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처럼 매끄럽게 넘어가는 면발, 그 매력에 빠져 봅시다

입력 : 2012-11-22 07:54:43 수정 : 2012-11-22 14: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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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원조 일본 '사누키 우동'

에비타마텐우동. 새우튀김, 계란튀김을 곁들인 보통의 우동.

우동의 유래가 일본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본식 우동을 맛보지 않고 우동의 참맛을 논할 수 없는 이유다. 일본식 우동 중에서도 원조는 사누키 우동이다. 사누키(讚岐)는 현재 일본 가가와(香川) 현의 옛 이름. 쌀보다 밀이 특산인 지역이라 에도 시대부터 우동을 많이 만들어 먹었다 한다. 사누키 우동의 매력은 비단처럼 매끄럽게 넘어가는 면발.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집을 찾았다.

20여 년 경력 '카마타케제면소' 임영규 사장
"부산에서 제일 맛있는 우동 만든다" 호언

'수타 반 족타 반' 반죽 24시간 냉장고 숙성
"잘된 면발은 끓는 물 삶았을 때 황금빛 나야"


'카마타케제면소'. 이전에는 '이즈미'란 이름으로 있던 곳으로 최근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즈미'일 때는 우동, 완당, 돈까스 등을 함께 했는데, 우동에만 집중하겠다 해서 이름을 바꿨다. 20여 가지 우동을 판다. 다 사누키식 우동이다. 임영규(44) 씨가 사장이다. 20여 년 우동을 만졌다 한다. 뚝심이 대단한 이다. "부산에서 제일 맛있는 우동을 만든다"고 호언한다.

'카마타케제면소' 임영규 사장이 자신이 직접 뽑은 우동 가락을 보여주고 있다. "우동 맛을 좌우하는 건 면발"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임 씨는 생각하기를, 우동 맛을 좌우하는 건 '면발'이다. 탱탱해야 한다. 그런데 탱탱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탱탱하면서 부드러워야 한다. 질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는 "잘된 우동 면발은 끓는 물에 삶았을 때 살짝 황금빛이 나야 한다"고 했다. 실제 그가 끓인 면에서는, 황금빛까지는 아니라도, 옅은 노란빛이 났다. 반죽했을 때 밀가루 조직의 치밀성이 엄청 높아야 하고, 제대로 숙성됐을 때에야 가능한 현상이라 했다. 그는 또 "수타 반, 족타 반"이라 했다. 반죽할 때 손으로 치대가다 종국에는 발로 꽤 오랜 시간 밟는다. 반죽은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시킨다.

가게 이름에 '제면소'라 한 것은 면을 실제로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면을 뽑기 위해 수천만 원을 투자해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왔다. 기온, 습도, 바람 등을 다 고려한 수치를 기계에 입력해 면을 만든다. "우동 면의 성패는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라고 임 씨는 말한다. 최적의 맛을 내는 조건들에 대한 자기 나름의 데이터를 그는 갖고 있다. 20여 년 꼼꼼히 분석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가마아게우동. 솥(가마)에서 15분쯤 삶아낸 면을 건져서 바로 먹는 우동이다. 진한 쓰유(우동간장)에 찍어 먹는다. 뜨거운 국물은 별 의미 없다. 면발이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씹을 땐 부드럽다.
가마아케우동. 삶아서 건져낸 면을 바로 츠유에 찍어 먹는다.

치쿠타마켄 붓카케우동. 차게 식힌 면을 어묵튀김, 반숙달걀튀김, 파, 무즙 등과 함께 쓰유에 비벼 먹는 우동이다. 단맛이 살짝 도는데, 면발이 놀랄 정도로 탱탱하다.
치쿠타마켄 붓카케우동. 차게 식힌 면을 츠유에 비벼 먹는다.


임 씨는 "일본 우동은 차게 먹는 것과 따뜻하게 먹는 것이 있는데, 면 삶는 시간이 달라야 한다. 따뜻하게 먹는 우동이 약간 더 짧아야 한다. 먹을 때까지 그릇 속 국물의 더운 기운에 면이 더 익기 때문이다"고 했다. 어쨌거나 면에 대한 열성이 대단하다.

아쉬운 건 매장 분위기. 어수선하다.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것'은 역시 다른 문제다. 임 씨는 "깔끔하게 정리하겠다" 했다.

우동 가격은 종류별로 5천~7천500원. 부산 중구 남포동 3가 2의3. 메가박스 부산극장 맞은편. 051-248-0859.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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