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누구랑 만났다고? 닭요리의 거침없는 진화

입력 : 2012-11-29 07:55:51 수정 : 2012-11-29 14: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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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전문점 '다기야'

탄두리 마살라 치킨. 여러 향신료를 함께 사용한 인도식 요리다. 카레 향이 좋다. 인도 전통 빵 '난'을 곁들여 먹으면 맛이 더 난다.

'다기야'를 소개받았을 때, 적잖이 저어됐다. 시중에 흔하디 흔한 게 치킨집 아닌가. 거기에 달리 무슨 특별함이 가능할까, 그랬던 것이다. 또 하나는 프랜차이즈라는 점. 장인(匠人)다운 맛보다 평균화되고 획일화된 맛을 우선하는 게 프랜차이즈의 속성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터였다. 김현(39) 대표를 만났을 때 그런 심정을 솔직히 밝혔다. 그는 "일단 맛부터 검증해 보라"며 전체 20여 가지 메뉴 중 자랑하고 싶은 대표 메뉴 다섯 가지를 내왔다.

묘하게 섞여 상큼한 '냉채치킨'
매콤새콤하고 바삭한 '깐쇼치킨'
모차렐라 치즈 듬뿍 '철판 닭갈비'
식사·안주로 든든한 '순살 쫄면'
인도 향신료 섞은 '탄두리 마샬라' 
                          :
연구개발팀이 만든 20여 메뉴
프랜차이즈지만 '장인다운 맛'
한방 숙성법으로 특허까지 받아

■ 치킨으로 요리, 그 다양한 변주

새싹, 무, 당근 등 여러가지 계절 채소를 채 썰어 갖가지 재료에 섞어 차게 먹는 냉채. 해파리, 오징어, 새우, 족발의 냉채, 더 나아가 닭가슴살 냉채는 들어봤어도 '치킨'(일반적인 닭이 아니라 서양식 조리법으로 튀기거나 구운 닭을 통상 이렇게 부른다)으로 냉채 만든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그걸 내놓았다. '냉채치킨'. 맛이 요상할 것같다. 그런데, 아니다. 느끼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상큼하다. 묘한 섞임이다. 소스에 무슨 특별함이 있는 듯하고, 무엇보다 치킨에 기름기가 없는 때문이다. 순살을 오븐에 구워 기름기를 좍 뺐단다. 김 대표는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라고 말했으나, 소주 안주로도 괜찮을 듯 싶었다.

냉채치킨.

'깐쇼치킨'. 중국음식 깐쇼새우를 본뜬 메뉴다. 실제로 하얀 새우도 들어있다. 깐쇼새우 요리에 치킨을 넣었다 보면 된다. 매콤새콤한 가운데 바삭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다. 바삭한 건 들어간 치킨 때문이다. 겉에 파우더를 입혀 빵처럼 구워낸 까닭에 바삭바삭한 것이다.
깐쇼치킨.

치킨으로 닭갈비도 만든다. '철판 치즈 닭갈비'. 엄밀히 말해 기존에 보던 닭갈비는 아니고, 닭갈비의 양념을 순살 치킨에 버무린 것이다. 거기에 모차렐라 치즈를 더 얹었다. 닭갈비의 업그레이드? 여하튼 매콤한 닭갈비 양념 속에서 닭살이 졸깃하게 씹힌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성을 겨냥한 메뉴로 보인다.
철판 치즈 닭갈비.
'순살 쫄면'. 한 끼 식사로도, 술 안주로도, 양쪽 다 충분하다. 매콤하고 든든하다. 치킨의 순살을 쫄면과 함께 집어먹기 좋게 가늘게 채 썰어 놓았다. '탄두리 마살라 치킨'. 마살라는 인도 전통의 혼합 향신료다. 식욕 돋우는 카레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향신료가 섞인 향이 좋다. 쫄깃담백한 인도 전통 빵 '난'을 곁들여 먹으면 더 좋다.
순살 쫄면.


■ 자랑할 비법은 한방 숙성 염지

'다기야' 치킨의 장점은 아무래도 육질이다. 졸깃하면서도 부드럽다. 기름기 적어 느끼함도 덜하다. 신선한 닭고기,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기 등은 웬만한 업체에서 다 강조하는 바이고, 그래서 제 나름의 방법이 있을 듯하다. 김 대표는 염지에 그 핵심이 있다 했다. 염지(鹽漬)는 닭고기 자체에 특유의 잡내를 제거하고 퍽퍽한 살을 부드럽고 졸깃하게 만들면서 적절한 간이 배게 만드는 과정이다.

염지액에 소금 등 보통의 재료에 상황버섯과 여러 가지 한약재를 이용한단다. 이른바 한방 숙성 염지라 했다. 김 대표는 그들의 염지법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했다.

"일단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 사람들의 1등 보양식 삼계탕을 보고 '아! 저거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탕에 닭과 함께 넣어 우려 먹던 한약재를 이용해 염지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것이었지요. 상황버섯을 포함해 닭과 궁합이 맞는 한약재를 선별하고, 최상의 맛을 내는 배합 비율을 연구하는데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다기야'는 메뉴 개발을 담당하는 별도의 'R&D'팀을 꾸린다 한다. 보통의 치킨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골라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 치킨도 요리가 가능하다!

'다기야는 배달전문점이 아니다. 일종의 '다이닝 바'(식사와 술을 겸하는 음식점) 형태의 매장 위주로 운영한다. 본사가 부산(사하구 하단동 534의 2)에 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부산 동래점이 시작. 지금은 부산 6곳을 비롯해 영남권에 모두 2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라는 치킨 시장에 김 대표는 무슨 마음으로 뛰어들었을까? 수년 전까지 그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있었다. 아내가 어느 치킨 프랜차이즈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본사의 횡포가 너무 심하더란다. 울컥해 다짐한 것이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프랜차이즈를 직접 해 보자"였단다.

여하튼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라 해서 가볍게 보지 말라" 했다. "내 아이를 데리고 가서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그런 치킨 요리를 만들자는 게 소신"이라 했다. 무엇보다 "치킨도 요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다기야'의 메뉴 및 가격은 매장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만 5천~1만 7천 원 사이다. 직영점은 서면점(051-804-9279·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240의 8), 경성·부경대점(051-625-9279·부산 남구 대연3동 53의 9) 두 곳이다. 그 외 매장 위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dagiya.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전화 1599-9279.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사진=다기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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