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그 맛' 수소문했더니 '부산 태생'이었네!

입력 : 2012-10-25 08:04:31 수정 : 2012-10-26 11: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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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튀김. 이름이나 모양은 이상해도 오묘한 맛이 나서 다시 찾게 된다.

이번 주는 '아메리칸 튀김'과 '명갈비'다. 아메리칸 튀김에는 아메리칸이 없고, 명갈비는 소나 돼지 같은 육류의 갈비가 아니다. 심지어 아메리칸 튀김은 가끔 '똥튀김'이라고도 불린다. 이 무슨 난센스하고, 향기롭지 못한 이름이란 말인가. 이들의 고향은 아메리카나 명나라가 아니고, 부산에서 태어난 지 수십 년이 되었다. 아직도 못 먹어 봤다면, 게다가 상상도 안 된다면 좀 억울하지 않으신가.

서면 포장마차 아메리칸 튀김

야릇한 이름·이상한 모양·오묘한 맛


시작은 서울에 사는 독자의 제보였다. "'아메리칸 튀김'이라는 길거리 음식이 부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산 출신의 동료에게 물어 보니 원래 이름은 '아메리칸 똥튀김'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똥처럼 생겨서랍니다. 하지만 그도 왜 '아메리칸'이란 수식어가 붙었는지 모릅니다. 아메리칸 튀김에 궁금증이 꽂힌 오후입니다. 아메리칸 튀김의 어원과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야릇한 이름의 튀김, 그때 처음 들었다. 탐문 결과 부산을 비롯해 서울과 포항 등 전국 몇 곳에서 유사한 음식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서면 영광도서 뒤편 한 포장마차에서 30년 넘게 아메리칸 튀김을 해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이 포장마차에는 '33년 전통, 원조, 추억의 야채 아메리칸 튀김' 이라는 광고 문구가 선명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료들이 들어간 밀가루 반죽을 균일하게 자르더니 기름에 튀겨 낸다. 굵기나 길이도 딱 힘 한 번 줘서 끊어낸 정도, 과연 '똥튀김'이라고 부를 만하다.

음식은 모양보다 맛으로 먹는다. 고소한 튀김을 잘근잘근 씹으니 오묘한 맛이 난다. 채소, 고기, 생선살 등이 섞인 것 같다. 어묵, 만두, 크로켓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3개를 먹고도 속이 괜찮은 것을 보면 채소의 비중이 높다는 생각이다. 초고추장 비스름한 특제 소스에 찍으면 맛이 더하다. 젊은이는 15개는 보통, 30~50개까지 먹는 사람이 있단다. 튀김 2개도 1천 원, 3개도 1천 원 받는 이유는 1개는 덤으로 준다는 영업 마인드이다.

가게 주인 박말룡(66) 씨 부부에게 가장 궁금했던 튀김 이름에 대해 물었다. "사람이나 가게나 이름을 잘 지으면 출세를 한다. 아메리카가 유명하니까 아메리칸 튀김으로 이름을 지었다. 요 위에 하얄리아 부대가 있기는 하지만 미군 부대와 직접 관계는 없다. 아메리칸 튀김은 이제 유명한 브랜드처럼 되어서 장사가 꾸준히 잘된다." 브랜드 가치가 생긴 것이다.

박 씨는 레시피는 비밀이지만 한국에서 제일 좋은 채소를 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초등학생이 성장해 결혼해서 찾아오곤 한단다. 거리에서 고생했는데도 젊어 보이는 비결에 대해 물었더니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성공하면 남을 도와주고 싶다"고 대답한다. '똥튀김'이라는 이름은 한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에서 몇 년 전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해물떡찜을 파는 이 업체는 아메리칸 튀김과 비슷한 똥튀김을 판매한다. 똥튀김은 여러 가지 해물과 채소, 청양고추를 다져서 넣고 반죽해 튀겼다. 크기도 좀 더 크고 4개에 3천 원이다.

아메리칸 튀김 3개 1천 원. 영업시간 오후 2시 30분~10시. 일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영광도서 옆 골목 국민은행 앞.

매콤한 양념을 한 명갈비. 뼈를 추리고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좋다.

원조명태집 명갈비

매콤 양념에 살 발라 먹는 재미


'명갈비'란 이름은 충무동 골목시장의 파전골목에서 처음 들었다. '명갈비' 혹은 '명태 대가리'란 이름으로 팔고 있었다('명태 머리'는 왠지 이상하다). 명태도 갈비로 먹는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명갈비'는 비슷한 성격의 '고갈비'를 보고 누군가가 이름을 지은 듯하다. 고등어를 갈비처럼 구워서 먹는다고 고갈비라고 했다. 고갈비라는 단어의 유래는 돈이 궁하던 대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소갈비나 돼지갈비 대신 고등어 구이를 안주 삼아 먹다가 붙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가수 강산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되고/노래 되고 시가 되고/이야기 되고 안주 되고/내가 되고 니가 되는' 명태라고 노래했다.

명갈비 잘하는 집을 찾았더니 대번에 부산시청 뒤 거제시장의 '원조명태집'이 나왔다. 오해는 마시라. 명태는 서민적인 음식이고, '원조명태집' 또한 거제시장 내의 서민적인 선술집이다.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명태전 등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들이다.

우선 명태전부터 구경하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담백한 명태 살이 보드랍게 씹힌다. 오늘의 메인은 명갈비. 명태 한 마리가 통째로 다 들었다. 우선 냉동 명태에서 물을 뺀 뒤 잘 구워서 나온다. 뒤집은 솥뚜껑에다 전을 굽는 모습 좀 보시라. 지글지글 하는 소리가 참 좋다. 솥뚜껑은 친정에서 쓰던 걸 가져왔다니, 딸들이 이렇다. 배태순 대표는 양념은 친정에서 농사 지은 걸 사용한단다.

명태는 배를 갈라 옆으로 펴 꼭 두 마리가 나란히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명갈비에서 뼈를 추리고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좋다. 명갈비 위에는 간장 소스에다 빨갛고 파란 고추를 썰어서 얹었다. 먹다 보면 매콤해서 금방 땀이 흐른다.

도톰한 가자미 구이는 노릇노릇하게, '파 찌짐'은 푸짐하게 나온다. 막걸리 두어 병에 이 집 안주를 돌아가며 다 시켰는데도 2만 원이 안 나온다. 그때 '철가방'이 쑥 들어와 칼국수 시키신 분을 찾는다. 여기서 식사로 칼국수 배달을 시켜 먹는 방법도 있었다. 배 대표에게 이 자리에서 18년간 해 온 소감을 물었더니 "아이들 공부시키는 맛에, 손님들 신나게 먹는 맛에 즐겁게 해 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언젠가부터 명태가 안 잡힌다. 그래서 더 그런지 몰라도 명태전과 명갈비에서는 그리운 맛이 난다. 마침 25~28일 강원도 고성에서는 명태축제가 열린단다.

명갈비 5천 원, 명태전 3천원,가자미 구이 5천 원, 파 찌짐 2천 원. 영업시간 오후 3~11시. 부산 연제구 거제3동 486의 1. 부산시청 뒤 거제시장 내. 051-865-4583.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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