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대 앞 '다카라'

입력 : 2012-10-11 08:03:03 수정 : 2012-10-12 07: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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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이 한 끼? 그러니까!" 세련味 입은 '함바그'

"날씨도 쌀쌀한데 이렇게 줄을 서야 하다니. 맛이 없기만 해 봐라."

부산대학교 인근의 햄버그스테이크 전문점 '다카라' 앞. 대기자 명단 끄트머리에 이름을 올리며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안 기다리면 될 걸, 호기심 때문에 몸이 고생이다. 테이블 다섯 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라 식사 시간이면 어김없이 줄을 서야 하는 곳이다.

긴 기다림 끝에 자리를 잡았다. 인내는 쓰고, 음식은 달지 확인해야 할 차례. 이 집의 기본 메뉴는 '오리지널 함바그'. 초등학생 주먹만 한 햄버그스테이크에 계란 프라이가 얹혀 있다.

앙증맞은 동그란 고깃덩어리는 보기와 다르게 먹고 나면 든든할 정도의 양이다. 포크로 속을 갈라 보니 육즙이 살짝 배어 나온다. 겉은 잘 익었고, 속은 육즙이 나와 부드럽다. 고기는 소고기 목살만 사용한다.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황정현(41) 대표는 맛을 위해 잡고기를 쓰지 않고, 적당히 지방이 들어간 목살을 사용한다고 했다.

둥글게 생겨 익히는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았다. 주방 쪽을 힐끔 쳐다보니 오븐에 스테이크를 넣었다가 뺀다(가게가 작아 어쩔 수 없이 오픈 키친이 된 경우다. 주방이 훤히 보인다). 기름을 두르고 구운 것이 아니어서 느끼하지 않다.

햄버그스테이크는 계란 노른자를 툭 터뜨려, 소스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계란의 부드러운 맛과 데미그라스 소스의 산뜻한 맛이 꽤 잘 어울린다. 특히 데미그라스 소스 맛이 텁텁하지 않아 좋다. 옛날 경양식 집의 돈가스 위에 주로 올라갔던 추억의 맛이 세련되게 변했다고 할까? 소스에 밥 한 공기 떡 엎어서 비벼 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다카라는 '그러니까'라는 뜻의 일본어다. "오늘 외식은 가격 대비 맛이 괜찮은 곳을 가고 싶은데…." "그러니까(다카라) '다카라'로 가야지!" 황 대표가 상호를 지을 때 상상한 대화란다. 맛이 뛰어난 집이라기보다 지불한 음식값이 아깝지 않은, 부담 없이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다카라'였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가게는 3년 동안 일본 나고야에 살았던 황 대표가 거기서 먹었던 햄버그스테이크 맛에 반해 귀국 후 열었다.

'불고기 소스 함바그'(사진)는 달짝지근해 '아동 입맛'이나 진짜 아동(?)들이 먹기 좋다. '치즈 함바그 데미그라스'는 모차렐라 치즈의 부드러운 맛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다.

오리지널 함바그 6천800원. 불고기 소스 함바그 7천8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오후 8시 30분.(명절 제외 연중무휴). 부산 금정구 장전동 18의 32(NC백화점 인근). 070-8257-7276.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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