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을 찾아서, 더 부드러운 건 없다… 달콤하게 기분 전환

입력 : 2012-10-18 07:57:35 수정 : 2012-10-18 14: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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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맛이 매력적인 '슈아라크렘'의 호두 슈크림.

가을 타는 사람들, 주변에 꽤 있다. 일조량이 줄어서, 혹은 팍팍한 생활 때문에 등을 이유로 우울하다는 그에게 달콤한 슈크림 하나 건넨다. 슈크림 속 커스터드 크림처럼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고, 달콤하게 기분 전환을 시켜 주고 싶으니 말이다. '슈크림'은 '크림이 들어간 양배추'라는 뜻의 프랑스어 '슈아라크렘(choux a la creme)'에서 온 말이다. 빵이 꼭 양배추를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부산에서 슈크림으로 유명한 곳을 찾았다.


순박한 맛의 '슈아라크렘'

고급 과자점 못지 않다 입소문
호두·딸기 등 이색적 메뉴들도

"어떡해요. 임신 중이라 너무 먹고 싶어서 왔는데, 이렇게 빨리 떨어질 줄 몰랐어요."

부산대 앞 '슈아라크렘' 앞에서 배가 볼록 나온 임신부 3명이 발을 동동 구른다. 오후 6시 즈음 진열대의 슈크림은 거의 동이 난 상태. 마지막 남은 하나를 사들고 간다. 저걸 세 명이서 어떻게 갈라 먹을까?!

길거리에서 팔지만 고급 과자점 못지않은 품질이라는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곳의 김태형 대표는 부산의 한 호텔에서 빵과 과자 만드는 일을 했다. 운동을 좋아해 호텔을 그만두고 보디빌더로 활동했고 은퇴 후 가게를 차렸다. 지금도 가게를 열기 전 헬스장을 거의 매일 찾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가게에는 활력이 넘친다.

고객에게 열성적으로 설명한다. "좋은 재료로, 자부심을 갖고 만들었다"는 얘기도 한다. 김 대표의 열정은 슈크림 맛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호두 슈크림부터, 쇼콜라, 딸기, 바나나, 녹차 슈크림 등 이색적인 슈크림이 눈길을 끈다. 시기에 따라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딸기 슈크림은 봄에 만든다. 보통 녹차, 바나나는 주말에 판매한다.

슈를 열면 크림이 터질듯이 흘러나온다. 다른 곳보다 크림이 많은 편. 크림은 계란 설탕 우유 등을 끓여 직접 만든다. 팔기 직전에 크림을 슈에 넣어 선도를 유지한다. 옛날 제과점에서 먹던 순박한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헛걸음하는 고객들이 많다. 또 김 대표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게를 닫는 일도 종종 있다. 12월 중순까지 쉬는 날은 없을 거라고.

호두·아몬드·녹차 슈크림 1천500원. 베이비 슈 2천500원. 영업시간 평일 오후 1시~오후 8시·주말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부산 금정구 장전 3동 312의 34. 부산대 앞 투썸플레이스에서 동래 방향 50m.


바닐라 빈으로 향을 낸 '옵스'의 슈크림.
슈크림의 전설, '옵스 '

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
최고급 천연재료가 맛의 비결


'부산에는 바다가 있고, 옵스 슈크림이 있다?!'

슈크림 마니아 사이에서 '옵스'는 유명하다. 이들은 바다보다 옵스 슈크림이 더 매력적이라 외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 해운대 바닷가 주변 옵스 체인점에서는 하루에 1천 개가량 팔릴 정도로 슈크림 인기가 대단하다. 옵스를 빼놓고 슈크림을 말한다는 것은, 계란 빠진 커스터드 크림이요, 크림 빠진 슈크림 같다고 할까?!

옵스 측에서 밝힌 맛의 첫 번째 비결은 최고급 재료. 국산 우유와 계란을 고집하는 것 외에도 천연 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그 단적인 증거가 커스터드 안의 검은 점이다. 향료 대신 바닐라 빈을 갈아서 넣은 흔적이다. 크림 맛이 진하고, 묵직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였다.

슈크림마다 30g 정도로 크림의 양을 조절한 것도 맛을 좌우했다. 과해서 물리지 않게, 적어서 심심하지 않은 정도를 잘 맞췄다.

바스러지는 슈의 식감도 좋다. 크림 맛을 잘 살리려면 슈의 맛이 강해서 안 된다. 그렇지만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도 곤란하다. 크림 맛에 물리지 않을 정도고 식감을 자극해야 하는 게 슈의 애매하고도 어려운 사명(?)이다. 옵스 슈크림의 슈는 그 역할에 충실하다.

옵스 지점마다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다. 누구는 해운대 모 지점의 슈크림이 제일 낫다고도 했다. 물론 업체 측은 모든 지점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 소문은 바닷가 분위기 때문이겠거니 싶다. 차가운 바닷바람과 달콤한 슈크림의 달콤 짭짤한 궁합이라고 할까?

슈크림 1개 2천3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전 지점 명절 제외 연중 무휴). 카멜리아 오뜨점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33 카멜리아 1층. 051-743-1950.


생크림의 산뜻한 맛이 살아있는 '비엔씨'의 슈크림.
크림의 유혹, '비엔씨'

생크림 가미된 커스터드 크림
슈크림 외 다양한 크림빵 유혹

1983년 남포동에 문을 연 '비엔씨(B&C)'는 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빵집 중 하나다. 부산의 30대 이상이라면 남포동에서 영화를 보고, 이곳에 들렀던 추억 하나쯤은 있으리라. 대형 베이커리 체인점의 공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 이곳에 갈 때마다 든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만주지만, 슈크림의 인기도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다. 작은 슈크림 안에는 생크림이 살짝 가미된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다. 뒷맛이 산뜻한 비결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도 앙증맞다. 예전에 크게도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옛날처럼 돌아갔다고 했다. 부담 없이 즐기는 과자라는 콘셉트 때문이다.

봄이면 딸기를 통째로 박아서 내놓기도 한다. 딸기의 새콤함과 슈크림 맛이 절묘하다. 제조를 책임지고 있는 이정배 공장장은 "크림을 끓여서 식히고, 슈에 집어넣는 모든 공정에 비엔씨만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크림을 끓이는 시간과 불의 세기, 살균 처리, 식히는 방법 등 20여 년 노하우가 집약되어 '추억의 맛'이 유지되고 있었다.

비엔씨는 슈크림 외에도 크림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빵이 개성적이다. 식빵에 생크림과 딸기 잼을 넣어 만든 '잼버터 브레드'는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하트 빵'은 빵 두께가 얇아, 노란 크림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눈에 하트가 저절로 생기는 빵이다.

이곳은 슈크림을 비롯해 다양한 크림빵의 유혹을 떨치기 힘든 곳이다. 갈 때마다 슈크림 하나 먹으려다 크림 빵 순례를 하고 마니 말이다.

슈크림 8개 1봉지 3천 원. 하트 빵 2개 4천 원. 잼버터 브레드 3천500원. 부산 중구 창선동 1가 24. 창선파출소 인근. 051-245-2361.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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