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대청동 카페 '해인두밀'

입력 : 2012-11-08 07:58:52 수정 : 2012-11-14 06: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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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만든 음식… 치즈 얹은 닭안심 스테이크

음식의 맛은 무엇이 좌우할까? 부산 중구 대청동의 개성만점 카페 '해인두밀'의 강신우(60) 사장은 맛의 25% 정도는 좋은 재료에 달렸다고 했다. 그럼 나머지는? 5%는 물, 5%는 기후 등 환경이고, 나머지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이 음식을 만든다니… 에잇, 설마?"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른이 순진하게 믿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카페의 탄생 배경을 듣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음식 이야기부터 하자. 건강식 카테고리의 닭안심 스테이크(사진)를 주문했다. 음식 나오기 전에 피클이 나왔다. 자세히 보니 감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감 피클. 한 달 전 손님에게 선물로 받은 단감으로 만든 것이라 했다. 이렇게 맛 나는 감, 아니 피클이라니! 감의 달콤한 맛이 식초의 새콤한 맛을 만나 생생한 맛을 냈다.

접시 위에 치즈를 얹은 닭 안심을 중심으로, 샐러드, 콩, 단호박, 흑미밥, 나물무침이 포진했다. 조합이 참 엉뚱하다 싶었다. 희한하게도 맛은 잘 어울렸다. 부드러운 닭 안심의 식감을 순한 치즈가 살짝 감쌌다. 과일과 작은 채소 위에 상큼한 소스를 뿌린 샐러드도 싱싱하다. 밥과 단호박은 꾸미지 않은 고유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모든 음식의 맛이 살아 있다. 전문가의 숙련된 솜씨는 아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아마추어의 순수함을 담은 맛이랄까.

'살아 있는 맛'은 가게의 탄생 배경과 깊은 관련 있었다. 카페는 강 사장과 그의 아들 지석(31) 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지석 씨는 4년 전 골육종이 발견되어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무역업을 하며 세계를 누비던 강 사장은 아들의 간호를 위해 매일 밥과 반찬을 해 날랐다. 몸에 좋은 밥상을 차리기 위해 궁리를 거듭했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지석 씨의 상태는 호전됐다.

아들을 위해 차린 밥상을 다른 환자나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대접하는 기쁨을 알게 된 요즘, 60평생 가장 행복한 날이라 했다. 그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아들은 수술 후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했는데, 얼마 전에는 장애인 전국체전에 부산 대표로 출전해 메달을 땄다. 치료를 하면서 커피 공부도 시작해 현재 바리스타 자격시험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 마음으로 이룬 성과였다.

차림표에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 장인정신 아버지, 커피가 좋아서 시작한 아들의 소소한 공간'이라 소개되어 있다. 부자의 따뜻한 기운이 가게 전체에 느껴진다. 식사뿐 아니라 커피와 고구마라떼 등 음료도 수준급이다.

닭안심 스테이크 7천원·샌드위치 브런치 1만 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연중무휴). 부산 중구 대청동 2가 15의 1. 부산근대역사관 맞은편. 010-8882-3958.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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