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집밥' 한입에 몸도 마음도 사르르르…

입력 : 2012-12-13 07:54:35 수정 : 2012-12-13 14: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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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뜨빌'의 라클렛. 싱싱한 채소와 개성적인 치즈 맛이 잘 어울린다.

추워서 외출도 꺼려진다. 추위를 이기는 색다른 방법으로 이국적인 음식을 접하는 것은 어떨까? 그릴 위에 치즈를 올려 녹여 먹는 스위스 가정식에 추위를 잠시 잊는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멕시코의 음식 기운이면 온몸이 후끈거린다.

부산대앞 베뜨빌

그릴에 구운 채소와 치즈
빵에 얹은 스위스 '라클렛' 등
따끈한 유럽 가정식 요리들


스위스는 퐁뒤, 이탈리아는 피자와 스파게티, 프랑스는 푸아그라…. 서양 또는 유럽의 음식은 친숙하다. '양식'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놓고는 좀 안다고 착각했다. '베뜨빌'의 차림표를 보고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라클렛, 헝가리안 굴라시, 무사카…. 이게 다 유럽의 일반 가정에서 즐겨 먹는 음식들이란다. 무지 앞에서 부끄러움보다 식욕이 앞섰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라클렛'(차림표에는 '라끌레뜨'라고 표기되어 있다). 스위스 가정식인데, 퐁뒤가 파티 등 행사 때 주로 먹는 음식이라면, 라클렛은 가정에서 자주 먹는 음식이다.

주문을 하자 3단의 작은 그릴을 내놓는다. 라클렛 그릴인데, 여기에 채소를 굽고, 치즈를 녹여서 별도로 나오는 감자나 빵 위에 얹어 먹는단다.

라클렛 그릴에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살짝 칠해져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싱싱한 피망, 버섯 등을 라클렛 그릴에 올려 놓고 익기를 기다렸다. 후추가 들어간 페퍼치즈 등 4가지 종류의 치즈도 차례로 그릴에 올렸다. 채소가 익고, 치즈가 녹을 동안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처럼 부산스럽지는 않다. 감자나 빵 위에 뜨거운 채소와 치즈를 얹었다. 금방 조리한 따끈함이 입안에 전해졌다.

라클렛 맛은 치즈가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맛을 위해 스위스 등 유럽에서 생산된 치즈만 사용한다고 했다. 치즈가 느끼하다는 편견을 깨 주는, 깔끔한 맛이다. 살짝 매운 치즈, 부드러운 치즈 등 색다른 치즈 맛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라클렛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헝가리안 굴라시를 추천했다. 굴라시는 소고기를 넣고 끓인 스튜로, 헝가리의 대표 음식이다. '헝가리 육개장'으로 불릴 만큼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것이 특징인데,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지역에서는 건더기보다 국물이 더 많게 흥건하도록 조리해서 먹는다. 라클렛의 부드러운 맛과 헝가리안 굴라시의 매콤한 맛이 잘 어울렸다. 밥에 비벼 먹으니, 한국 사람 입맛에도 딱이다.

김태영 대표는 색다른 유럽 음식을 선보이고 싶어 지난해 2월 가게를 열었다. 스위스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취리히 인근의 작은 마을인 베트빌이라는 지역을 자주 들른 것도 계기가 됐다.

유럽 가정식의 레시피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100여 가지의 요리법을 수집했고, 그중 한국 사람 입맛을 고려해 엄선한 음식을 차림표에 올렸다. 긴 겨울밤을 수다와 함께 싱싱하고 따끈한 음식으로 보내고 싶은 이에게 강추다.

라끌레뜨 1만 8천 원, 헝가리안 굴라시 1만 4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매주 월요일 휴무). 부산 금정구 장전동 390의 10. 제이스퀘어에서 구서동 방향 50m. 051-518-4599.


'아티스타'의 닭고기 브리토.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한 양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
해운대 중동 아티스타

기름지지 않고 뒷맛 개운해
든든한 한 끼 '브리토' 등
웰빙족 위한 멕시코 요리들


겨울에는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 붉은 고춧가루 색깔 혹은 매운 맛의 자극 때문인지, 매운 맛은 곧 뜨거운 맛이라 일컬어진다. 멕시코 사람들은 한국 사람만큼이나 매운 맛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멕시코 음식점이 있다기에 뜨거운 맛을 기대하며 찾았다. 멕시코는 연중 고온 다습한 뜨거운 나라 아니던가! 이곳에 가면 멕시코의 열기를 빌려올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뜨거운 맛'보다는 홈메이드의 '건강한 맛'을 발견했다. 건강을 위해 구운 고기도 잘 먹지 않는다는 까칠한(?) 이정한 대표가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표방하며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멕시코 음식점에서는 브리토를 먹어 보면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브리토는 토틸라 안에 채소와 고기를 볶아서 넣은 음식이다. 토틸라는 밀이나 옥수수 가루로 반죽해 얇게 구운 것이다. 국내에서는 밀로 만든 것이 대부분. 이 집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옥수수 토틸라를 개발 중인데, 한두 달 뒤에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 옥수수 토틸라를 맛볼 수 있단다.

브리토 안에 밥도 들어 있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기름지지 않고, 개운한 뒷맛이 특징이다. 심심한 맛이라 느낄 수도 있겠으나, '웰빙' 좋아하는 이들은 흡족하겠다.

치즈에 소고기나 닭고기 등을 넣고 함께 볶은 것을 토틸라에 싸 먹는 알람브레는 맛이 더욱 풍성하다. 먹는 사람이 직접 토틸라에 다양한 소스를 넣어 맛을 조절할 수 있다. 여기서 사용하는 소스는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 이 대표는 시판되는 것은 유통기한이 너무 길어서 사용하지 않는단다. 업소용 치즈라는 것도 불 위에 올리면 '비닐 타는 냄새'가 나서, 인근 대형마트에서 직접 사다 쓴다고 했다. 대표의 예민한 감각과 깐깐한 재료 선정이 고객 입장에서는 고맙다.

이 대표의 부모님은 현재 멕시코에서 멀지 않은 미국 텍사스 주에 거주 중이다. '멕사스'라고 불릴 정도로 텍사스에서는 멕시코 식 음식을 즐긴다. 이 대표는 멕시코 식이라기보다 미국식 혹은 한국식의 멕시코 음식에 가깝다고 했다. 웰빙족인 이 대표가 싱싱한 재료로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멕시코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 브리토처럼 샌드위치 류의 음식은 패스트푸드의 햄버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이 대표는 비올라 전공자다. 손님 중에는 그의 연주를 듣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연주를 청하는 이도 있다. 음악보다 음식을 좋아하는 기자는, 출출한 저녁에 브리토 생각에 잠을 설쳤다.

브리토 8천 원, 알람브레 1만 8천 원. 영업시간 오후 6시~새벽 1시(매주 월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중동 290의 10. 중동 오산공원 삼거리 인근. 051-702-8729.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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