적인 음식점이라는 맥락이었지만, 듣기에 조금 불편했다. 다른 지역에는 그런 식당이 없으란 말인가?! '해운대 스타일'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대청동의 '뜨라또리아 다 루까'로 향했다.

약간의 경사 길에 위치한 가게는 테라스가 앙증맞다. 대여섯 개의 테이블을 놔둔 작은 가게가 소박하지만 정감이 느껴진다. 차림표에는 영어, 이탈리아어, 한국어로 설명해 놓았다. 읽어 보니 여긴 퓨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프로슈토 햄을 비롯해 낮선 메뉴가 많다. 차림표를 한참 보다가 수제 파스타에 시선이 꽂힌다.


연어·크림소스 궁합 잘 맞고
면발 거칠어도 쫄깃한 식감
이탈리아 햄 쓴 피자도 인기
정통 이탈리아 음식점 강조



연어와 크림소스를 버무린 파스타를 주문했다. 기름기 많은 연어와 느끼한 크림의 조합이라! 이 파스타가 맛있으면 다른 메뉴도 괜찮겠다 싶었다. 
'뜨라또리아 다 루까'의 개성적인 훈제 연어 크림소스 생면 파스타

직접 손으로 만든 면이라더니 면발이 꼭 칼국수처럼 생겼다. 보기에는 거칠어도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연어와 크림의 궁합도 의외로 잘 맞았다. 연어 특유의 맛이 크림을 만나 훨씬 순하고 고소해졌다. 식상한 크림 파스타 맛이 아니라서 반가웠다. 면발과 소스의 조화도 좋았다. 면발이 넙적하다 보니 소스가 듬뿍 묻어나 먹는 맛이 더했다.

조성욱 셰프는 음식에 따라 생면을 사용한다고 했다. 건면은 툭툭 끊어지면서 매끄러운 것이 특징인데 반해 생면은 거친 느낌이 살아 있다고 했다.

5개월 전 이곳에 문을 연 조 셰프는 '퓨전'이 아닌 정통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임을 강조했다. 그는 유명 이탈리아 요리 학교인 '알마'에서 요리를 배웠다. 자국 음식에 자부심 강한 이탈리아인에게 요리를 배우다 보니 '퓨전'을 잘 모른다고 했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퓨전식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다른 맛을 선보인다는 자신감도 있다.

초기에는 이탈리아식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생소한 메뉴에 당황하거나 음식이 짜다는 불평을 더러 했다. 지금은 공부를 하고 찾아 올 정도로 그 매력에 빠진 이들이 조금씩 느는 추세란다.
 
매콤한 볼로냐 피자.

파스타뿐 아니라 피자도 인기다. 바삭함과 쫄깃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도와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이색적인 햄 맛이 특징이다.

훈제 연어 크림소스 생면 파스타 1만 4천 원. 깔조네 피자 2만 원. 영업시간 낮 12시~밤 12시(매달 첫째 주 월요일 휴무). 부산 중구 용두산길 10. 대청동 중앙성당 맞은편. 051-246-0428.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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