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장인이 만든 세상에 둘도 없는 보양식

입력 : 2012-10-11 08:03:13 수정 : 2012-10-11 14:31:4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아방궁 - 팔보오리탕, 십전대보탕 한약재를 넣고 만든 팔보오리탕이 당귀에 싸여 있다.

먹는 게 일이 되니(그 나름대로 힘들다) 요리사를 많이 만난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요리가 좋아서 하는 이도,

또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이도 있다. 정말 요리를 좋아하면 막 연구하고, 창조하게 된다.

여기 밑바닥부터 출발해 중식과 일식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두 젊은 장인이 있다. 분야는 달라도

요리를 향한 열정은 같아 보인다. 이들이 만든 세상에 둘도 없는 보양식을 소개한다.


아방궁 - 팔보오리탕

10가지 한약재 넣어 끓인 국물
식어도 기름기 없어 담백한 맛
평일에도 줄서 기다리는 맛집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팔보오리탕' 생각이 났다. 부산 동래의 중국요리전문점 '아방궁' 서정희(44) 대표가 '올해의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는 기사(본보 8월 29일자 25면 보도)을 읽고 난 직후였다. 그가 낸 요리책 '고급 중국요리'에서 특허 요리 팔보오리탕을 처음 알게 되었다. 서 대표가 팔보오리탕 제조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것은 2009년. 그 밖에도 녹즙면말이 새우칠리소스, 참마튀김이 특허로 등록됐다.

대한민국 명장의 특허 요리인 팔보오리탕을 맛보러 아방궁으로 향했다. 평일인데 앉을 자리가 없다. 원래 손님이 많았지만 서 대표가 명장이 되고 나서 30~40%나 손님이 늘었다.

팔보오리탕은 전날 예약을 해 두었다. 오리를 넣고 삶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리니 예약은 필수. 팔보오리탕이 나오자 소란스럽던 아방궁에 돌연 정적이 감돈다. 아마도 이날 온 손님 중 팔보오리탕 구경을 해 본 사람이 없는 것이다. 허연 몸뚱이가 알몸으로 누웠다. 아마도 부끄러웠는지 당귀로 속살을 살짝 감추었다. 강력한 당귀 향은 아방궁 전체로 퍼져 나간다. 아로마 테라피(Aromatherpy)! 향기만으로 몸이 거뜬해지는 것 같다.

오리는 아주 잘 고아졌다. 일단 다리부터 한 점. 다음에는 국물 한 숟가락이다. 오리를 곤 국물에서 어떻게 이렇게 깔끔한 맛이 나올까. 팔보오리탕에는 십전대보탕 한약재인 백복령, 백출, 감초, 숙지황, 구기자, 당귀, 백작, 천궁, 대추, 인삼이 다 들어간다. 오리를 곤 육수는 아깝다 생각 말고 버리고 대신 이 약재가 든 국물을 사용한 덕택에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다. 게다가 당귀가 기름을 중화한 것 같다. 그래서 팔보오리탕은 식어도 기름이 안 낀다. 식어도 맑은 국물을 끝까지 떠먹게 된다. 오리 못 드시는 분도 팔보오리탕은 신기하게 잘 먹는다. 차림표에는 올려놓지 않았만(예약 때문에) 팔보오리탕은 일주일에 서너 개가 나간다. 중국집에서 이런 요리를 먹을 줄 정말 몰랐다. 서 대표는 "중국의 닭탕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어떤 걸 넣어도 약선요리 값어치를 못 했는데 쌈밥집에서 당귀를 만나 무릎을 쳤다"고 말한다.

서 대표가 만든 짬뽕이나 자장면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가 짜장면으로 사회에 봉사한 걸 합치면 10만 그릇에 달한단다. 이날 맛보기로 은행으로 만든 바쓰(우리식 맛탕)를 구경했다. 옛날에 황제는 참마나 은행으로 맛탕을 해 먹었단다. 아방궁과 황제 요리, 뭔가 잘 어울린다.

팔보오리탕 1마리 6만 원. 코스 요리 1인당 2만 5천 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반. 화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온천1동 479의 3. 051-556-3737.


콜레스테롤 걱정이 없는 우럭보양탕에서는 옻닭 백숙 같은 맛이 난다.
진수사 - 해물보양탕

백옥같은 우럭 살 입안서 사르르
활전복 넣어 깊은 맛 더해…
비린내 없애고 칼로리는 낮추고


생선회는 칼질이 중요하다. 다소 질이 떨어지는 생선이라도 칼질을 잘하면 자연산 고급 회에 손색 없는 맛이 난다. 동래의 '진수사'는 칼질을 잘하는 우리나라 스타일의 일식집으로 소문이 났다. 진수사 박명호(42) 대표는 먹는 사람에 따라 그때그때 회 써는 스타일을 달리한다.(단골일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겠다.) 또 특이하게도 쓰케모노(채소절임) 대신 장아찌류를 고집한다. 이 곰삭은 장아찌는 생선회를 먹기 전에 입안에 설렘을 가득히 가져다 준다. 그동안 우리나라 일식은 너무 재료에 집착, 획일화되어 아쉬웠다.

지난 여름 진수사에서 '여름철 보양 음식의 지존 흑산도 참민어 방금 입하', 이런 문자가 여러 번 왔다. 결국 못 참고 달려나간 날 그렇게 질 좋은 민어회는 부산에서 처음 구경했다. 등살, 뱃살, 꼬리 살을 어루만지듯이 조심스럽게 맛을 보았다. 정말 잊지 못할 부위는 부레였다. 맛은 아주 담백했는데 질겅질겅 씹히는 식감은 꼭 추잉껌 같았다. 생선에서 그런 식감이 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민어는 여름에 맛있다. 부레 생각만 하면 여름이 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풍성한 가을을 기약했던 음식이 진수사의 '우럭보양탕'이다. 우럭이 들어간 보양탕. 말이 되나? 움푹하게 팬 뚝배기에 문제의 음식이 들어왔다. '가을의 전설' 송이가 일단 향기로 인사를 한다. 보양탕에는 오가피, 인삼, 대추, 헛개나무, 송이가 기본으로 들었다. 싱싱한 우럭이 주연, 활전복은 주연급 조연. 생선이 들어갔는데 진한 옻닭 백숙 같은 맛이 난다. 뭐 이런 요리가 다 있을까. 비린내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백옥 같은 우럭의 살은 뒤늦게 입안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나중에야 이해가 되었다. 기름이 많은 우럭은 역시 기름이 많은 닭처럼 고소한 맛을 낸다. 하지만 우럭보양탕은 콜레스테롤 걱정할 필요가 없고, 칼로리까지 낮으니 금상첨화다. 대박 예감이다. 처음부터 이 맛이 난 것은 아니다. 우럭보양탕을 개발한 지 3년째인 올해 드디어 깊은 맛을 내게 되었단다.

박 대표는 일식에 국한되지 않고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소박하지만 힘이 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니, 또 어떤 음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우럭보양탕 1인분 2만 원, 생선회 코스 5만 원부터. 영업시간 낮 12~오후 11시. 부산 동래구 명륜동 433의 14. 051-557-0676.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블로거 '울이삐' (busanwhere.blog.me) 제공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