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이 카페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선수'

입력 : 2012-11-15 07:53:37 수정 : 2012-11-15 14: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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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비당'의 진한 대추차와 맛깔난 다식들.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카페가 속속 들어서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달맞이 언덕의 카페가 뭐 새로울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발견한 두 곳은 여느 집과는 사뭇 달랐다. 획일적인 대형 체인 커피숍과 달리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했다. 이런 곳이야말로 '달맞이언덕 스타일'이다.

비비비당 (非非非堂)

세련된 한옥 모습 인테리어
대추·조릿대 등 전통차에
곁들여 먹는 다식들도 훌륭


해운대에서 달맞이고개를 넘어 청사포에 도착할 때쯤이면 창이 특이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4층 건물 꼭대기층에 문풍지를 바른 전통 창살이 보인다. 상호가 '비비비당(非非非堂)'이다. 특이한 이름과 외형에 궁금증이 더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리면 미술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커다란 화병에 꽃가지로 장식한 모양새가 고풍스럽다. 코너를 돌아 들어가니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옥을 세련되게 표현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바다를 향해 탁 트인 전망도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비비비당'의 내부.
이런 곳에서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아서 차를 마셔야 제맛이다. 좌식 테이블에 앉아 대추차와 조릿대차를 주문했다. 대추차는 차라기보다 미음처럼 걸쭉했다. 아무런 첨가물도 넣지 않고 대추만 갈아서 내놓았다.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설탕을 넣은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은근히 달다. 대추 맛의 재발견이다.

조릿대차는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작은 대나무의 잎을 이용해 만든 차다. 전통 찻집이라도 조릿대차를 파는 곳이 많지 않다.

류효향 대표는 10년 동안 차를 즐겼다. 녹차뿐 아니라 이 땅에서 나는 식물을 차로 마시면 몸과 마음에 좋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사시사철 좋은 차 재료가 지천으로 널렸는데도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커피는 잘 알지만 우리 차는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차림표에는 흔한 보이차도 없다. 중국이나 일본 차가 아니라 우리 차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을 좀 탔다. 차 마시는 법을 배우며 재미있어하는 젊은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하단다.

차에 곁들여 먹는 다식도 이곳에서 직접 만든다. 얇은 찹쌀 피 안에 보릿가루가 80% 이상 들어간 보리떡, 국산 팥과 호두가 가득 들어 있는 인절미, 쫀득한 찹쌀 안에 녹두를 넣은 산병은 보기에 좋고, 맛도 좋은 떡이다.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산골짜기의 농가를 찾아내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상호에는 은근한 포부(?)가 담겨 있었다. 한자로 '아닐 비(非)'가 세 개로, 굳이 해석을 하자면 '아니고 아니고 아닌 집'이라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차 마시기 좋은 곳은 바로 여기'라는 의미를 세 번의 부정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대추차 8천 원, 조릿대차 8천 원. 모둠 다식 1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239의 16. 해뜨는집 4층. 051-746-0705.


'대 미엘'의 홍차와 이색 수제 잼, 그리고 직접 구운 허브 빵.
대 미엘 (De Miel)

커피와 홍차 마시는 곳 분리
홍차에 꿀·코냑 등 넣기도
우유와 꿀로 만든 잼도 특이

가게 안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붉은 천을 두른 테이블 위에 찻잔과 촛대가 예쁘게 놓여있다. 정원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인테리어 소품 가게인가 했더니 핸드드립 커피와 홍차를 판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가게 정체를 확인했다. 소품도 사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가게는 커피와 홍차를 마시는 두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둘을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홍차는 차를 거르는 도구를 비롯해 커피보다 그릇을 더 많이 놓아야 해서 큰 테이블이 필요하단다.

티백 홍차에 익숙한 터라, '홍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라는 게 좀 낯설었다. 차림표를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됐다. 브랜드 별로 다양한 홍차가 나열되어 있었다. '꿀이나 위스키, 코냑 추가' 항목을 보고는 호기심이 동했다. 술을 탄 홍차라, 쌀쌀한 날씨에 퍽이나 끌리는 조합이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 빵과 수제 잼도 곁들일 수 있었다.

꿀은 주문하는 홍차에 따라 다른 종류를 내놓았다. 웨지우드사의 다즐링을 주문하자 당도가 약한 선인장 꿀이 함께 나왔다. 이곳에는 선인장 꿀 이외에도 오렌지 꿀 등 5가지의 이색적인 꿀을 선보이고 있다. 상호 '대미엘(De Miel)'도 스페인어로 '꿀로부터'라는 뜻이란다. 한영희 대표가 꿀을 좋아해 붙인 이름이었다. 꿀은 건강에 좋고, 살도 찌지 않는다며 꿀 예찬이 대단하다. 그는 매일 커피에 꿀을 타서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선인장 꿀을 넣은 홍차는 훨씬 부드러운 맛이다. 홍차에 위스키를 부으니 순간 술 향이 강하게 났다. 하지만 맛은 의외로 순했다. 홍차의 은은함이 진하게 느껴졌다. 기껏해야 설탕을 넣어 홍차를 마시다가 새로운 홍차 맛에 눈을 떴다.

매일 가게에서 만드는 빵도 수수하니 좋다. 가게를 찾은 날은 허브 빵을 구운 날이었다. 옥수수와 허브를 넣은 빵은 적당히 짭짤했다. 빵 만들기 좋아하는 엄마가 해 주는 맛처럼 담백했다.
허브와 옥수수를 넣어 만든 빵.
빵에 발라 먹는 잼도 특이하다. 연한 갈색인데, 우유와 꿀로만 만들었단다. 우유의 부드러운 맛과 꿀의 달콤함이 농축됐다. 방아를 비롯해 각종 허브를 넣은 페스토는 익숙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이색적이다. 홍차 한 잔을 이렇게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자리에 앉기 전 한 대표가 한 말이 생각난다. 홍차를 즐기려면 반드시 좋은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느긋하게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 싶은 사람과 함께 가 보시길.

웨지우드 다즐링 8천500원. 빵 5천 원. 꿀 추가 1천 원, 위스키·코냑 추가 4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510의 14. 웰컴하우스 상가 A동 102호. 051-744-2656.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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