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외출도 꺼려진다. 추위를 이기는 색다른 방법으로 이국적인 음식을 접하는 것은 어떨까? 그릴 위에 치즈를 올려 녹여 먹는 스위스 가정식에 추위를 잠시 잊는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멕시코의 음식 기운이면 온몸이 후끈거린다.
부산대앞 베뜨빌
그릴에 구운 채소와 치즈
빵에 얹은 스위스 '라클렛' 등
따끈한 유럽 가정식 요리들
스위스는 퐁뒤, 이탈리아는 피자와 스파게티, 프랑스는 푸아그라…. 서양 또는 유럽의 음식은 친숙하다.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놓고는 좀 안다고 착각했다. '베뜨빌'의 차림표를 보고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라클렛, 헝가리안 굴라시, 무사카…. 이게 다 유럽의 일반 가정에서 즐겨 먹는 음식들이란다. 무지 앞에서 부끄러움보다 식욕이 앞섰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라클렛'(차림표에는 '라끌레뜨'라고 표기되어 있다). 스위스 가정식인데, 퐁뒤가 파티 등 행사 때 주로 먹는 음식이라면, 라클렛은 가정에서 자주 먹는 음식이다.
주문을 하자 3단의 작은 그릴을 내놓는다. 라클렛 그릴인데, 여기에 채소를 굽고, 치즈를 녹여서 별도로 나오는 감자나 빵 위에 얹어 먹는단다.
라클렛 그릴에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살짝 칠해져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싱싱한 피망, 버섯 등을 라클렛 그릴에 올려 놓고 익기를 기다렸다. 후추가 들어간 페퍼치즈 등 4가지 종류의 치즈도 차례로 그릴에 올렸다. 채소가 익고, 치즈가 녹을 동안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처럼 부산스럽지는 않다. 감자나 빵 위에 뜨거운 채소와 치즈를 얹었다. 금방 조리한 따끈함이 입안에 전해졌다.
라클렛 맛은 치즈가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맛을 위해 스위스 등 유럽에서 생산된 치즈만 사용한다고 했다. 치즈가 느끼하다는 편견을 깨 주는, 깔끔한 맛이다. 살짝 매운 치즈, 부드러운 치즈 등 색다른 치즈 맛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라클렛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헝가리안 굴라시를 추천했다. 굴라시는 소고기를 넣고 끓인 스튜로, 헝가리의 대표 음식이다. '헝가리 육개장'으로 불릴 만큼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것이 특징인데,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지역에서는 건더기보다 국물이 더 많게 흥건하도록 조리해서 먹는다. 라클렛의 부드러운 맛과 헝가리안 굴라시의 매콤한 맛이 잘 어울렸다. 밥에 비벼 먹으니, 한국 사람 입맛에도 딱이다.
김태영 대표는 색다른 유럽 음식을 선보이고 싶어 지난해 2월 가게를 열었다. 스위스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취리히 인근의 작은 마을인 베트빌이라는 지역을 자주 들른 것도 계기가 됐다.
유럽 가정식의 레시피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100여 가지의 요리법을 수집했고, 그중 한국 사람 입맛을 고려해 엄선한 음식을 차림표에 올렸다. 긴 겨울밤을 수다와 함께 싱싱하고 따끈한 음식으로 보내고 싶은 이에게 강추다.
라끌레뜨 1만 8천 원, 헝가리안 굴라시 1만 4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매주 월요일 휴무). 부산 금정구 장전동 390의 10. 제이스퀘어에서 구서동 방향 50m. 051-518-4599.
'아티스타'의 닭고기 브리토.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한 양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